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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이어 '노동법원' 추진…노동부 쟁점 검토

박철응
기사승인 : 2025-09-04 17:10:14
관할과 심급 구조, 국민 참여 '참심제' 여부 등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尹 정부 때도 추진
법관 73% 설립 찬성 "신속 효율적 분쟁 해결"

고용노동부가 '노동법원' 설립에 대한 쟁점 검토에 나섰다. 노동 사건은 별도의 전문법원이 맡도록 하자는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이며 윤석열 정부도 추진한 바 있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에 이어 새로운 노동 사법 제도가 만들어질 지 주목된다. 

 

4일 조달청에 따르면 노동부는 최근 정책연구과제 입찰 공고를 내면서 '노동 환경 변화에 따른 집단적 노사관계 발전 방안 모색'을 포함시켰다. 연구 기간은 오는 12월까지다.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오찬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연구는 노란봉투법을 통해 하청 기업 노동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할 수 있게 되자 사용자의 개념을 보다 분명히 하려 한다. 교섭 절차와 방법, 노동쟁의 범위 등의 구체화도 연구 대상이다. 노란봉투법의 현장 안착을 위한 원·하청 교섭 매뉴얼이나 지침 제작을 위한 기초 자료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이나 지역별 등으로 묶는 '초기업 단위' 교섭 활성화와 함께 노동법원 설립의 쟁점 검토가 연구 내용에 담겨 있다. 노동법원을 설립할 경우 관할과 심급 구조, 참심제(參審制) 여부 등을 다룬다. 참심제는 일반 국민이 법관과 함께 합의체를 구성하는 것으로 독일에서 발달한 제도다. 법관과 별도로 판정하는 배심제와 다르다. 노동법원 설립 시 노사 대표인 참심관을 두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지난달 발표된 '이재명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는 임기 내 노동법원 설립이 과제로 제시됐다. 노동부는 이를 위한 첫 발을 디딘 것으로 보인다. 

 

노동법원 설립 요구는 한국노총이 1989년 제기한 이후 수십년 동안 이어져 왔다. 법안도 다수 발의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노동 분쟁은 근로자의 생존권 등 그 특수성으로 인해 일반 사건과는 다른 특별한 고려와 절차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소송법 제정안과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고등노동법원과 서울·인천·수원·춘천·대전·대구·부산·광주에 각각 신설하는 지방노동법원이 노동 사건을 전속해 관할하는 내용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을 지피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민생토론회에서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노동 약자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임기 중 노동법원 설치 법안을 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빨리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노동부가 법무부와 함께 추진했으나 비상계엄과 함께 논의의 불씨가 사그라들었다. 

 

유럽에선 노동법원이 보편화 돼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위스 등이 노동 사건 전속 법원을 두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6년 당시 사법제도개혁추진위가 노동법원 제도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비직업법관이 재판부에 참여해 노동 사건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재판 절차에 반영하자는 것이었는데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법관들은 찬성하는 기류가 강하다. 2019년 사법정책연구원이 318명의 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동법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3.6%로 압도적이었다.

노동 소송 절차가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돼 있어 노동위원회 심판에 볼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항소, 상고까지 할 경우 사실상 5심을 거치게 되는 구조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9.9%였다. 

 

노동법원 설립이 필요한 이유(복수 응답)에 대해서는 △'노동법원으로 통일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분쟁 해결'(82.5%) '노동 사건의 특수성'(79.5%) '일반법원의 전문성 부족'(39.7%) '노사 대표 참여를 통한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 시민의 사법 참여 보장 필요'(35.5%) 순이었다. 


반면 불필요하다고 답변한 판사들은 그 이유에 대해 '기존 노동사건 전담재판부를 통해 충분히 효율적으로 처리 가능' '노동 사건 특수성이 강하다고 할 수 없음' '참심제 도입의 부작용 우려' '노동법원을 신설해야 할만큼 노동 사건의 수가 많지 않음' 등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오찬을 하면서 "노조법(노란봉투법) 개정으로 사용자 측이 너무 불리해진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던데, 제가 보기에는 그럴 일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노동과 기업이 양립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불신도 많고 대화가 부족하다"면서 "대화를 해서 오해를 풀고 적대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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