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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의 무대가 역사로 남다

이성봉
기사승인 : 2018-11-21 18:00:59
육완순, 김매자, 이선옥, 제임스전의 '무(舞). 념(念). 무(舞). 상(想)'
서울무용제 개막공연 리뷰

연륜을 담은 한순간의 무대는 이제 역사가 되었다. 지난 20일 대학로 아르코대극장에서 서울무용제가 막을 올렸다. 이날 개막공연은 그동안 무용만을 삶의 전부로 알고 살았던 '무용인들'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국내 창작무용계를 이끌어온 육완순(85), 김매자(75), 이선옥(75), 제임스 전(59)이 '무(舞).념(念).무(舞).상(想) Part 1' 무대를 꾸몄다. 

네 사람은 모두 독무로 각자의 인생을 회고하듯 개인의 삶을 축약한 다큐멘터리를 배경으로 혼신의 힘을 다한 열정어린 공연을 펼쳐 관객들에게 깊은 성찰의 시간과 함께 감동을 느끼게 했다.  

 

▲ 현대무용가 육완순은 김소월의 '초혼'으로 본인의 무용인생을 정리했다. [한국무용협회 제공]


이들은 평생 수많은 창작무용 무대를 진행해 왔으면서도 이날처럼 떨리고 흥분된 공연이 없다고 할 정도로 손짓 하나, 동작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했다. 특히 이들은 극장을 찾은 수많은 제자들과 후학들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전하듯 자신의 무용에 대한 자존심을 담아냈다. 
 
첫 무대는 제임스 전이 열었다. 미국 줄리어드대학교 2학년 때 뒤늦게 만난 춤이 평생 동반자가 되었다. 한국인 발레리노로 활약하다가 귀국해서는 국내 발레계에 낯선 창작 발레에 도전했다. 여전히 도전하는 마음을 보여주듯 레드 제플린의 '천국으로 가는 계단(Stairway to Heaven)'을 음악으로 선택했다. 발가벗은 자신의 몸, 그것밖에 보여줄 것이 없음을, 발레로 단련된 몸의 근육은 물론 세포 하나하나가 자신의 감정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표현했다.

▲ 제임스 전은 레드 제플린의 음악을 언젠가는 무대화하고자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에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무용협회 제공]


둘째로 김매자는 '광(光, Shinning Light)'으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도약하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빛은 감추고 있어도 스스로 드러내는 것처럼 무용도 어둠에서 밝음으로 가는 과정이라 표현했다. '창무(創舞)'를 화두로 무용 창작에 몰두하고 한국무용을 세계에 알리는 움직임으로 우리 춤이 나아가는 모습으로 보였다.
 

▲ 김매자는 '광(光, Shinning Light)'으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도약하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한국무용협회 제공]

 
다음으로 이선옥은 불교의 선을 무용에 받아들인 '2018 색즉시공: 선무'를 소개했다. 동작이 절제된 그의 무용은 호흡과 명상이 어우러진 무대를 보여주면서, '유'와 '무'가 하나이듯 자유로운 영혼으로 선철학의 원리 '색즉시공'을 춤으로 선보였다.

▲ 이선옥의 무용은 정중동이고 색즉시공이다. 없는 가운 데 있고 있는 가운데 없는 '선'의 무용을 선보인다. [한국무용협회]


마지막으로 현대무용가 육완순이 등장했다. 85세로 국내 최고령 무용인이다. 평생 무대를 휘젓고 다닌 그도 이날은 한껏 긴장한 듯했다. 혼을 부르는 그의 무용 '초혼'은 사위인 이문세의 녹음낭송과 피아노 음악에 어우러져 한 동작 한 동작 애절한 감정을 쏟아냈다. 자신의 무용은 바로 자신의 '혼'이며 '사랑'이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말했다. 


예술가의 '창작'에 대한 고뇌를 온몸으로 토해내는 장인들의 모습과 그들의 삶이 예술적 완성도를 끌어올린 드문 무대로 여운이 오래 남았다.

▲ 이날 개막식에는 조남규 이사장과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최경환 국회의원, 나종민 문체부 1차관 등 인사들이 함께 자리했다. [한국무용협회 제공] 


이날 개막식에는 안민석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조직위원장, 최경환 국회의원, 나종민 문체부 1차관 등이 참가해 축하했다.

서울무용제는 22일 스타부부 네 쌍이 선보이는 '무(舞).념(念).무(舞).상(想) Part 2'에 이어 23일 남성 무용수 5명이 명작무를 추억하는 무대를 이어간다. 25일부터 12월 2일까지는 경연부문에 참여하는 여덟 단체의 공연이 계속된다.  

 

K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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