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단독] 文정부 때 몽골서 韓대사는 왜 자국 의원에 질책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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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文정부 때 몽골서 韓대사는 왜 자국 의원에 질책받았나

송창섭
기사승인 : 2024-03-05 16:28:31
정재남 전 주몽골 대사 "문재인 정권, 조직적 비리 비호" 주장
정 대사 "부임 초부터 문정부 고위직, 여러 경로로 불법 청탁"
한·몽골 직항 추가 취항 놓고 항공사·현지 여행사 결탁 의혹
이스타 "소유주 바뀌었고 이상직 전 의원 오너 시절 기록 無"

2018년 8월 16일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국제공항 VIP룸. 한 한국 국회의원이 정재남 주몽골 대사를 질책했다.

 

"대사관 사증 영사(비자담당)가 대한항공과 결탁해 소형항공사(이스타항공)를 이용하는 몽골인 비자를 대부분 불허하거나, 허락하더라도 체류기간을 장기(90일)로 부여하지 않아 기업의 경제활동을 방해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국회의원)

 

"아닙니다. 현지 브로커와 결탁한 교민들이 대사관에 악감정을 갖고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 것 같은데, 사실무근입니다."(정 대사)

 

▲ 이스타항공 여객기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합성 [UPI뉴스 자료사진]

 

두 사람 발언은 UPI뉴스가 5일 입수한 '특별전세기 관련 동향 보고'에 담겨 있다. 이 동향 보고는 대사관 담당 영사가 그해 10월 24일 작성한 것이다. 

 

국회의원이 특정기업을 감싼다는 오해를 무릅쓰고 현지 대사를 추궁하는 건 흔치 않는 일이다. 배경이 주목되는 이유다.

 

그동안 몽골 교민 사회는 한국대사관 비자 발급 문제로 시끄러웠다. 2018년 5월 취임한 정 대사는 부임 초기부터 청탁에 시달렸다. 당시 청와대 한 고위 인사의 청탁은 노골적이고 집요했다. 이 인사는 자신의 비서를 시켜 정 대사를 채근한 것도 모자라 2018년 말 서울에서 정 대사를 직접 만났다. 그는 "내 친척의 비자 발급 부탁을 잘 들어주라"며 압력을 행사했다. 

 

정 대사는 이스타항공이 특별전세기를 띄워 한국 의원 16명과 함께 몽골을 찾은 2018년 8월 중순쯤 청탁이 극에 달했다고 주장한다. 

 

이스타항공이 특별항공편을 편성하기 전까지 한·몽 직항 노선은 대한항공이 독점했다. 해당 노선에 수요가 커지면서 정부는 복수노선을 검토했다. 이때 도전장을 낸 곳이 이스타항공이다.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회장을 지낸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은 2017년 11월 첫 비행을 시작으로 부정기적인 ·몽 비행편을 운영했다. 몽골 항공편은 8월이 극성수기다. 제1회 · 의원 친선 축구대회도 8월16일 울란바토르 나담경기장에서 열렸다.  

 

정 대사는 UPI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시 여당 소속 3선의 A의원은 2018년 7월 말 한‧몽 비즈니스포럼 회장 자격으로 이스타항공 고위 간부와 함께 나를 찾아와 이런저런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A의원과 이 간부는 고교 동문이다.

 

당시 교민 사회에선 이스타항공 특별전세기가 큰 화제였다. 교민 B씨는 정 대사에게 이스타항공 특별전세기 편성에 맞춰 몽골인 121명에 대한 90일짜리 단체비자 발급을 요청했다. 대사관은 발급 기준을 충족한 40명에게만 15일짜리 비자를 내줬다. B씨는 A의원이 회장인 · 비즈니스 포럼 부회장이었다. 

 

정 대사는 "3박4일 일정의 여행객들에게 90일짜리 비자를 내달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며 "신청자 대다수가 무직자인데다 현지 몽골 여행사는 귀국보증각서 제출을 거부해 도저히 내줄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당시 국회의원들이 타고 온 한국행 이스타항공 여객기는 목표 탑승객을 다 채우지 못했다. 

 

B씨는 비자 발급에 목을 맸는데, 왜 그랬을까. 대사관 영사가 2018년 10월 24일 작성한 내사보고서는 "특별전세기 편성 후 유력인사를 통해 사증업무(비자)를 흔들어 놓는 등 악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스타항공도 자사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의 비자 발급을 대사관이 거부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보고했다.

 

당시 사건은 현지 여행사와 브로커, 항공사가 결탁한 비리라는 게 정 대사 입장이다. 그는 "담당 영사로부터 몽골인이 대표로 있는 여행사가 선급금 형식으로 6만 달러(약 7900만 원)를 B씨 계좌로 송금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당시 영사 보고에 따르면 몽골인 여행사 사장은 B씨로부터 '이스타항공 정식 취항 시 항공권 독점 에이전트 권리를 받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의문이 풀리는 순간었다. 

 

내사 보고서대로라면, 항공사는 임시 편성된 전세기에 몽골인을 최대한 많이 태워야 돈을 벌고 여행사는 추후 항공사 정식 취항 때 막대한 티켓 발권 수수료를 나눠 갖는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는 비자 장사로 돈을 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노선 경쟁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밀려 탈락했다. 이상직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스타항공 고위 임원은 2020년 9월 공개된 노동조합 관계자와의 대화녹취록에서 실망감을 토로했다.

 

▲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이 2022년 10월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전북 전주시 전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이 임원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때 초반엔 (이 전 의원과 사이가) 좋았다. 결정적으로 안 좋아진 게 몽골 노선 때문"이라며 "우리가 몽골을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결국 아시아나를 넣어버렸다"고 말했다.

 

2019년 2월 정 대사는 내부 비자 비리를 포착하고 은밀히 내사를 진행했다. 본국에도 즉각 보고했다. 하지만 돌연 2019년 7월 말 본국으로 소환 조치됐고 비자 발급 비리 혐의 등으로 징계까지 받았다. 2018년 11월 현지 업체 부탁을 받고 불허 판정을 받은 비자를 재심사하라고 요구한 게 화근이었다. 

 

정 대사는 "나는 신속히 심사하라고 했는데, 정부가 직권남용으로 문제 삼았다"며 "내가 억울하게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노선 배분과 비자 발급, 항공권 판매 등이 뒤섞인 비리"라고 규정했다.  

 

이스타항공은 "회사는 현재 이 전 의원과 관련 없고 몽골 노선 등 과거 기록은 분실로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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