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업 신용도 '추풍낙엽'…그룹 지원도 난망 "우리가 남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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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신용도 '추풍낙엽'…그룹 지원도 난망 "우리가 남이냐고?"

박철응
기사승인 : 2025-08-28 16:29:39
나이스신용평가 신용등급 조정, 상향 11곳 하향 18곳
석유화학, 건설, 게임 등 불황 업종 타격
방산, 조선, 전력기기 등 특정 업종은 호황
상법 개정으로 부실 계열사 지원 어려워질 듯

올해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들이 높아진 곳들보다 훨씬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과 건설, 게임 등 업종의 부진을 반영하는 결과로 보인다. 상법 개정으로 소수(소액) 주주들의 힘이 커지면서 그룹 차원의 지원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나이스신용평가의 상반기 장기신용등급 변동 사례들을 보면 상향 조정이 11건, 하향 조정이 18건으로 집계됐다. 각각 11건으로 같았던 작년보다 신용도 하락 기업이 급증한 것이다. 

 

▲ 올들어 신용평가 등급이 하향 조정된 롯데케미칼의 대산공장 전경. [뉴시스]

 

나이스신용평가는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등에 따른 비우호적인 수급 환경, 부동산 경기를 비롯한 대내외 경기 위축 등의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까지 나서 구조조정을 추진할 정도로 불황인 석유화학 기업 다수가 하향 조정됐다. 롯데케미칼, SK어드밴스드, 효성화학 등이다. 또 건설업에서 롯데건설과 동원건설산업, 게임 업종에선 엔씨소프트와 컴투스의 신용등급이 낮아졌다. 롯데그룹의 화학과 건설 계열사들이 동반 위기에 놓이면서 롯데지주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동서기공, 유니슨, 쌍용C&E, SK스페셜티의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고려아연도 하향 조정됐는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의 현금 유출 등이 이유가 됐다. 

 

반면 두산, 현대로템, HD현대, HD현대중공업, HD일렉트릭, 대한항공, LG CNS, 삼양식품 등은 신용등급이 높아졌다. 호황기를 맞은 방위산업과 조선업, 전력 기기 등 업종이 두드러졌고 특히 HD현대그룹의 약진이 눈에 띈다. 

 

지정학적 위험 증가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증가로 인한 선박 건조 발주, AI 붐에 수반되는 전력 수요 확대 등 뚜렷한 호재가 있는 업종들이 호황기를 보내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흥행으로 덕을 봤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는 어둡다. 수출 환경은 미국의 관세 인상, 중국의 내수 위축과 과잉 공급 등으로 악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이 남아 있고 소비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수출 중심 기업들의 경우 산업별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득실이 다름에 따라 대미(對美), 대중(對中) 무역노출도 및 산업구조 재편 과정에서의 경쟁 지위 변동, 글로벌 수급 추이 등에 따라 등급 방향성은 차별화될 것"이라며 "국내 부동산 경기 및 내수 소비에 영향을 받는 기업들의 산업 환경은 당분간 비우호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기업 신용등급은 그룹 계열사로부터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한다. 재무적인 위험을 어느 정도 상쇄할 여건이 되는 지를 따지는 것이다. 2003년 이른바 '카드 사태' 때 삼성그룹은 삼성카드를 계속 지원했으나 LG그룹은 LG카드에 대한 지원을 포기하고 채권단에 경영을 넘긴 바 있다. 그룹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이 반영된 때문이다. 지금은 제도적 변화로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법 개정은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소수 주주의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효과로 귀결된다. 부실한 계열사 지원에 대한 반대 주장과 함께 배임 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최근 칼럼을 통해 "과거에는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 과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졌던 경우가 많았고 계열 차원에서는 장기적으로 이익이지만 소수 주주 차원에서는 단기적으로 손해인 자금 지원도 빈번했다"면서 "상법 개정으로 향후에는 명분이 확실하고 절차가 투명하지 않으면 계열사 자금 지원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소수 주주가 반발할 경우 자금 지원과 관련된 이사의 배임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모두 계열 지원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물론 자금 지원을 하지 않는 그룹 내 주력 기업의 신용등급은 더욱 높아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본부장은 "'우리가 남이가'는 '우리는 냉정하게 말하면 남이지'로 점점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 시대의 큰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신용평가 업계 내에서 기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앞서 김경무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유사시 계열사에 대한 재무적 지원을 명백하게 '회사 또는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상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계열 내 중요도와 계열과의 통합도가 높은 회사의 경우 지원 의지가 높게 유지돼 유사시 계열 지원 가능성 반영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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