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재건축 핵심은 안전진단 아닌 사업성…법 개정 등 실현 여부도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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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핵심은 안전진단 아닌 사업성…법 개정 등 실현 여부도 불확실"

유충현 기자
기사승인 : 2024-01-11 13:42:31
"안전진단은 사업의 '앞 단계' 문제…문제 원인진단과 해결책 맞지 않아"
"도시계획 '순환개발' 원칙 위배…호가만 오르고 사업추진 어려워질 것"
"전세사기 우려 여전, 매입수요 글쎄"…소형·비아파트 대책도 회의적 평가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1·10 부동산 대책'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가장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가 안전진단 없이도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시장의 문제를 '공급부족'에서 파악하고, 신축부지 확보가 어려운 도심에서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여주려는 취지다.

 

하지만 11일 UPI뉴스가 여러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회의적인 시선이 대다수였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부진의 원인이 규제가 아닌 '사업성 악화'에 있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도시개발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실제 노후아파트 재건축을 추진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도봉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이상훈 선임기자]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도시 주택공급을 위해 안전진단 문턱을 없애는 것은 문제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이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재건축·재개발은 굉장히 긴 호흡에서 진행되는 사업이고 안전진단은 사업의 가장 앞 단계에 있는 절차"라며 "문제는 사업의 뒷부분에서 발생하는데 앞부분을 풀어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부진의 핵심은 규제가 아니라 사업성이다. 시장이 뛸 때는 안전진단이 있어도 너도나도 뛰어들지 않았느냐"라며 "오히려 안전진단 규제는 과거 과도한 재건축 분위기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했는데, 이것을 없애면 나중에 시장이 다시 상승 분위기가 됐을 때 오히려 시장의 쏠림을 더 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안전진단 폐지가 도시계획의 근간인 '순환개발 원칙'을 흔든다는 우려도 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동시에 모든 아파트가 멸실하게 되면 주택시장에 큰 혼돈이 생기기 때문에 전 세계 공통적으로 도시계획은 순환개발이 원칙"이라며 "순환개발 선별장치인 안전진단을 허무는 것은 도시기본계획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 실제 실현될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안전진단은 '도시정비법'에 규정돼 있다. 정부의 '1·10 대책'이 실제 추진되려면 국회의 법 개정 절차가 필요하다. 국토부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지만, 야당이 찬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오는 4월 치러지는 총선 결과에 따라 실현될 수도, 뒤집힐 수도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한 교수는 "정부가 작년 '1·3 대책'에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국회 문턱을 못 넘었다. 정부 말만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은 곤란해진 상황"며 "정부가 발표했다고 해서 100% 믿고 섣부른 재건축 투자에 나서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경기 고양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 대책으로 노후아파트 호가가 오르면 재건축 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새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 단지에서 원조합원들이 호가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은 더욱 떨어지게 되고, 실질적인 사업은 하지 못하면서 호가만 오르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대책에는 오피스텔·빌라 등 비(非)아파트 신축 소형주택(60㎡ 이하)에 대한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앞으로 2년간 이런 주택은 주택 수 산입에서 제외해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지난 2020년 폐지된 '단기 등록임대업' 제도를 부활시켜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하지만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김효선 NH투자증권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사기·깡통주택 등에 대한 우려로 인해 빌라·오피스텔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여전히 좋지 않고, 지금 구매해서 차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보니 세금을 완화해 준다고 해서 매입하려는 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비아파트 주택에 대한 수요자들의 신뢰 회복 없이는 비아파트 주택의 거래가 활발해지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최 소장은 "현재 빌라,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이미 충분히 있는데도 팔리지 않는 공실이 문제인 것"이라며 "전세사기·깡통주택 문제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작동할 수 있는 정책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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