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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자 의사 존중, 이제 없애야"

오다인
기사승인 : 2018-11-05 17:54:49
[인터뷰] 유향순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강력한 처벌과 상담 프로그램 함께 유지해야 "

가족은 복잡하다. 자식이 걸리고, 부모가 얽히며, 생계가 발목을 잡는다.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마음 먹어도 가족을 단박에 끊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처벌은 단순하다. 처벌하느냐 마느냐 두 입장 가운데 하나를 정하는 문제로 축소된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가족의 복잡성과 처벌의 단순성 사이에서 수백번 마음을 바꾼다.
 

▲ 강서 주차장 전 부인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49)씨가 지난 10월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22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김모(49)씨가 전처 이모(47)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숨진 이씨의 딸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버지를 사형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이씨 가족이 겪었던 '끔찍한 가정폭력'이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유향순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1997년 말 가정폭력 관련법이 제정된 때부터 20년째 가정폭력 상담을 해온 전문가다. 지난 2일 경기 성남에 있는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가정폭력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에 대해 들었다.

-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는 어떤 단체인가

"가정폭력 예방과 폭력 근절, 피해자 보호 활동을 전개하는 단체다. 2001년 9월 결성됐다. 전국 17개 권역에 144개 상담소가 있는데 이들 상담소 간 정보교환과 상담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 각 상담소는 여성가족부의 지도·감독 하에 활동한다. 1997년 제정된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방지법) 및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처벌법)을 준수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나

"가정폭력 관련법을 중간중간 손질할 때마다 전부 의견을 내왔다. 특히 한 가지를 꼽자면, 경찰이 집안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원래는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와도 경찰이 집안까지 들어갈 수 있는 권리가 없었다. 가해자가 밖에 나와 '별일 없다'고 하면 돌아가야 했다. 한 번은 피해자가 집안에 있었고 의욕적인 경찰이 문을 뜯고 들어간 일이 있었다. 해당 경찰이 재물손괴죄를 추궁받았는데 국가가 책임져주지 않았다. 그래서 2012년에 경찰 신분을 확인하면 집안에도 들어갈 수 있도록 법을 고쳤다."

가정폭력 방지법 제9조의4는 2012년 2월과 2013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개정됐다. 현재 제9조의4 제2항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신고된 현장 또는 사건 조사를 위한 관련 장소에 출입해 관계인에 대해 조사를 하거나 질문을 할 수 있다', 제3항은 '가정폭력행위자는 제2항에 따른 사법경찰관리의 현장 조사를 거부하는 등 그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 가정폭력은 오래된 문제다. 왜 해결하기 어렵나

"가족 구성원 간 폭력은 애초 범죄로 보지도 않았다. '이래선 안 된다' 해서 만든 게 가정폭력 방지법과 처벌법이다. 피해자가 아내인 경우, 보통 아이가 있고 혼자 살기에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 보복이 두려운 데다 막연히 나아질 거라 믿는 경우도 더러 있다. 여러 가지 사유로 완전히 단절을 못한다. 가족 구성원을 강력하게 교도소에 집어넣는 것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흉악한 가해자는 마땅히 범죄 처벌을 해야 하지만, 개선 여지가 있는 가해자는 보호처분으로 돌려서 개선하는 게 피해자를 진정으로 구제하는 길이다."

- 상담은 어떻게 이뤄지나

"가정폭력범이라고 해서 모두 교도소에 집어넣는 건 아니다. 법원에서 8호 보호처분이 결정되면 가해자가 상담소로 오게 된다. '가정폭력 가해자 교정치료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개별 상담, 부부 상담, 집단 상담, 가족 캠프 등을 진행한다. 상담의 목표는 가해자가 '폭력을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끔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가정폭력에는 관계적인 패턴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부 상담도 같이 들어간다. 사람마다 집마다 특성이 다 다르다.

가정폭력 가해자 교정치료 프로그램은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우습지만 굉장히 힘 있는 프로그램이다. 누군가의 인식과 마음을 바꿔놓는 것이다. 가해자를 만나보면 가족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배우지 못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를 국가에서 가르쳐주는 것이다. 무조건 형벌을 부과하는 건 마구 혼내는 것과 같다. 상담은 학대가 아닌 훈육의 차원에서 가르치는 것이다.

프로그램 초창기에는 지독한 일이 많았다. 현재까지도 인격적으로 진행되다가도 가끔씩 어려운 일이 생긴다. 이럴 때는 법이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상담소는 법 집행의 대리인으로서 가해자 교정치료를 실시하는 것이다. 교정받을 의지가 없는 가해자에게는 다른 형벌이 부과돼야 한다."

- 강서 사건은 어떤가. 피해자가 결국 살해당하지 않았나

"가정폭력 관련법에 두 가지가 보강돼야 한다. 피해자 의사 존중을 없애는 것과 보호처분 등을 지키지 않았을 때 강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다. 가정폭력 처벌법을 보면 피해자 의사 존중이 많이 들어가 있다. 친고죄, 반의사불벌죄다. 자식이 있고 남편이 있는 자리에서 '남편을 처벌하겠느냐'고 물으면 그러겠다고 답하는 피해자가 얼마나 되겠나? 강서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가족 간 범죄에서는 피해자 의사 존중을 해서는 안 된다.

또 보호처분(4~8호)을 위반했을 때 현재 과태료밖에 부과를 안 하는 게 문제다. 처벌이 미미하다. 보호처분도 형벌이다. 안 지키면 안 된다. 강서 사건 가해자의 경우 '6개월 만에 나온다'고 얘기를 했다. 감히 어떻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나. 나라 법을 우습게 본 것이다. 보호처분은 가해자가 교정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은혜를 베푸는 것인데 이를 깨닫지 못한 것이다. 엄벌에 처하는 것이 맞다.

하나 부연하자면 '체포 우선주의'가 돼야 한다. 경찰이 현장에서 가해자를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데, 이를 보강해야 한다. 보호처분을 지키지 않은 사람에게 두번 세번 은혜를 베풀 수는 없다.

그런데 강서 사건은 보호처분을 넘어선 경우다. 이혼한 상태였기 때문에 남남으로 처벌, 즉 강력사건으로 넘어가는 경우다. 다만 앞의 맥락을 봤을 때 가정폭력 관련법에 이런 부분들을 손질해야 한다는 거다."

- 가해자의 인식을 고친다는 게 쉬운 일 같진 않다. 왜 처벌하지 않고 굳이 교정한다는 것인가

"가해자 징역 보내는 건 쉽다. 그런데 피해자 지원을 제대로 하려면 가해자의 인식을 바꿔놓아야만 한다. 일단 뭘 잘못했는지 알아야 하지 않나? 인식을 바꾸는 작업은 굉장히 힘들지만 인식이 바뀌어야만 제2, 제3의 범죄를 안 한다. 상담소는 여기에 초점을 둔다. 부부는 이혼하면 남이 되지만, 자식들은 혈연으로 어떻게든 묶인다. 가해자 인식을 바꿔놓으면 선순환으로 나아갈 수 있는 패턴이 구축된다.

만족도 조사도 한다. 프로그램 참여자 대상으로 설문하면 '이런 걸 가르쳐 주는 데가 없었다', '마음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어떻게 배우자를 대해야 하고, 어떤 게 폭력이라는 걸 배우는 거다. 결혼 전에 누군가 가정이라는 것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는다.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도 만족도가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러 번 폭력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이렇게 고칠 순 없다. 상담소에서 세번은 만나지 않아야 한다."

- 강창일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가정폭력 신고는 증가했지만 검거율은 13% 수준으로 나타났다. 검거율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앞서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피해자 의사 존중 때문이다. 피해자 의사 존중이 빠지고 체포 우선주의가 되면 개선되리라 본다. 보호처분을 없애고 모두 강력한 형벌로 다스리면 되레 신고율이 떨어질 것이다. 가족 구성원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고쳐서라도 살아야 되는, 갑갑한 게 있지만 이런 게 현실이다. '투 트랙'(강력한 형벌과 보호처분)을 유지하면서 운영해야 숨어있는 가정폭력이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무조건 나라에서 혼내는 것이 아니라, 너무 멀리 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인식을 고쳐서 좋은 가정을 이루도록 해주는 게 필요하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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