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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상녀 연하남? 근데 설렌다, 한지민♡정해인의 '봄밤'

홍종선
기사승인 : 2019-05-24 14:23:44

또 연상녀 연하남? 또 안판석 PD-김은 작가-정해인 배우? 물리지 않을까?

이미 드라마 '밥 잘 사주는 누나'로 정점을 찍은 안판석 PD와 김은 작가, 거기에 남자주인공 정해인이 다시 뭉친다는 소식에 "또?"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던 게 사실이다. 여주인공으로 '밥 잘 사주는 누나' 손예진이 거론되던 참이니 더욱 그럴 수밖에. 이후 영화 '미쓰백',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거치며 물오른 연기력을 과시한 한지민에게 여주인공의 자리가 맡겨졌지만 손예진의 그늘, '밥 잘 사주는 누나' 후속의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라는 식상함을 면할 길이 없어 아쉽기만 했다. MBC 드라마 '봄밤', 기대에 찬 박수 속의 출발은 결코 아니었다는 얘기다.


▲ '봄밤' 포스터 [MBC 제공]


그러나 지난 22, 23일 첫 주 방송 이후 우려가 씻긴 듯 사라졌다. 김은 극본에 안판석 연출의 결합은 명불허전. 한지민과 정해인도 괜히 '대세'라 불리는 게 아님을 스스로 입증했다. 모든 게 기우였음이 확인되는 '봄밤'과 꼭 어울리는 무드, 완벽한 조합이었다.


22일 첫 방송에서는 오랜 연인과 감흥 없이 관계를 이어가던 도서관 사서 이정인(한지민 분)과 홀로 아들을 키우는 약사 유지호(정해인 분)의 무미건조한 일상에 변화의 버튼이 눌러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정인은 약국에서 해장 약을 먹고 나서야 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지호에게 "돈을 보내주겠다"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고 차비를 꾸려 한다. 그러나 유지호는 반대로 자신의 번호를 읊어 주며 차비를 쥐어준다.

▲ 1화 방송, 한지민-정해인 만남 [방송 화면 캡처]


첫눈에 반해버린 걸까. 두 사람 사이에는 은근하고도 묘한 기류가 흐르고 이정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지호의 연락을 기다린다. 정인은 기다림을 끝내려 "돈을 보내주겠다"고 먼저 연락하지만 도통 유지호에게 답은 오지 않고. 결국 다시 약국을 찾은 정인에게 지호는 "이렇게 해야 한 번 더 본다"는 말을 건넨다. 유지호의 '직구'에 파동을 느낀 이정인은 당황하며 "결혼할 사람이 있다"고 밝히고, 유지호 역시 "아이가 있다"고 받아친다. 이에 정인은 친구 관계를 제안하지만 지호는 "편하게 지낼 자신이 없다"며 단박에 거절, 다시금 오묘한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밥 잘 사주는 누나'가 그랬듯 '봄밤' 역시 정해인의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하얗고 말간 얼굴에 다정한 미소나 목소리가 강직하고 따듯한 유지호에게 적격이라는 평. 정해인이 연기하는 유지호는 대학 때 만난 여자 친구와의 사이에 생긴 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 대디로, 자신이 원하는 삶에 가치를 둔 정인으로 인해 불현듯 찾아온 사랑을 겪는 현실적 인물이다.

정해인은 그동안 "스스로 '연하남'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작품과 대본에 충실하고 집중한다"고 말해 왔다. 다만 이번 '봄밤'에서는 "아들이 있고 책임감과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역할이라 어깨가 무겁다"며 좀 더 진중하게 연기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의 진지한 마음가짐은 '봄밤' 유지호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인물을 꾸미기보다 담백하게 덜어내며 현실적 인물로 보이려 노력한 흔적을 드라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정해인의 노력은 안판석 PD와 김은 작가의 서정성과 어우러지며 과하지 않은 '봄밤'만의 무드를 형성해 가고 있다.

▲ 1화 엔딩 장면 [방송 화면 캡처]


'봄밤' 무드가 극명하게 드러난 건 첫 방송 말미 등장한 농구경기장 신이다. 시청자에게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장면이자 '봄밤'을 수목극 시청률 1위(시청률조사회사 닐슨 기준, 1부 3.9% 2부 6.0%)로 만든 명장면이기도 하다.

현실에 부딪혀 설렘의 '썸'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이정인과 유지호는 뜻밖에 농구경기장에서 재회하고 은근한 시선을 주고받는다. 권기석(김준한 분)의 대학 후배로 함께 경기를 뛰고 있었던 유지호는 응원석에 앉은 이정인을 발견했고, 이정인 역시 경기를 뛰고 있는 유지호를 발견하며 서로를 주시한다. 정해인과 한지민은 아닌 척 하면서도 온 신경이 서로에게 가 있는 모습을 섬세한 연기력으로 표현해 냈다.

"진짜 간질간질하네. 설레서 죽는 줄"(아이디 hell****), "아! 오늘 완전 심쿵함"(아이디 qusr****), "오늘도 지호한테 설렜다"(아이디 Mo*******), "연기 '쩔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왜 이리 설레는지!"(아이디 dent****), "'봄밤' 유지호 캐릭터 완벽 소화하네. 그 자체다" 등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속 캐릭터와는 다른 정해인의 매력을 짚는 시청자 반응이 쏟아졌다.

▲ 3화 뒤풀이 장면 [방송 화면 캡처]


기존의 트라이앵글 안판석-김은-정해인에 새롭게 합류했으면서도 한치도 밀려나는 바 없이 새로운 스퀘어를 만들어 더욱 안정감 있는 구조를 만든 한지민 얘기를 해 볼까. 영화 '미쓰백'과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연기력과 흥행력을 과시한 한지민은 '봄밤'에서도 거침없는 성장을 보여 주고 있다. 한 인물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끌어내는 요령을 터득한 게 분명하다. 특히 그의 연기력이 빛났던 건 지난 23일 방송된 3~4회였다.

이날 방송에서는 권태로운 연애 끝에 결혼을 고민하는 이정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연인 권기석이 오랜 연애의 끝은 당연히 결혼인 것 같은 태도를 취하자 이정인은 불편함과 동시에 혼란을 느낀다. 이정인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권기석이 이를 지적하자, 이정인은 "우리 시간 좀 갖자"고 선언한다.

▲ 4화 한지민-김준한 이별신 [방송 화면 캡처]


이정인의 모습은 결혼에 대한 기성세대의 관념, 오랫동안 연애를 지속해 온 현실 연인들의 모습 그 자체다. 한지민은 2030세대의 현실과 고민을 이정인이라는 캐릭터에 그대로 녹여냈고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한지민이 이토록 이정인에 가까워질 수 있었던 건 실제로 배우와 캐릭터가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고민거리를 가졌기 때문. 앞서 한지민은 "이정인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나이에 서있다. 이 시기, 내 나이 대에 할 수 있는 이야기에 끌렸다"고 밝힌 것처럼 한지민은 이정인에 몰입하고 있다.

"오랜 연애에서 오는 무언가···, 공감 간다. 해 본 사람만이 알 것 같은데 표현을 잘하네"(아이디 kimy****), "왜 현실적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정인이의 마음이 너무 이해 간다. 오래 만났으니 결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는 마음, 뭔가 이해가 된다"(아이디 oops****), "한지민이 연기를 잘해서 이정인이 어떤 심리인지 이해가 간다. 자칫했으면 완전 붕 떴을 텐데 이정인이 어떤 마음으로 끌리는지 알겠다"(아이디 cs*****) 등과 같이 한지민의 공감력 큰 연기와 캐릭터 표현에 관한 칭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봄밤'에는 정해인과 한지민 외에도 눈길이 가는 배우들이 많다. 이정인과의 결혼을 생각하며 자신감과 자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는 권기석 역의 김준한, 자신의 잇속을 위해 딸의 결혼을 압박하는 아버지 이태학 역의 송승환, 남몰래 이혼을 결심한 이서인 역의 임성언 등 실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캐릭터와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도 '봄밤'의 매력 중 하나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처럼 '봄밤'이 "나도 연애하고 싶다"는 설렘을 전파하는 멜로 신드롬, 연상연하 신드롬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킬지 궁금하다. 그간 저조했던 MBC 드라마의 성적을 '봄밤'이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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