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입동과 '슈퍼 엘니뇨'…흔들리는 계절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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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과 '슈퍼 엘니뇨'…흔들리는 계절 공식

정민화 기자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6-11-06 15:53:02

7일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다. 예로부터 이맘때면 두꺼운 겉옷을 꺼내고 김장을 서두르며 본격적인 겨울나기 준비를 시작했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 일부 지역의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달력이 알려 주는 겨울의 시작에 맞춰 실제 추위도 찾아오는 셈이다.

 

▲ 서울 광화문역 아침 출근하는 시민들. [뉴시스]

 

한반도가 겨울로 접어드는 사이, 열대 태평양에서는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례적으로 나타난 강한 엘니뇨(El Niño) 때문이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중·동태평양의 '니뇨3.4(Niño 3.4) 해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니뇨3.4 해역의 3개월 이동평균 수온 편차가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이어지면 엘니뇨로 보고, 1.5℃ 이상이면 '강한 엘니뇨'로 분류한다. 특히 강도가 이례적으로 높은 경우 '슈퍼 엘니뇨'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말 엘니뇨가 1950년 이후 가장 강한 수준에 이를 가능성을 제시했다. NOAA의 지난달 8일 전망에 따르면 올해 10~12월 엘니뇨 강도가 과거 강력했던 사례를 넘어설 확률은 83%에 달한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올해 5월 시작된 엘니뇨가 역대 가장 강한 수준으로 발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엘니뇨 감시구역(니뇨 3.4)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2.6℃ 높았다. 8~10월 3개월 이동평균 수온 편차도 2.4℃로, 1950년 관측 이래 같은 기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자체 기후예측모델 'GloSea6'를 활용해 향후 3개월간의 엘니뇨 전망을 매월 23일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에서는 올해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강한 엘니뇨가 지속되고, 12월에 가장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올겨울 우리나라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비나 눈도 많이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 기상청 자체 기후예측모델 GloSea6를 이용한 엘니뇨 전망. 검은선은 관측값, 빨간선은 예측모델 평균이며 파란선은 개별 예측 결과. [자료=기상청]

 

엘니뇨와 지구온난화의 관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엘니뇨 자체는 수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자연적 기후 변동이지만, 온실가스로 더워진 지구에서 발생하는 엘니뇨는 과거와 다른 양상의 기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온난화와 엘니뇨가 겹치면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게 되고, 지역에 따라 가뭄·폭우·폭염·폭설 등 기상 이변이 증폭될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나라의 계절 시계에도 변화가 읽힌다. 기상청이 2021년 발표한 '신(新)기후평년값(1991~2020년)'에 따르면, 종전 평년값(1981~2010년)과 비교해 겨울의 길이는 94일에서 87일로 일주일가량 짧아졌다.

'짧고 따뜻해지는 겨울'이라는 변화 속에서도 언제든 기습 한파는 찾아올 수 있다. 강력한 엘니뇨가 발달했던 2023년 12월에도 중순까지 이례적인 고온이 나타난 뒤 북쪽의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극단적인 기온 변화는 일상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2023년 12월 21일 기습 한파로 난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국의 최대 전력수요는 약 9156만kW까지 치솟았다. 역대 최대 전력수요의 97%에 달하는 규모였다. 다음 날 폭설까지 겹치면서 제주공항에서는 오후 2시 기준 항공기 261편이 결항됐고, 전북 군산에서는 축사와 비닐하우스가 무너졌다. '따뜻한 겨울'에도 며칠간의 한파와 폭설이 일상과 산업 활동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농경과 일상의 길잡이가 되어준 24절기의 시간표는 겨울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첨단 기상관측 장비는 지구 반대편의 바닷물 온도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맞이할 겨울의 모습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계절을 읽는 도구는 정교해졌지만, 우리가 알던 계절의 공식은 흔들리고 있다.

  

KPI뉴스 / 정민화 기자 mhw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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