"미국 거주 이란 영주권자들은 오히려 제재 받고 있지 않아"
국내 시중은행들이 합법적으로 한국에 머무는 이란인 계좌의 거래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제3자제재(세컨더리보이콧)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지만 합법적으로 비자를 받아 한국에 거주하는 이란인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갑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초 이란인 고객에게 10월 12일까지 계좌를 해지해달라고 전화와 우편 등을 통해 요청했다. 10월 31일자로 이란인 계좌의 입출금 거래가 제한됐고 현재는 계좌 해지만 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란인 계좌에 문제가 생겨 제3자제재 등으로 비화됐을 때 은행 전체의 위기로 확산할 수 있는 만큼 확인을 더 꼼꼼히 할 수 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란인 유학생들은 계좌에 워낙 소액의 원화밖에 없어 이란으로 자금을 송금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국비장학생으로 서울대학교에 재학중인 이란 학생 한씨는 "(학생 신분으로) 계좌에 100만원 이상 있을수가 없다"며 "계좌에 달러화를 가지고 있는 것도 전혀 없고 원화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문제 삼는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란인 고객이 시중은행에서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할 수 없는 점도 문제다. 통상 출입국 사무소에서는 계좌에 일정 자금이 있어야 비자를 연장해주기 때문에 신규계좌 개설을 못한 이란인 유학생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이때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해 돌아가야 하는데 이 절차가 원천 봉쇄된 것이다.
한씨는 "이란에서는 한국 돈을 달러로 바꿀 수 없다"며 "결국 돈을 한국에 두고가라는 뜻인가 싶어서 인종차별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하나은행에서는 이란인 고객에 대해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주지 않고 있다.
이번 상황에 대해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오히려 미국에 살고있는 이란 영주권자들은 아무런 제재를 받고 있지 않다"며 "합법적인 제재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들까지 혹시라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자의적인 판단을 근거로 (시중은행이) 통장 해지나 동결 조치를 취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공문에 '이란 국적 손님과 거래하는 원화/외화 예금 거래도 미국의 2차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미국 법무법인의 의견을 수렴하여'라고 쓰여있다. 미국 법무부도 아니고 행정당국도 아닌 그저 법무법인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의미"라며 "시중은행들의 이같은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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