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의 눈] 졸속이 낳은 해프닝 '금융감독 개편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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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졸속이 낳은 해프닝 '금융감독 개편 백지화'

유충현 기자
기사승인 : 2025-09-25 17:10:40
금융정책·감독 분리 방안, 정부조직법에 담지 않기로
추진 명분 설득력 빈약…금융당국 반발에 밀려 백지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25일 오전 긴급회의를 갖고 금융 정책·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은 정부조직법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분리안을 담은 정부조직법이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는데, 당일 갑작스럽게 바뀐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18년 만의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라는 첨예한 이슈가 100일 넘게 금융권을 흔들어놓고는 어이없이 없던 일이 된 셈이다.

 

정권 초기 국정철학이 담긴 정부조직 개편안이 이해당사자 반발로 철회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금융조직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조직 개편과 별개인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도 함께 백지화됐다. 금감원 직원들의 강한 반발에 당정이 물러섰다는 얘기가 들린다. 

 

▲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조직 개편안 내용 등 고위당정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원점으로 유턴한 원인은 결국 졸속·일방 추진이었다. 사전에 의제를 설정하고 국민 여론을 형성하는 숙의 과정이 없었다. 수 개월간 추측만 무성했지 관련 기관, 기구 간 구체적 논의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 7일 정부조직 개편안이 툭 튀어 나왔다. 사실상 '조직 해체' 통보를 받은 쪽에서 반발이 뻔했다. 철회 결정도 하루만에 이뤄졌다. 한 의장은 "어제 오후부터 긴급 논의했다"고 했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의 명분도 설득력이 약했다. 정부는 '감독 독립성 강화'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 했다. 독립성을 높이겠다면서 통제를 강화하는 모순된 주장이다.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채 급발진된 정책으로 감정다툼만 남았다. 길 가는 시민들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정책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의 분리를 지지하느냐"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 대부분은 잘 모른다거나 관심 없다고 답했을 것이다. 민주적 정당성이나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정권의 속내는 다른 데 있었다. 검찰·기재부·금융당국 등 권한이 강한 조직을 나누고 쪼개 통제력을 높이려 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나누고 통치하라(Divide et Impera)'는 오랜 격언대로다. 정부조직개편 발표 당시 행정안전부 국장이 "지금까지 금감원이 하는 역할에 비해 외부의 민주적인 통제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말한 대목이 핵심이다. 정치적 목적을 '소비자 보호' 명분으로 포장하니 여론 동력도 얻지 못했다. 그래서 무산됐다.

 

이번 해프닝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정권의 국정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정부조직 개편이 저항에 부딪혀 좌초된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사실 반발하는 측 논리도 공감하긴 어려웠다. 금감원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독립성을 위한 정책과 감독 분리'를 외치며 집단투쟁을 했다. 이번엔 '감독효율'을 위해 금융소비자원 분리에 반대했다. 옥외 투쟁은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솔직한 리더십'이 장점이다. 국무회의에서도 "장관이 어떻게 모든 걸 다 알 수 있겠느냐. 모르면 모른다고 답하라"고 주문하며 투명한 토론을 강조했다.

 

차라리 이번에도 정부가 국민들에게 정직한 질문을 던지는 편이 어땠을까. "금융당국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니 정부가 더 효과적으로 통제하려 합니다. 동의하십니까"라고 물었다면, 국민들은 '권한이 정말 비대한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같은 진짜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정책의 단단한 동력은 입법기술이나 속도전이 아니라 숙의의 깊이에서 나온다. 

 

▲ 유충현 경제부 기자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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