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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인터넷 '패킹감청' 헌법불합치 결정

김광호
기사승인 : 2018-08-30 16:19:06
2020년 3월31일까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요구
"과잉금지 원칙 위반" 재판관 6대 3으로

'패킷감청'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패킷감청은 수사기관이 인터넷 회선에서 오가는 전자신호(패킷)를 중간에서 빼내 수사 대상자 컴퓨터와 똑같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것을 뜻한다. 

헌재는 30일 목사 문모씨가 낸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5조 2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0년 3월31일까지 통비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 조항은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에 해당하는 사람이 송·수신하는 특정 우편물이나 전기통신 등에 대해 통신제한조치(패킷감청)가 가능하도록 한 규정이다.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의 모임인 공안기구감시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지난 2016년 3월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가정보원의 패킷 감청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헌재는 패킷감청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개인의 통신뿐만 아니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패킷감청 방식으로 이뤄지는 인터넷 회선 감청은 수사기관이 실제 감청 집행을 하는 단계에서는 해당 인터넷회선을 통해 흐르는 불특정 다수인의 모든 정보가 패킷 형태로 수집돼 일단 수사기관에 그대로 전송된다"며 "다른 통신제한조치에 비해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자료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방대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인터넷 회선 감청은 집행 및 그 이후에 제3자의 정보나 범죄수사와 무관한 정보까지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보관되고 있지는 않는지, 수사기관이 원래 허가받은 목적, 범위 내에서 자료를 이용·처리하고 있는지 등을 감독 내지 통제할 법적 장치가 강하게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위헌 결정을 하면 중대 범죄 수사에 있어 패킷감청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존 법률의 잠정 적용 기간을 2020년 3월31일로 정했다. 아울러 감청 자료를 사후 감독·통제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한 입법기관의 고민도 필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반대 의견을 낸 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두 재판관은 "인터넷회선 감청의 기술적 특성 등으로 인해 취득한 자료가 다른 통신감청에 비해 상대적으로 광범위하더라도 공무원이 감청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외부에 공개·누설하는 것은 일체 금지되고, 이를 위반하는 공무원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고 언급했다.

보충의견을 낸 김창종 재판관은 "합헌 의견의 판단 내용과 견해를 같이 한다"면서도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는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통해 비로소 발생하므로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문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도중 지난 2015년 3월30일부터 약 한달 간 국정원이 자신 명의로 된 인터넷 전용회선을 6차례 감청한 사실을 알고 이듬해 3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공개변론을 열고 문씨와 국정원 의견을 들은 바 있다. 문씨 측은 사생활과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국정원 측은 인터넷 회선에 한해 법원 허가를 받아 감청이 이뤄졌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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