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작가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백제 멸망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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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백제 멸망 그 이후'

윤흥식
기사승인 : 2018-09-18 16:09:07
'금강'의 작가 김홍정 신작소설 '의자왕 살해사건'
대륙을 향한 백제인의 비원, 추리기법으로 묘사

장편소설 <금강>의 작가 김홍정(60)이 신작 장편소설 '의자왕 살해사건'을 들고 돌아왔다. 

 

▲ 김홍정 작가의 신작장편 '의자왕 살해사건' 표지. [사진=남궁은]


김홍정은 전작에서 선 굵은 서사와 미려한 문체로 '한국 소설의 새로운 경개(景槪)를 열었다'는 평을 들었다. 그는 백제의 마지막 왕비 '은고'를 다룬 이번 소설을 통해 그동안 자신에게 쏟아진 찬사와 기대가 공허한 수사(修辭)가 아니었음을 확인시키겠다는 각오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의자왕 살해사건'은 일종의 '팩션'(사실을 의미하는 '팩트'와 소설을 뜻하는 '픽션'의 결합어.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한 글쓰기 장르)이다. 백제 패망의 책임을 '은고'라는 한 여인에게 돌린 사서의 기록에서 영감을 얻어 360쪽이 넘는 장편소설로 풀어냈다.

"삼국유사와 삼국사절요에는 백제 영웅들의 영혼이 안장된 오합사를 능멸한 흰 여우에 대한 기록이 전하고, 일본서기에는 '의자왕이 패악하고, 부인 은고가 요망무도해 백제가 멸망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한 나라의 몰락 같은 엄청난 사건의 원인을 왕과 왕비의 성정(性情)에서 찾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전쟁에서 승리한 자들의 눈에 거슬릴 정도로 치열하게 저항을 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 김홍정 작가[사진=남궁은]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 김홍정에게 600년 백제는 어머니, 혹은 고향과 같은 존재였다. 왕들의 무덤이 모여 있는 송산리 능원을 거닐고, 민초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공산성에서 뛰어놀 때 그의 머릿속에는 서기 660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불과 반 년만에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무력하게 스러져간 백제 최후의 날들에 대한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신작소설 '의자왕 살해사건'은 제국의 '장려(壯麗)한 낙일(落日)'에 바치는 백제 후예 작가의 헌사(獻詞)인 셈이다.

"역사가 승자의 시각에서 기록되고 해석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백제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고구려 및 왜(倭)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신라 및 당과는 대적했던 백제의 역사는 후대에 들어 '의자왕과 삼천 궁녀' 따위의 가당치 않은 후일담 수준으로 왜곡되거나 축소됐다. 모든게 서기 660년 6월, 남부여가 서라벌의 군사지원을 받은 당나라 13만 대군에게 패한 뒤 벌어진 일이다. 백제 패망과 관련해 전하는 사서의 기록은 '대왕 의자와 처 은고, 아들 융 등이 신하, 백성들과 함께 낙양성으로 끌려가 그해 겨울 병들어 죽었다'는 내용이 전부다. 신작장편 ‘의자왕 살해사건’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 김홍정 작가 [사진=남궁은]


소설은 낙양성으로 압송된 해 겨울 "병들어 죽었다"라고만 전하는 의자왕의 미스테리한 죽음을 역추적해 가는 스릴러형식을 취하고 있다. 백제 멸망 이후 의자왕의 아들 여풍이 백제부흥운동을 이끌게 되기까지 막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진 것인지를 비밀 무사집단 '거믄새' 및 백제의 마지막 왕비 '은고'를 중심으로 박진감 넘치게 풀어냈다. 사서에 '요망무도한' 인물로 묘사된 백제의 마지막 왕비 '은고'는 소설 속에서 백제의 운명을 손에 쥔, 강력하고도 매혹적인 여걸로 재탄생했다.

소설 속 은고는 노회한 귀족들을 견제하고 젊은 장군들을 기용해 왕권을 강화하는 대개혁을 이끌어간다. 화검술을 겸비한 대담한 책략가이자 사랑과 대의 사이에서 신념을 좇는 능동적인 여성이기도 하다.

이미 전작 <금강>에서 연향 부용 미금 등 주체적이고도 자신감 넘치는 조선 중기 여성상을 그려냄으로써 한국 소설의 새로운 흐름을 열었던 김홍정은 '의자왕 살해사건'에서도 운명과 담대히 맞서는 진취적 여성 주인공 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국가와 민족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떨쳐 일어난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다. 멀리는 소설 속 백제부흥운동을 이끌었던 사람들로부터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우국지사들을 거쳐 최근 촛불국면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꾼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소설 '의자왕 살해사건'은 대륙을 향한 백제인들의 꿈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 분투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KPI뉴스 / 윤흥식 기자 jardi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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