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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김경수 구하기'는 가능할까?

김광호
기사승인 : 2019-03-05 18:10:19
'드루킹' 靑까지 연결될까 노심초사…PK민심도 걱정
여권 내부서 역효과 우려…대법원도 공개 반박 나서
3월 중순께 보석신청 추진…그 결과에 관심 집중

여권이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 구명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어, 2심 결과가 뒤집힐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의 공범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30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곧바로 당내에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은 재판부를 '적폐 판사'로 규정해 여론홍보전을 펼친 데 이어, 지난달 18일 경남을 찾은 이해찬 당대표가 "현직 도지사를 구속한 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라며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 이튿날엔 '김경수 판결문 함께 읽어봅시다'라는 판결문을 분석하는 기자간담회와 대국민 설명회를 잇따라 여는 등 총력전에 돌입했다.

▲ 지난 1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 조작' 관련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친문계 핵심' 김지사, 靑까지 불똥튈까 우려…당내 주도권 다툼도 얽혀


이처럼 여권에서 '김경수 구하기'에 올인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김 지사가 당내 주류인 친문계 인사라는 점이 꼽힌다. 김 지사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친문계의 핵심 인사다. 김 지사의 구속은 친문계의 직접 타격이기 때문에 구명운동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김 지사의 구속 사유인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갖는 상징성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국정원의 댓글여론 조작 같은 전 정권의 부도덕성을 심판하며 등장한 문재인 정권으로선, 사이버 여론조작이 대선과정에 얽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


게다가 문대통령 부인 김정숙 씨가 드루킹이 주도한 '경인선(경제도사람이먼저다)' 회원을 격려하는 영상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은 청와대로 번질 수 있는 불똥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선제 공격에 애쓰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어렵게 차지한 PK(부산경남) 지역을 야당에 다시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오는 4월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으로 경남에서만 두 곳이다. 지난 총선에서 가능성을 보인 이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둔 부산·울산·경남의 민심을 잃을 경우, 다음 총선서 승리를 보장하기 어렵다.


그러나 민주당의 '김경수 구하기' 움직임에 사법부와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여당 일부 의원들은 오히려 사법부가 여당의 ‘지나친 김경수 구하기’ 때문에 1심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사법부는 판결 자체가 정치 쟁점화돼 2심 결과가 또 다른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김 지사를 법정구속한 성창호 부장판사가 법원의 신변보호 조치를 받았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는 김 지사의 판결에 불만을 가진 지지자들이 성 부장판사에 대한 위협과 비난을 지속한 데 따른 것이다. 

 

▲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에서 차정인(오른쪽 두번째)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 "김경수 판결문 간담회 부적절"…윤한홍 "여권의 꼬리 자르기"


민주당이 앞장서 사법부를 압박하자 대법원은 결국 공개적 반박에 나섰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윤한홍 의원이 공개한 대법원 의견서에 따르면, 대법원은 민주당의 '김경수 1심 판결문 분석' 간담회와 관련해 "헌법상 보장된 법관 독립의 원칙이나 법치주의의 원리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1심 판결이 적폐세력의 보복판결'이라는 민주당 간담회 주장에 대해 "판결 내용이나 결과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당연히 보장돼야 하고, 바람직할 수 있다"면서도 "판결 결과에 대한 불복은 구체적인 내용에 근거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상소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를 넘어서 과도한 표현을 하거나 재판을 한 법관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법관 독립의 원칙이나 법치주의의 원리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김경수 1심 판결은 '적폐세력의 보복판결'이라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대법원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의원은 "이것은 민주당이 김 지사의 윗선에 대한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이라며 "이미 1심 판결문만 봐도 실질적인 물증이 300건 가까이 된다. 이는 민주당의 정치공세"라는 입장을 본지에 전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의 윗선으로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단순히 김경수 구하기가 아닌 그 윗선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또 단순한 사법부 길들이 차원이 아닌 2심 재판에 대한 선제적인 공격"이라고 맹비난했다.

▲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국 시장·군수·구청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경수 지사의 불구속 재판'을 요청하고 있다. [뉴시스]


정성호 "법리적인 것에 대한 비판돼야…당 문제로 치환해선 안돼"

 

민주당 내부에서도 '전당적 김경수 구하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일부 의원은 2심서 판결이 뒤집힐 경우 따라올 비판 여론을 의식해 재판부가 오히려 1심대로 유죄를 선고하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법조인 출신의 비주류 중진인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시, 3선)은 지난 26일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법리적인 것에 대한 비판이 돼야 한다"면서 "판사 개인에 대한 공격을 하거나 사법부 자체에 대한 불신을 표명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판결에서도 1심 판사가 증거를 취사선택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의해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 전체를 적으로 돌리면 안된다"면서 "김경수 지사의 유죄 여부는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의 문제로 치환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형, 법정 구속은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지점을 제시하며 대응해야 한다. 양승태 적폐의 반대, 반격으로 대응하는 것은 안 좋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 의원은 "나도 재판이 무리였고 법정구속까지는 과했다고 본다"며 "당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기보다는 개별 의원들의 의견표명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민주당과 김 지사 측은 3월 중순께 보석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김 지사가 보석으로 풀려나면 경남지사 업무를 다시 수행하면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김 지사의 보석 여부는 2심 재판부 판단에 달려있고 그 결과가 공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재판부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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