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주요국 가계몫 비중은 국민소득의 70%인데 한국은 60%대 턱걸이
조세, 복지 등 정부 재분배기능 거치면 선진국과 격차 더 벌어져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마침내 3만달러를 넘은 모양이다. 한국은행은 2018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1000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1월22일 밝혔다. 경제적으로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 문턱을 넘은 것일까.
1인당 GNI 3만달러로 선진국 대열에 섰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는 수치에 불과하다. 당장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를 체감할 가계가 얼마나 될 것인가. 평범한 가계라면 이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유는 ‘가계소외 + 소득양극화’다. 우선 가계로 돌아가는 몫이 너무 작다. 전체 성장과실이 커져도 내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여년간 성장과실의 분배에서 가계는 늘 뒷전이었다. 기업소득은 뛰는데 가계소득은 사실상 뒷걸음질쳤다. 가계소득 증가율은 언제나 국민총소득(GNI) 증가율보다 낮았다.
분배에서 소외되는 가계
한은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 국민총소득(GNI)중 가계몫은 61.3%다. 성장과실의 총합인 국민총소득중 가계소득으로 배분되는 몫이 그렇다는 말이다. 상당수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미국은 79%(2016년 기준)로 한국보다 18%포인트 가량 높다. 2017년 기준으로 영국(75.2%), 독일(73%), 이탈리아(72.6%), 캐나다(70.2%)도 가계몫 비중이 70%를 넘는다. 한국의 가계몫 비중은 OECD평균 64.7% 보다도 낮다. 그 만큼 한국의 가계는 선진국 가계에 비해 성장과실의 분배에서 더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추세다. 가계로 분배되는 몫의 비중이 계속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는 상대적 박탈감만 커질 뿐이다.
선진국이라고 반대의 흐름인 것은 아니다.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체로 하락 추세다. 선진국 가계도 과실 분배에서 점점 불리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위안 삼을 일은 못 된다. 하락을 해도 한국의 하락폭이 더 크다. 1995년 70.6%였던 국민총소득 대비 가계소득 비중은 2017년 61.3%로 9.3%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는 73.1%에서 64.7%로 8.4%포인트 떨어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되는 하락세도 불길하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 가계소득 비중이 2007년 전후로 예외없이 한 차례 급반등한 것과 달리 한국은 거의 미끄럼만 타고 있다.
가계몫 비중이 줄어든 건 고용 없는 성장, 비정규직 확대 등 일자리의 양과 질의 변화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약한 재분배 기능
이게 다가 아니다. 한 꺼풀 벗겨내면 수치는 더욱 나빠진다. ‘조정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2017년 본원소득 기준으로 가계소득 비중은 61.3%. OECD 평균(64.7%)과의 격차가 3.4%포인트다. 이를 조정처분가능소득으로 보면 한국 64.2%, OECD 평균 71.4%로 격차가 7.2%포인트로 두 배 가량 더 벌어진다.
본원소득(primary income)은 아무 것도 떼지 않은 ‘1차소득’을, 조정처분가능소득은 각종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를 뺀 소득(가처분소득)에다 정부 복지서비스를 반영한 궁극의 실질소득을 말한다.
대한민국 가계는 1차소득 분배에서도 뒷전으로 밀리더니 실질적 소득에서는 아예 찬밥 신세로 전락하는 꼴이다.
경제 불균형을 완화하는 정부의 역할이 OECD 평균보다 한참 뒤떨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여전히 한국은 OECD 회원국중 복지 후진국이다. 결국 실질 가계소득이 더욱 초라해지는 건 조세와 복지를 통한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이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스웨덴, 룩셈부르크가 좋은 예다. 가계소득 비중이 1차소득 기준으로는 한국보다 낮지만 조정처분가능소득으로는 한국을 훨씬 앞지른다.
스웨덴의 경우 1차 소득기준 가계소득 비중이 58.1%. 한국보다 3.2%포인트 낮다. 그러나 조정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69.9%로 11.8%포인트나 뛰면서 한국을 5.7%포인트 격차로 앞지른다. 1차소득 비중에서는 한국보다 세 발짝 뒤지다 실질소득에서는 여섯 발짝 가까이 앞서는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정부의 역할, 복지의 결과로 스웨덴 가계는 한국 가계보다 궁극적으로 더 많은 ‘파이’를 가져간 것이다.
이래저래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계는 삶이 팍팍하다. 시한폭탄같은 1500조원대 가계부채마저 짊어진 터에 과도한 주거비, 사교육비에 짓눌린다.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가계는 경제활동의 시작이자 끝이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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