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실패냐, 연장이냐…기로에 선 '소득주도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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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냐, 연장이냐…기로에 선 '소득주도성장'

손지혜
기사승인 : 2019-07-01 14:09:29
엇갈린 평가로 'J노믹스' 유지해도 '속도 조절' 불가피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J노믹스'의 뼈대다. 이중 대표적인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다. '소주성'은 'J노믹스'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지금 '소주성'의 처지는 곤혹스럽다. 시행 2년여가 지났지만, 그 효과는 미심쩍다. 서민 가계 소득을 높여주면 소비가 늘고 기업 투자, 고용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일자리를 줄인다. 양극화가 해소되기는커녕 '을(乙)들의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글로벌경기 침체까지 겹쳐 수출과 투자도 부진한 터다.

이제 그만 소주성 실패를 선언하고 폐기해야 하는 걸까, 인내심을 갖고 계속 밀고 가야 하는 걸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표=이휘영 디자이너]


사망선고 VS 판단하기 일러

"사망선고 난 거지, 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문우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소주성'을 이렇게 평가했다. 문 교수는 "(소주성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철저히 내수경제일 것, 임금이 올라도 물가가 오르지 않을 것. 전자에 대해 문 교수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내수가 워낙 크면 수출의 영향이 적으니까 (임금을 올려도) 커버가 된다"면서 "그러나 수출이 반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임금이 높으면 수출을 못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또 "임금이 올라가면 이게 물가로 전가되는데, 그러면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생산성을 올리는 게 모든 것의 전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주성'이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중론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수출 비중이 높고 내수가 작은 경제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을 올리면 수출 경쟁력이 약화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소주성은) 포스트 케인지안들이 주장한 성장 전략인데, 이들은 임금 주도 성장정책이 주로 미국과 일본 같이 내수 기반의 경제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평가에 대해서는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주성을) 실패라고까지는 말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궤도 수정이 조금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 비용 급증이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경직적 시행 등에 대한 정책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방향성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현재 상황하고 속도를 따져봤을 때 상당한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성의 성패를 판단하기 전에 '소주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주성은) 워낙 정치적 슬로건에 가까운 단어다"라면서 "꼭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안 하더라도 분배를 개선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금인상 부담, '임금인상 선순환 고리' 끊어

'소주성'은 최저임금을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끌어올렸다. 2년간 29.05%의 상승(2017년 6470원→2019년 8350원)을 보였다. 그럼에도 양극화 해소는 요원하다. '최저임금 인상→소비 진작→기업의 투자 및 고용 확대'의 선순환 메커니즘은 작동하지 않았다. 다수 경제학자는 '자영업자의 지출'이 선순환 고리를 끊었다고 분석했다.

문우식 교수는 "최저임금 부담은 누가 지냐"면서 "재정으로 보조금 형태로 할 것을 자영업자 부담으로 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식 교수는 "저임금을 인상하고 기업이 고용을 줄이니 소득의 양극화도 해소하기 쉽지 않다"고 봤다. 하준경 교수도 "최저임금 자체는 정부의 재정이 들어가는 일이 아니다. 자영업자가 피고용자한테 돈을 더 주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제대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 줘야 한다. 거시적으로는 재정을 많이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 교수는 재교육에 대한 재정 지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업해도 극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안전망을 갖춰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재교육과 직업훈련"이라면서 "재정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사람에 대한 투자는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하다. 사람을 키워서 보는 이득은 사회가 누리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수요 중심의 접근'보다는 '공급 측면의 접근'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정식 교수는 "임금을 높였는데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배경은 중국이 우리의 주력산업을 따라잡고 있어서"라며 "결과적으로 문제는 산업경쟁력이 낮다는 공급 측면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제조업의 혁신 등 공급 쪽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단기부양·낙수효과 회귀? 대안 아냐

이명박·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은 '부동산 중심 단기부양'과 '기업 성장의 낙수효과'가 핵심이었다. 이 정책이라고 문제가 없었던 게 아니다. 양극화 심화,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 강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반성과 반작용으로 등장한 '소주성'이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단기부양과 낙수효과의 유혹이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법인세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궤를 같이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6월 18일 발표한 '법인세율이 FDI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법인세를 내린 금액이 투자로 연결된다고 가정하면 6만9000명의 고용 창출을 할 수 있고, 해외직접투자(외국인이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것)가 343억 달러 줄어들면 33만3000개의 국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가 기업 투자를 촉진했음을 보여주는 어떤 통계나 분석도 찾아볼 수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감세 정책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세율 기준 30%대였던 법인 명목세율은 22%로, 20%를 넘던 실효세율(실제로 낸 세금 기준)은 2013년 16.0%로 떨어져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국회예산정책처, 한국은행, 국세청에 따르면 2009∼2013년 5년간 기업들이 감면받은 세금은 37조여 원, 이 기간 민간의 투자(총 고정자본형성) 증가액은 39조 원이었다. 투자 증가액이 감면액보다 겨우 2조 원 웃도는 규모다. 감면액 대비 연평균 투자 증가액이 4000억 원에 불과하다. 이에비해 실효세율이 20%선으로 훨씬 높았던 노무현정부(2003∼2007) 5년간의 투자 증가액은 53조 원으로 1.36배에 달한다. 기업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던 시기에 더 많이 투자했다.

하준경 교수는 "낙수효과라는 것은 잘 안 나타난다는 게 이미 밝혀진 사실"이라면서 "낙수효과만 바라보고 있으면 경기가 전체적으로 좋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경제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낙수효과를 아예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이미 오래전 신빙성을 잃은" 허구 또는 미신으로 혹평한다.(저서 '불평등의 대가') 소주성에 '사망선고'를 내린 문우식 교수도 "그렇다고 단기부양과 낙수효과가 대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상조 실장에 대한 주문…"운용은 부처에 맡겨라"

몇몇 경제학자는 부처별 독립성을 강조했다. 성태윤 교수는 "김상조 실장이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는 경제부총리라는 인식으로 접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우식 교수도 "경제정책 운용은 각 부처에 자율권을 줘서 그냥 맡기면 훨씬 나을 것"이라면서 "청와대가 뒤에서 다 조정하면 문제가 더 생긴다"고 말했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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