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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고환율 원인, 해외여행·이민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5-12-05 17:30:00
3분기 해외 카드사용액 59억 달러…역대 최대
한국 떠나는 고액자산가들…152억 달러 유출 전망

원·달러 환율이 한 달 가까이 고공비행 중이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7원 내린 1468.8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1460~1470원대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고환율 배경으로 흔히 과도한 통화량, 한미 금리 역전,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등이 꼽힌다. 그러나 해외여행과 고액자산가 이민 등도 고환율에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이민으로 인한 외화 유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뉴시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거주자의 해외 카드사용액은 59억3000만 달러로 전기의 55억2000만 달러보다 7.3% 늘었다.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해 3분기(57억1000만 달러)를 뛰어넘은 역대 최대 규모다. 3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709만 명)가 전기 대비 4.8% 증가하는 등 해외여행이 활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객들은 해외에서 카드만 쓰는 게 아니라 미리 상당한 수준의 외화를 현금으로 환전해 들고 나간다"며 "실제 해외여행으로 인한 외화 유출 규모는 해외 카드사용액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투자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금융자산 1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고액자산가 14만2000명이 다른 나라로 거주지를 옮길 전망이다.

 

이 가운데 한국의 고액자산가 순유출 예상 규모는 2400명으로 영국(1만6500명), 중국(7800명), 인도(3500명)에 이어 세계 4위다.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3년 전(400명)과 비교하면 6배나 뛰었다.

 

헨리앤파트너스는 고액자산가들이 한국을 떠나면서 올해에만 약 152억 달러 상당의 외화가 유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 서학개미들의 해외주식 투자금은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올 돈"이라며 "오히려 배당, 해외주식 매각 등을 통해 투자금보다 더 많은 외화를 유입시키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해외여행, 고액자산가 이민 등으로 유출되는 외화는 다시 돌아올 일이 없으므로 더 심각한 사안"이라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서학개미 A 씨는 "해외여행을 제한하려 들면 반발이 엄청날 테니 정부가 만만한 서학개미만 두들기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고액자산가 다수가 한국을 떠나는 주된 이유로는 상속세가 거론된다. 한국 상속세율은 최고 50%다. 특히 대주주는 10% 할증이 붙어 최고 60% 상속세를 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제일 높다. 그런 만큼 상속세율 인하가 이민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OECD 가입국 가운데 14개 나라는 상속세가 아예 없다"며 "고액자산가들에게는 구미가 당길 만하다"고 진단했다. 한 세무사는 "이미 세금 다 내고 모은 재산에 또 세금을 부과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상속세는 명백한 이중과세"라고 비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러면 국내 주식시장 매력도 더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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