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데스크시각] '필요'를 막으면 '편법'이 유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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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필요'를 막으면 '편법'이 유행한다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4-10-30 17:04:36
가계대출 막으니 사업자대출 이용한 '편법 대출' 성행
원인은 '집값'…55조 정책금융 규모부터 줄여야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서기 1769~1821년)는 서기 1806년 10월 대륙봉쇄령을 반포했다. 본국은 물론 스페인·이탈리아 등 동맹국까지도 영국과의 교역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해외교역 비중이 높은 영국 경제를 망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실질적 효과는 없었고 여러 동맹국 불만만 쌓였다. 모든 유럽 국가에게 영국산 물품, 특히 공산품이 필요해서였다. 당시 영국은 유럽에서 산업혁명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였다. 영국산 공산품은 싸고 좋았다.

 

필수품이 막히니 밀무역만 성행했다. 1812년 영국 의회에서 의원들이 "프랑스군 병사들의 군복은 요크셔산이고 군복 장식품은 버밍엄산"이라며 의기양양해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영국과 다른 유럽 국가 간 밀무역을 중개한 함부르크·뤼베크·브레멘 등 독일 북부 한자 동맹 소속 자유도시는 큰 이익을 누렸다.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필요'를 막으면 '편법'이 유행하는 건 동서고금을 넘나든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편법 대출'도 비슷한 현상이다.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자 금융당국은 각 은행에게 대출 억제를 요구했다. 은행들은 유주택자 대상 추가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조건부 전세대출 등을 중단 혹은 제한했다.

 

하지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하는 소비자는 많다. 대출이 막히니 사업자대출을 악용한 편법으로 눈을 돌렸다. 절차는 이렇다.

 

우선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대부업체나 온라인투자연계(P2P) 금융을 통해 주택 매수 자금을 빌린다. 대부업체나 P2P금융은 규제 사각지대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받지 않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최고 100%까지 가능하다. 대신 금리가 주담대라도 연 10~15% 수준으로 상당히 높다.

 

그 뒤 집을 산 소비자는 해당 주택을 담보로 은행 또는 2금융권에서 사업자대출을 받아 대부업체나 P2P금융에서 빌린 돈을 갚는 것이다. 사업자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건 금지돼 있지만 기존에 빌린 돈을 상환하는 걸 막는 규제는 없는 게 허점이다. 은행 등 금융사들이 가계대출엔 까다롭지만 사업자대출은 쉽게 내주기에 돈을 빌리기도 수월하다.

 

이런 편법을 적극 소개하는 대출모집인들도 다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새 대출이 막히며 생활고에 처한 대출모집인들이 수입을 벌충하려고 편법 대출을 종용하는 경우가 여럿"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걸 억지로 막아봤자 부작용만 클 뿐이다. 근본적 원인을 봐야 한다.

 

소비자가 집을 매수하려는 건 올해 집값이 크게 뛰면서 마음이 급해진 때문이다. 집값을 끌어올린 주 원인은 신생아특례대출, 디딤돌대출 등 정책금융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와 비슷한 55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내년에도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저금리 정책금융이 대규모로 공급되는 한 금융당국이 아무리 은행을 닦달해도 편법만 유발할 뿐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 안재성 경제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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