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연계율 44%…정부 목표 80~90%에 한참 못미쳐
개별 병·의원 신청·전산 설정이 새 병목으로 부상
종이서류 없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실손24'가 시행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절반이 넘는 병·의원과 약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실손24와 실제 연계를 마친 요양기관은 전체의 약 44%다. 지난 7월 말 40.4%에서 한 달 동안 3.6%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술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아서가 아니다. 주요 전자의무기록(EMR) 업체들이 잇따라 참여하면서 이들 업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관까지 합치면 향후 연계 가능한 요양기관은 97%에 이를 전망이다. 연결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열렸지만 실제 병·의원 참여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손24는 가입자가 앱에서 보험금 청구를 요청하면 병·의원이나 약국이 진료비 영수증과 세부산정내역서 등을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보내는 서비스다. 소비자는 별도로 서류를 발급받거나 사진을 찍어 제출할 필요가 없다.
이용자 만족도도 높다. 금융위가 공개한 소비자단체 설문에서 실손24 이용자의 89%는 기존 청구 방식보다 편리하다고 답했다.
![]() |
| ▲ '실손24' 홈페이지. |
문제는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아직 많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의 A 의원도 실손24 참여 의사를 밝힌 EMR 업체의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만 아직 실손24 청구가 불가능하다. 해당 의원의 연계 신청과 전산 설정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A 의원 관계자는 "EMR 업체가 실손24에 참여한다는 안내는 받았지만 신청 조건과 정보 전송 범위, 연계 이후 필요한 업무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해 아직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결국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 진료비 영수증과 세부내역서를 발급받아 보험사 앱에 직접 올려야 한다.
반면 실손24 연계 병원을 이용한 가입자 B 씨는 "앱에서 병원과 진료일을 선택한 뒤 몇 분 만에 청구를 끝냈다"며 "별도로 서류를 발급받지 않아도 돼 편했다"고 말했다.
실손24 확산의 첫 번째 관문이었던 EMR 업체 참여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상위 5개 EMR 업체가 모두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이들 업체의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전체 요양기관의 약 97%가 실손24 연계를 신청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EMR 업체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 병·의원이 자동으로 실손24에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개별 의료기관이 연계를 신청하고 프로그램 설정과 점검을 마쳐야 실제 청구가 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97%는 실제 연계를 완료한 기관 비율이 아니라 참여 EMR 업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관까지 포함한 잠재적 연계 가능 비율"이라며 "일부 업체는 현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다음 관문은 개별 병·의원의 참여인데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금융위는 지난 5월 하반기 실손24 연계율을 80~9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1일 현재 연계율은 44%에 머물러 있다.
A 의원 측은 "의료기관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초기 설정 과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 "병·의원의 참여가 더딘 이유를 단순히 전산 구축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의료기관에 별도의 연계비가 청구되지는 않지만, 참여 동의와 초기 전산 설정, 직원 교육, 오류 및 환자 문의 대응 같은 간접적인 업무가 남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실손보험 청구 요청이 많지 않은 소규모 의원이나 약국은 기존처럼 종이서류를 발급해도 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어, 새로운 시스템에 서둘러 연결할 유인이 크지 않다"며 "연계에 따른 편익은 주로 소비자와 보험사에 돌아가는 반면 현장에서 느끼는 업무 부담과 책임은 의료기관에 남는다는 인식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의료정보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도 참여를 늦추는 원인으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실손24는 가입자가 요청한 경우에만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전송하고, 보험사가 이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면서도 "진료정보가 보험사나 중계기관에 축적돼 향후 보험금 심사 강화나 비급여 관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가 여전히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참여를 독려하는 것만으로는 연계 속도를 높이기 어렵다고 본다. 전한덕 전주대 교수는 "소비자의 전자전송 요청을 이행해야 한다는 의무와 특정 시스템에 사전 연계하는 문제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의료기관이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연계 방식과 충분한 지원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목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세부 통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EMR 업체별 개발 완료 여부와 프로그램 배포 기관 수, 의료기관 신청 수, 실제 연계 완료 수를 구분해서 공개해야 어느 단계에서 지연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손24의 기술적 기반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결국 실제 병·의원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연결 가능한 기관이 97%까지 늘어나더라도 실제 연계율이 44%에 머문다면 '종이 없는 실손청구'는 아직 절반의 현실에 불과하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저작권자ⓒ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