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류순열의 직썰] 건진법사에서 민주당까지, 금융권 줄서기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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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의 직썰] 건진법사에서 민주당까지, 금융권 줄서기의 민낯

류순열 기자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6-06-25 19:14:28

2023년 A금융그룹 회장 후보 B는 '건진법사'(전성배)에게 접근했다. 그를 통해 대통령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낙점'받으려는 인사청탁 시도였을 것이다. B는 회장이 되었고, 윤석열·김건희의 사람들이 A금융그룹 곳곳에 내려앉았다. 보은성 낙하산 인사로 보이기 십상이다. 지난해 '김건희 특검'에서 새나온 정황들은 금융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일대 사건이다.

 

은행권 금융그룹은 엄연히 민간기업이다. 그럼에도 뚜렷한 주인(지배주주)이 없다보니 외풍에 취약하다. 형식상 회장은 회추위(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뽑지만 금융권 사람들은 안다. 정권교체기마다 회추위 바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였다는 것을. 그들이 주인 행세를 해왔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의 '금융 4대 천황'(강만수, 어윤대, 이팔성, 김승유), 박근혜 정부의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모임·이덕훈, 홍기택 등)는 모두 이런 시대가 낳은 기형적 산물이었다.

 

지나간 과거지사가 아니다. 현재에도 진행되는 일이다. '줄의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다. 윤석열 정권 주변을 기웃거리던 이들이 이제는 민주당 쪽 접점을 찾으려 분주하다는 풍문이다. 회장 B도 다시 등장했다. 이번엔 연임을 위한 '권력 줄대기'일 터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접근했던 그도 여당인 민주당쪽으로 라인을 바꿔탔다는 얘기가 회자한다.

 

호남 출신인 그는 호남지역 민주당 의원들에게 꽤 공들인다는 소문이다. 5대 금융 수장 인사를 두고 호남 편중론이 나오는 터에 설상가상이다. 지연·학연을 타고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에게 줄 댄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회장은 이 대통령과 중앙대 법대 동문으로, 사법고시 준비를 함께 했다고 한다. 한 금융권 인사는 "이 대통령이 꽤 좋아하는 사람이라더라"고, 또 다른 이는 "사석에선 이름을 부르며 말을 놓을 정도"라고 했다.

 

B 회장은 연임을 위한 내부 정지 작업도 치밀하게 준비중이라고 한다. 내부에서는 벌써 차기 후보군(롱리스트·숏리스트) 짜기를 두고 "부담이 없는 인물들만 남기는 식의 연임 무대장치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가 새나온다. 이 과정에서 전임 회장 시절의 인사들이 대거 밀려났고 이 때문에 전·현직 수장간 갈등설이 파다하다. 한 금융권 인사는 "두 전·현 회장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고 전했다.

 

이재명 정권 들어선 뒤에도 회자하는 이 같은 소문들은 '신뢰'가 본질인 금융산업이 여전히 구시대적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금융지주 회장 자리가 사외이사들의 독립적 검증이 아니라, 권력 실세와의 거래로 결정된다는 의혹만으로도 신뢰 자본은 허물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수가 돌아가며 해 먹는" 금융권 수뇌를 가리켜 "부패한 이너써클"(작년말 금융위 업무보고)이라고 직격했다.

 

금융당국은 칼을 빼든 형국이다. 금융위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안을 금명간 발표할 예정이고, 금융감독원은 주요 금융그룹의 광고·협찬비 집행 내역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광고와 협찬은 금융권이 권력 주변과 접점을 만드는 가장 편리한 '관계 관리' 수단이다. 금융지주 회장 후보 관리와 비공식 자금 흐름의 멱살을 잡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정권 교체기마다 '금융권의 권력 줄대기' 구태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회장 선임 과정의 불투명한 밀실 구조를 완전히 깨부수는 일이다. 롱리스트와 숏리스트가 어떤 객관적 기준으로 짜이는지, 사외이사들이 회장의 거수기를 넘어 독립적 판단을 하고 있는지, 권력의 압박은 없는지 투명하게 검증해야 한다.

 

정권은 짧다. 오늘 권력의 '동아줄'은 내일 정권의 '올가미'가 된다. 최순실 게이트가 그랬고, 김건희 특검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금융개혁이 전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전 정권의 줄을 끊어내고 그 자리에 새 정권의 줄을 묶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줄의 색깔만 바꾸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또 다른 게이트의 예고편일 뿐이다.

 


 

▲ 류순열 편집인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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