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금융파생상품은 어쩌다 '대량살상무기'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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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파생상품은 어쩌다 '대량살상무기'가 되었나

강혜영
기사승인 : 2019-10-04 15:49:37
곡물 가격 변동 따른 손실 줄이려고 처음 등장…금융상품으로 확대
위험전가·금융거래 활성화·효율적 자원배분 등 경제적 순기능 존재
파생시장 확장으로 위험증대…"순기능 유지하는 방향으로 규제해야"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파생상품의 위험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금융파생상품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은 2002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편지에서 "파생금융상품은 잠재된 위험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금융의 대량 살상무기(Financial weapons of mass destruction)'"라고까지 표현했다.

금융파생상품은 통화나 주식, 채권 등 기초자산의 가격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금융상품으로, 기초자산을 지닌 사람의 위험은 줄이지만 파생상품을 보유하는 사람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를 지닌다모기지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으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촉발되는 등 파생상품의 위험성은 역사적으로도 수차례 증명됐다

하지만 파생상품은 이론적으로는 여러 순기능을 지닌다. 파생상품이 처음 등장한 것도 미래 가격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이밖에도 파생상품은 금융거래를 활성화시킬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파생상품에 대해 "위험관리 기법의 일종"이라며 "잘 활용하고 발전시키면 금융시장의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도구"라고 평가한 바 있다

▲ 우리·하나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 피해자비대위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DLS판매 금융사 규탄 집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가격변동 위험 줄이기 위해 생겨난 파생상품

파생상품은 곡물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처음 등장했다. 1848년 미국 중서부 지역의 곡물 거래 중심지였던 시카고에서는 자연재해, 운송 상황 등에 따라 곡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널뛰기 가격에 따른 손해가 커지자 이를 줄이기 위해 곡물의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파는 방안이 고안됐다

이에 따라 최초의 근대적 선물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시카고상품거래소(CBOT)가 생겨났고 곡물선물계약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외부 요인에 따라 곡물 생산이 급격히 늘거나 줄어도 미리 가격을 정해 놓았기 때문에 손해를 방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생상품 거래는 이후 금, , 동 그리고 원유 등 많은 상품으로 확대됐다

1970년대 들어서 금융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금융상품들이 생겨났다브레턴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의 붕괴로 변동환율제도가 시행되면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관리할 수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이에 따라 1972년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국제통화시장(International Money Market)을 창립해 통화선물거래가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금융파생상품 거래가 시작됐다

 

위험 전가·거래 활성화·효율적 자원배분 순기능

파생상품의 대표적인 순기능은 위험전가 기능이다조승모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파생상품이 갖고 있는 핵심적인 기능 중 하나는 위험을 전가하는 기능"이라며 "위험을 줄이거나 없애고자 하는 측이 고수익을 내려는 측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매개역할을 하는 것이 파생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파생상품은 위험회피자에게는 가격 변동의 위험을 줄여주고투기자에게는 이러한 위험을 부담 시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위험을 떠넘긴 쪽은 경영활동상의 안정성을 얻게 돼 자본축적이 용이해진다.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전가로 환율, 원자재 등의 가격 변동에서 오는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경영계획이 가능해져 가격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대비한 충당금을 설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에 따라 더 많은 자본을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돼 자본축적이 용이해지는 것이다

또한, 파생상품의 거래는 기초자산의 거래를 수반하기 때문에 기초자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기능을 갖는다. 주식이나 채권 등의 증권은 파생상품의 대표적인 기초자산이기 때문에 파생상품시장의 발달은 자본시장의 발달로 이어지게 된다. 자본시장이 발달하면 자본시장을 통해 기업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쉬워진다.

아울러 파생상품은 거래 과정에서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도모한다. 파생상품은 차익거래를 통해 파생상품시장과 기초자산시장이 항상 균형상태에 머무르게 함으로써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한다. 경제학에서는 시장균형상태일 때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파생시장 급팽창으로 위험 증대규제 필요성 대두

하지만 금융공학의 발달로 복잡한 구조를 지닌 파생상품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이론상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파생상품 시장이 커지면서 파생상품 자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여러 종류의 파생상품이 혼합돼 만들어진 파생상품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이 생겨났고, 위험도 함께 증가했다. 규제당국과 은행들조차 위험 정도를 측정하기 어려운 수준의 상품들이 급속도로 확산했고, 투자자가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하거나 판매자가 이해하지 못한 채 파는 경우도 발생했다. 또 거래규모가 커지고 금융시장간 연계성이 깊어지면서 개별 금융기관이 위험관리에 실패할 경우 그 영향이 전체 금융시스템으로 파급돼 경제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커졌다

국내 금융시장도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파생상품 시장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따라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 필요성이 대두됐다전문가들은 파생상품의 순기능을 억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규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파생상품과 같이 고수익을 내는 상품은 고위험을 수반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그렇다고 은행창구에서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등의 방향으로 규제를 한다면 파생시장 자체가 소멸해 파생상품이 가진 순기능도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기능을 규제하려다가 시장을 죽이기보다는 투자자들의 투자 민감성 등을 고려한 연구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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