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년간 4대 시중은행 6000명 넘게 감원
은행권 인력 구조조정 계속 이어질 것

베이비붐 세대가 마지막 '희망퇴직' 행렬에 올랐다. 길게는 30여년간 일해온 은행이라는 직장에서 더 이상 그들의 자취를 찾기는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베이비부머는 1955~1963년생을 지칭한 것으로 6·25전쟁 이후 미뤄졌던 결혼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면서 출생한 세대를 뜻한다.
어차피 50대 중반인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당장 임금피크제에 들어가고 몇년 지나 바로 퇴직이다. 3년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주는 희망퇴직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결단이 쉽지 않다. 시중은행 부지점장 K씨(55)는 "당장 희망퇴직을 하면 무얼 하나. 뭐 할게 있어야지"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1964년생 대상 희망퇴직 접수도
1960년대에 태어나 현재 50대 중후반인 '베이비부머'들은 '사오정'(45세가 정년)과 '오륙도'(56세에 현직이면 도둑놈)라는, 쓸쓸한 레토릭의 주인공이다. 사무실의 풍경 속에서 50대의 지위는 위태롭다. 혈기왕성한 30·40대보다 생산성이 크지 않으면서 비용(임금)은 많이 들어간다. 젊은 후배 직원들에게 때로는 '월급 루팡'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은행권은 베이비부머들 중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직원에게 특별퇴직금을 주고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자녀학자금을 지원하고 재취업을 지원한다. 이에 희망퇴직 행렬이 이어진다.
최근 KB국민은행 희망퇴직에는 600명이 넘게 신청했다. 지난해 희망퇴직자(407명)의 1.5배 수준이다. 작년 말 NH농협은행(600여명), 우리은행(400여명), 부산은행(100여명), 대구은행(100여명)에서도 희망퇴직으로 수백 명씩 짐을 쌌다. 지난 14일 마감된 신한은행 희망퇴직에는 230여명이 신청서를 냈다. KEB하나은행은 16일까지 1964년생 직원 33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2~3년간 4대 시중은행은 6000명이 넘는 직원들을 감원했고, 이 같은 은행권 인력 구조조정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희망퇴직 규모도 해를 거듭할수록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은행간 경쟁 심화로 수익 준다
산업은행은 지난 12일 발표한 '2019년 금융시장 및 금융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은행권의 수익이 예년 같지 않을 거라 전망했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 제한, DSR(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 규제로 가계대출 규모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자본조달 비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현재 대출금리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시중은행이 적극적으로 공시하는 방식의 자본규제 방안을 만들고 있다. 산은은 이에 따라 자본 조달비용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완화에 따라 경쟁이 심화하는 점도 부담이다. 산은은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 확대에 따라 중금리대출을 포함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중심으 로 금리와 수수료 인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3월에는 제3인터넷전문은행의 예비 인가 신청도 예정돼 있다.

은행마다 디지털·기업 영업 강화
위기에 직면한 은행은 영업파트를 강화하는 추세다. 하나은행은 최근 현장 중심의 영업 지원 활동 역량을 높이기 위해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중앙영업그룹을 2개의 영업그룹으로 분리했다. 비대한 업무권역을 나눠 좀더 치열하게 영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관사업본부를 기관사업단으로 격상해 기관 손님에 대한 업지원과 관리, 마케팅 전문성도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시니어 시장 확대에 발맞춰 시니어 마케팅 팀을 새로 만들었다. 50대 이상 고객들에게 자산관리와 비금융부문까지 포괄하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기관업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금고에 선정되기 위해 개인그룹 내에 있던 기관영업 부문을 기관그룹으로 분리했다. 기관고객부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기관그룹을 확장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디지털 사업과 기업영업 강화에 중점을 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룹 내 디지털·IT·데이터 부문을 총괄하는 디지털 혁신부문을 신설했고 개인고객부문 및 중소기업(SME)부문도 새롭게 만들었다. 개인과 중소기업 고객을 겨냥해 은행·증권·보험 등 계열사 서비스를 합친 패키지 상품 등 그룹 차원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거액 퇴직금 챙기며 '돈잔치' 벌여" 비판도
노조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은행이 새로운 영역으로 파이를 키워간다고 해도 그것이 금융노동자의 고용 유지로 귀결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은행의 인력 배치는 업무의 성격에 따라 이뤄지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쪽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인력이 비용으로 치환되고 비용을 줄여가는 쪽으로 인사이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지섭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교육문화홍보본부 실장은 "인력의 재배치가 직원들의 부서 희망을 감안하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두려워하는 50대 은행원을 디지털 쪽으로 배치한다는 것은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화하면 인력이 많이 필요치 않다"면서 "채널을 바꾸려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아도 되지만 기존의 업무와는 결이 다른 업무를 주는 등 모욕감을 느끼게 해 결국에는 자기 발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터에 일각에서는 은행권 희망퇴직자들이 거액의 특별퇴직금을 챙기며 고객들 예금으로 '돈잔치'를 벌인다고 비난한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금융업도 변혁기를 맞은 가운데 벌어지는 '슬픈 돈잔치'라고 해야 할까.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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