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장세동 안기부장이 헌정한 전두환 '지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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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동 안기부장이 헌정한 전두환 '지휘일지'

김당
기사승인 : 2019-02-18 14:51:14
[발굴] 防牌日誌, 박쥐日誌, 독수리일지, 前進日誌, 호랑이日誌, 陽地日誌
12·12로 군권 쥔 전두환, 중앙정보부 장악해 5·18 진압 및 '국보위' 설치

防牌日誌, 박쥐日誌, 독수리일지, 前進日誌, 호랑이日誌, 陽地日誌….


이상은 한질로 된 책자 6권의 제목들이다. 무슨 책일까? 한질로 돼 있지만 책자의 발행처는 각각 다르다. 발행처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호랑이일지’와 ‘양지일지’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중앙정보부장(서리)을 겸임한 시절의 '지휘일지'를 각각 보안사와 국가안전기획부가 편찬한 '소장용 헌정' 책자이다. [김당 기자]


제30경비대대, 보병 제29연대, 제1공수 특전여단, 보병 제1사단, 국군보안사령부, 국가안전기획부….


그렇다. 6권의 책과 그 발행처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전두환’이다. 제30경비대대, 보병 제29연대, 제1공수 특전여단, 보병 제1사단, 국군보안사령부는 군인 전두환이 지휘관을 지낸 부대들이고, 책자의 제목은 그 부대의 상징이나 마크에서 가져온 것이다. 예를 들어 방패는 수경사 제30대대의 부대마크이고, 박쥐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보병29연대의 상징이고, 호랑이는 보안사의 상징이다. 그리고 ‘양지’는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의 부훈(部訓)에서 따온 것이다. 


이 중에서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관련해 주목할 책자는 《호랑이일지》(79. 3. 5~80. 8. 21)와 《양지일지》(80. 4. 14~80. 7. 18)이다. 전두환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경호실 차장보(준장)를 거쳐 79년에 국군보안사령관(소장)으로 부임해 10.26 박정희 시해 사건이 터지자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12.12 군사반란으로 군권을 장악해 80년 3월 중장으로 승진한 뒤에 이른바 ‘서울의 봄’으로 불린 그해 4월부터 3달간 중앙정보부장(서리)을 겸임했다.

군권을 쥔 전두환은 정보와 돈이라는 두 개의 사다리가 필요


군권을 쥔 그가 왜 현역군인의 겸직을 금지한 법률을 위반하면서 굳이 ‘서리’라는 딱지를 달아 중앙정보부장을 겸임했을까? 하극상의 쿠데타로 군권을 거머쥔 그가 대권을 잡으려면 두 개의 사다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바로 정보와 돈이었다. 그 두 개의 사다리를 가진 ‘보물창고’는 중앙정보부였다. 게다가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대통령을 시해한 ‘역적’의 처지여서 보물창고는 무주공산이었다. 


그는 군권을 쥐었지만 현역군인은 실정법상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도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그래서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편법으로 민간인 옷(중앙정보부장서리)을 걸치게 된 것이다. 또한 집권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다. 당시 중앙정보부 예산은 연간 800억원 정도였는데 통상 예산의 15%가 통치자금으로 사용되었다. 그는 소령 시절 중정 인사과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어 그런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는 중정 예산의 15%인 120억원을 빼내 정치자금으로 유용했다.


전두환 장군은 1980년 4월 15일 중앙정보부장서리로 취임했다. 중앙정보부에서 국가안전기획부로 개편된 당시의 편제와 인원은 ≪양지일지≫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국가정보기관은 조직 편제 자체가 Ⅱ급 비밀이므로 공개 책자에는 기술될 수가 없다. 그런데 국가안전기획부 이름으로 발간된 ≪양지일지≫에는 개편 전·후의 조직 편성표와 직제, 그리고 부서장급 이상 간부 명단까지 기재되어 있다. 


일부 부서장의 재직기간을 보면 1985년 3월 재직자까지 기록돼 있다. 재직 시점으로 보면 제13대 장세동(張世東) 국가안전기획부장(1985. 2. 19~1987. 5. 25) 시절에 만든 책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자의 존재를 확인해준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양지일지≫는 전두환의 ‘심복 중의 심복’인 장세동이 부장으로 부임한 뒤에 안기부 내에 있는 자신의 '주군'이자 선배 부장인 전두환의 기록을 ‘일지’ 형식을 빌려 책으로 엮어 ‘소장용으로 헌정’한 것이다.

 

참고로 이 책자는 평문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당시 국군보안사와 중앙정보부의 조직 기구표와 간부 명단은 2급비밀로 분류된다. 비밀 지정 및 분류 권한이 있는 당시 보안사와 안기부가 군사기밀보호법과 국가안전기획부법을 위반해 각각 Ⅱ급 군사기밀과 2급비밀을 외부의 소장용 책자에 실은 것이다.


이와 유사한 기록물로 국군보안사령부가 펴낸 ≪第五共和國 前史≫(1982년)를 들 수 있다. ≪第五共和國 前史≫(이하 5공前史)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정점으로 한 12.12 쿠데타 세력이 1979년 10.26 사건부터 1981년 4월 11일 국회 개원일 전까지 권력을 찬탈한 과정을 스스로 기록한 책이다. 


보안사는 ≪5공前史≫를 1982년 5월 6권의 책(2,486쪽)과 3권의 부록(1,300쪽 분량)으로 편찬해 한 질은 전두환에게 보내고 나머지 두 질은 기무사 자료존안실에 보관했다. 전두환이 2017년 4월에 출간한 세 권짜리 회고록은 이 ‘승리를 자축한 기록’을 토대로 한 것이다. ≪5공前史≫는 <한겨레>가 입수해 처음 공개한 바 있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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