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조홍균 칼럼] 국정기획위원회와 진정한 리버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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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균 칼럼] 국정기획위원회와 진정한 리버럴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기사승인 : 2025-06-16 11:36:20
국정기획위 정부조직개편 논의, '목표 독립성' 성찰부터 시작해야
대전환의 시대 '정책 여명지대' 헤쳐나가는 목표와 거버넌스 긴요
최적 모델 발견 기대보다 사회공동체 지적 자산과 경험 발현돼야
과다확신과 집단사고의 오류 경계하는 '진정한 리버럴' 필요할 때

6·3 대선으로 출범한 신정부의 국정 로드맵 설계를 위해 국정기획위원회가 구성되고 16일부터 업무에 들어갔다. 조기 대선이 실시되는 과정에서 정책에 관한 토론과 중립적 검증은 대체로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국정기획위원회의 핵심 업무로 정부조직개편이 꼽히고 있다. 중차대한 정부조직개편 논의에 있어서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선거의 열기가 가라앉고 정책으로 포커스가 점차 이동하는 시점에서 여러 고려 요소 중 목표 독립성(goal independence)이라는 개념을 우선 떠올려 본다.

목표 독립성은 헌법학 교과서에서 오랜 기간 기념비적인 판례로 평가받는 미국 연방대법원(The U.S. Supreme Court)의 1803년 Marbury v. Madison 판결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판결을 계기로 단순한 법률 해석기관에 머물지 않고 의회의 입법이 위헌이라고 선언함으로써 법률의 존재 자체를 부인(veto)하는 힘을 갖게 된다. 이는 미국 최고법원이 특정 목표, 즉 법률해석에만 묶여있지 않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목표 독립성을 갖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의 경우는 어떠한가. 연방준비제도(The Federal Reserve)는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상충될 수 있는 이원적 책무(dual mandate)를 부여받고 있어 양 목표 사이에서 행동하는 권한, 즉 목표에 있어서의 폭넓은 재량권을 보유하고 있다. 즉 어느 한 목표에만 기속(羈束)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의 목표 독립성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최고법원과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이와 같은 목표 독립성은 정책 목표와 수행수단의 신축성(flexibility)과 맥락을 함께 한다. 정치·사회적 수요 내지 요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목표 독립성은 정책 목표와 수행수단의 신축성을 보다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높은 정책 역량(competence)을 전제로 할 때 목표 독립성은 특히 정책 수행 환경의 불확실성 하에서 경제적, 사회적 성과 제고 등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

국정기획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 논의에서 먼저 목표 독립성에 관한 치열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지금과 같은 대전환의 시대 정책을 수행해나가는 데 있어서 정부조직은 동시적 권한(concurrent authority) 또는 불확정적 권한(uncertain authority)의 영역이라 할 정책의 여명지대(zone of twilight)와 늘 마주할 수 있다. 이 경우 정책 역량을 전제로 하여 목표 독립성을 갖춘 정부조직이 보다 긴절하게 요청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목표 독립성과 연계하여 균형 있게 살펴야 할 이슈는 거버넌스다. 거버넌스의 집권화(centralization)와 분권화(decentralization)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성격을 띤다. 집권화는 동질적 거버넌스 구성을 가져와 정책 결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반면 오류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역으로 분권화는 정책 결정의 효율성을 낮출 수 있는 반면 오류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덜할 가능성이 있다. 과다확신 오류(hubris bias), 집단사고 오류(group-thinking bias) 등을 줄여주는 거버넌스의 모색이 긴요한 가운데 정책 목표, 수행수단 등과의 상호 연계를 고려해야 한다. 인식·지식의 한계 문제 지배(knowledge problem dominance) 등으로 아직 정책 역량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수도 있고 인센티브 문제 지배(incentive problem dominance) 등으로 정치 거버넌스에 대한 확신 또한 아직 충분치 않을 수 있다.

여건이 그러하다면 전문화된 독립적 분권화(expertized independent decentralization)라는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에 부합하고 균형을 추구하는 정책 거버넌스를 모색해 볼 수 있다. 정책의 여명지대는 입법으로 정밀 타게팅하기 어려운 영역이므로 현실 정책에서 전문성이 앞서는 정부조직(stakeholder)이 이니셔티브를 쥐며 전문성의 지대(zone of expertise)가 중시되는 정책 거버넌스를 모색해 볼 수 있다.

정부조직개편에서 최적 모델을 단시간 내에 발견할 것이라는 기대는 기대에 머물 수 있다. 제도설계는 최적 모델 이슈라기보다는 모델의 장단점(pros and cons) 이슈에 가깝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경제적, 사회적 성과 제고 등을 위한 사회적 지혜(combined wits of society)를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 정부조직개편 모델 설계에는 사회공동체의 지적 자산과 경험(institutional memory)이 발현될 수 있어야 한다. 축적된 사회적 지혜와 두터운 사회정신적 자본은 대전환기를 헤쳐나가는 데 항상 긴요한 원동력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정 로드맵을 설계하는 국정기획위원회부터 특정 목표에 얽매이지 않는 목표 독립성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 대전환의 시대 정책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조직개편 논의에 들어감에 있어서 국정기획위원회는 성급하게 결론을 먼저 내리려 하기보다는 목표 독립성에 관한 치열한 고민과 성찰부터 시작한다는 진지하고 겸손한 자세가 바람직하다. 정부 출범 초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 과다확신 오류, 그리고 우리(Us)와 그들(Them)이라는 이분법적 집단사고 오류가 될 수 있음은 역사에서 봐온 교훈이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리버럴을 특정 편향에 기울어 있지 않은 넓은 마음을 지닌(broad-minded) 사람으로 정의한 바 있다.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라는 시에서 길이 다양하다는 것을 말함으로써 리버럴의 면모를 보여주는 듯하다. 진정한 리버럴은 특정한 이념에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현실에 대한 넓은 이해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균형 있는 접근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겸허히 노력한다. 이러한 진정한 리버럴을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발견하고 싶다. 입법과 행정을 지배하는 강력한 정부의 국정일수록 진정한 리버럴의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현재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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