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적정 합병비율은 최소 1대1"
"삼바 분식회계, 한국판 엔론 사건…엄격 처벌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비율 왜곡으로 최대 4조1000억 원의 부당 이득을 얻은 반면, 국민연금은 최대 6746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재용 부당 승계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사기 사건에 관한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이 보고서에서 "이 부회장이 법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할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사실상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서는 삼성그룹 승계가 어려웠고 이에 정치권력과의 국정농단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은 "이번 보고서는 삼바 가치평가 왜곡에 따른 합병비율 왜곡, 콜옵션 부채 미반영, 국민연금 손실 추정액 등 지금까지 입수한 모든 자료를 반영한 보고서"라고 의미를 밝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2016년 12월 금융감독원에 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관한 질의서 송부를 기점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 부당 승계에 관한 문제제기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 이 부회장의 부당 승계에 주목해야 할 사회적 이유 △ 이 부회장의 부당 승계의 본질 △ 이 부회장의 승계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간 관계 △이 부회장과 삼바 회계사기 간 관련성 등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이상훈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이 부회장 승계의 본질은 최소의 비용으로 지배권을 이전 받아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승계의 구체적, 실천적 목표는 최소의 경제적, 사회적 비용으로 삼성생명에 대한 총수일가의 과다한 지배력을 활용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부족한 지배력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확보는 삼성그룹 승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지만, 삼성전자 지분이 거의 없는 이 부회장으로선 자신이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등 다른 계열사 지분을 부풀리고 유의미하게 바꿔놓는 조치들을 취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분석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와병 이전 삼성그룹의 출자 구조를 보면,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와 삼성에버랜드 지분 19.34% 등 이들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반면(2014년 3월 기준), 삼성전자는 자사주 11.1%를 제외하면 삼성생명 7.55%, 삼성물산 4.06%, 이 회장 3.38% 등으로 불충분한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이 회장의 와병 직후 심화됐다. 보고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에 대한 개인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삼성생명을 통한 지배와 상속으로만 취득할 경우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정상적인 승계를 상정하면 약 9조 원대의 상속세(이 회장 지분의 약 60%)를 납부해야 하므로 이 회장 와병 이전에 비해 지배력은 더욱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승계 작업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에 대한 과다한 지배력의 일부를 전용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공고히 하는 것"이라면서 "2014년 하반기부터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한 기업 분할과 합병, 2015년 중반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한 합병은 모두 이런 실천적 목표를 위해 주도면밀한 계산 속에서 추진된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비판했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회계사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불합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삼성 입장에서 가장 확실한 대응은 회계 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이었을 텐데 예상과 달리 지난 4년 동안 입수할 수 없었다"면서 "보고서를 보는 순간 회계사들이 작성한 것이라고 믿기 어려웠을 만큼 (허술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삼성물산의 평가 누락액인 현금 및 현금성자산 1조7500억 원을 보정해 적정 합병비율을 재산정했다. 그동안 삼정·안진 등 두 회계법인에서는 이 금액을 모두 무시하고 0원으로 평가했다. 김 회계사는 "1조7500억 원을 전액 반영한 경우와 일부 반영한 경우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증권회사 평균치와 삼바 순자산가치로 평가한 결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정 합병비율은 모든 경우에 1대1을 상회하고 최대 1대1.36까지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일본의 반도체 제조공정 핵심소재 수출규제 발표 이후 이 부회장의 행보를 다루는 언론 보도에 대한 당부도 나왔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많은 언론과 정치권에서 '경제가 어렵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이 부회장을 처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스스럼 없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이야기들로 인해 재벌의 부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또 오히려 아베 정부를 지지해주는 발언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최근의 드러난 증거들은 이 부회장으로의 삼성 승계가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사실을 설명해줬다"면서 "미국의 엔론 사건에 관한 미 사법당국의 엄정한 법 적용 사례처럼 이 부회장의 부당 승계 작업에 대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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