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로에 선 '부동산 공화국'…李대통령 vs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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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부동산 공화국'…李대통령 vs 금리

박철응   설석용 기자
기사승인 : 2025-10-02 17:11:15
가계 자산 중 부동산 75%…美 28%, 日 37%
부동산 대책, 급한 불 껐으나 상승세는 여전
금리 인하 가능성 커져…"집값과 반비례"
대출 규제 추가? 보유세 인상?…"정책 수위 주목"

"정치인, 건설업자, 유력자, 재벌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중산층, 서민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이 부동산으로 대박을 노리는 사회, 그것이 바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말 외에 이를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2019년 출간된 '부동산 공화국 경제사'(전강수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 출판사의 책 소개 중 일부다. 부동산 공화국은 한국 사회의 부가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돼 있음을 단적으로 이르는 용어인데, 6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부동산에서 첨단산업 등 '생산적 경제' 활동으로 자금이 옮겨 가도록 하는 이른바 '머니 무브'에 방점을 찍고 있다. 때마침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어서 자금 이동을 뒷받침한다. 

 

▲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이재명 정부는 출범 4개월만에 이미 두 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고 추가 조치를 계속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 가장 강력한 변수인 금리가 인하기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은 정책 목표와 상반되는 대목이다.

정책과 금리 사이에서 한국 부동산 시장이 기로에 선 형국이다. 양쪽의 힘이 어느 정도 세기로 작용할 지가 관건이지만 여전히 수요 심리가 넓고 강하다는 점에서 우상향 흐름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6·27, 9·7 대책 이후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의 급등세는 잦아들었지만 상승 흐름은 이어져왔고 최근에는 다시 두드러지는 조짐이다. 

 

2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2024년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1경3068조 원인데 이 중 주택이 6649조 원(50.9%), 주택 외 부동산 3094조 원(23.7%)을 차지한다. 자산의 75%가량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2021년 기준 미국은 28.5%, 일본 37.0%, 영국 46.2%인 것을 감안하면 부동산 공화국 표현이 무색치 않아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가 기본적으로 부동산 투기 중심인 측면이 있다"면서 "그 비중이 너무 크다 보니까 이제는 정상적인 경제 성장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는 상태"라고 직격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예상치 못한 즉각적이고 강한 대출 규제를 내놓았고 지난달에는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추가 대출 수요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지난 6월 1.4%로 2018년 9월(1.8%) 이후 가장 높았는데 7월에는 1.1%, 8월 0.5%로 수그러들었다. 특히 거래량이 6월 1만2131건에서 7월 4362건으로 64% 급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집값이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0.82% 상승해 14억3621만 원에 이르렀다. 한강 이남 11개구의 평균 매매가는 18억677만 원이다. 

 

특히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서울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16.4로 전월 대비 13.8포인트나 높아졌다. 그만큼 향후 집값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표다. 한국은행도 "(9·7 대책 후) 강남 3구 및 마포·용산·성동구뿐 아니라 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구 등의 상승률도 높아진 모습"이라며 "대책 시행 이후에도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 심리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대책이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근본적 해법이 되지는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상환 능력을 고려치 않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려는 수요자들에게 워닝(경고) 사인을 준 것에는 의미가 있었다"면서도 "공급 감소 상황에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막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주택담보대출 6억 원 상한은 일부 수요 억제 효과가 있었지만 전체 시장흐름을 바꾸기는 불충분했다"며 "수요 억제나 공급 대책은 이미 익숙한 사안이기 때문에 시장 영향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향후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가져올 파장이 주목된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개월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한국은행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

금리 인하도 가장 고려할 사항이 집값이다. 한국은행 분석을 보면, 2023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기에 경기가 미친 기여율이 -20.8%였는데 금리는 22.3%였다. 경기 부진에도 금리 조건이 받혀준다면 집값은 오를 수 있음을 방증한다. 한국은행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과거 주택 가격 상승률과 금리는 어긋난 적 없이 반비례했다"며 "현재 기준금리 2.5%에서 이르면 연말까지 2.0%까지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부동산 대책이 물줄기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며 오히려 서울 외 수도권, 그리고 이후에는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의 주요 지역들로도 집값 상승세가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출 규제가 얼마나 약발을 발휘하느냐도 관건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주택담보대출을 타이트하게 막아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 효과가 좀 반감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수요 상황은 나아지기 때문에 집을 싸게 내놓을 이유가 없어져 호가가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정부가 얼마나 실효성 있고 강력한 정책을 실행하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풍경이 달라질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함영진 리서치랩장은 "앞으로 대출 규제 기준을 더 낮추는 등의 여지가 열려 있다고 본다"면서 "금리 인하로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지 않도록 하려는 정부의 대책 수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요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높아질 지를 가늠해보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팀장은 "하반기 결정적 변수는 정책"이라며 "금리가 낮아져도 만약 정부가 세금 쪽에 손을 댄다면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KPI뉴스 / 박철응
·설석용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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