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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중국·트럼프, 삼성 반도체 '삼중고'

박철응 기자
기사승인 : 2025-03-19 17:03:11
삼성 주총서 "트렌드 늦게 읽어 초기 시장 놓쳐" 반성
올들어 대중 반도체 수출 급감..."中 빠른 속도 추격"
트럼프 "반도체법 끔찍"...7조 삼성 보조금 폐지 우려

AI용 첨단 제품의 납품은 늦어지고 범용 제품의 대(對)중국 수출은 줄어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존 보조금 폐지를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직면한 삼중고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판도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는 각오이나 앞날은 밝지 않다. 

 

19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쏟아지는 주주들의 성토와 회사 측의 자성, 변화에 대한 약속으로 채워졌다. 

 

▲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한 주주는 "재작년부터 엔비디아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안 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지적이다. 

 

반도체 사업 수장 역할을 하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은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분명히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도 당시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이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주도' 시기가 대폭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으로 AI 시대의 핵심 부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3월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삼성전자 HBM을 테스트 중이라고 말했으나 아직도 통과 소식은 없다. 

 

전 부회장은 "AI 경쟁 시대에 HBM이 대표적인 부품인데 그 시장 트렌드를 조금 늦게 읽는 바람에 초기 시장을 놓쳤지만 지금은 조직 개편이나 기술 개발을 위한 토대는 다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대중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중 반도체 수출액은 39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1.8%나 줄었다. 지난 1월에도 22.5% 감소한 바 있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한국 반도체 수출이 30% 이상 늘어나는 호조를 보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가 대부분을 차지한 대중 수출액이 54%가량 급증해 대미 수출액을 넘어설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심화되고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약진하는 등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산업부는 "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의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단가 하락과 낸드 플래시 공정 전환으로 인한 감산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총에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산 저가 반도체가 삼성전자에 위협이 된다는 뉴스가 나온다"며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전 부회장은 "중국 로컬 회사들이 D램이나 낸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DDR4나 LPDDR4 같은 로우엔드(저사양)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며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HBM, DDR5, 서버용 SSD 등 고성능·고용량 제품을 확대해 차별화를 꾀하고 중국 업체들이 주력하는 DDR4 및 LPDDR4 시장에서는 수요 변화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제품의 하이엔드(고사양) 시장 진입 가능성도 있어 첨단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또 개발자들의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국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위는 뚫지 못하고 아래는 치고 올라오는 형국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말 반도체 산업에 대해 "자칫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선진사회에서는 미국-일본-대만으로 이어진 생태계에서 배제되고 중국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져 도태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반도체법은 없애야 한다"며 "그 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어떤 이유든 원하는 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지급과 투자 유도 방식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관세를 부과하면 보조금 없이도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건설 중인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오는 2030년까지 370억 달러(약 53조7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 47억4500만 달러(약 6조9000억 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자칫하면 7조 원가량이 허공에 뜰 수 있는 상황이다. 

 

관세 부담도 기술력과 상관관계가 크다. 한국신용평가는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반도체에 대해 관세가 부과될 경우 메모리반도체 업체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AI용 메모리는 범용 메모리에 비해 제조업체들이 부담하는 관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삼성전자로서는 뒤처진 기술력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끌어올려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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