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의 눈] 조 단위 지방 국책 사업 민낯 보여준 고양 'CJ라이브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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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조 단위 지방 국책 사업 민낯 보여준 고양 'CJ라이브시티'

송창섭
기사승인 : 2024-07-12 11:28:50
사업 무산 책임 전가 밑바닥에는 오랜 상호 불신 있어
토지 원상 복구 주체·방법·비용 등 향후 난제도 수두룩
경기도 대안으로 내건 외자유치·공영개발 실효성 의문
민간 주도 엔터 테마파크 英 성공 사례서 해법 찾아야

#장면 1

영국 런던 북동부 그리니치 지구(Greenwich Peninsula)에 들어선 오투(O2) 아레나의 원래 이름은 '밀레니엄 돔'이었다. 이 지역 개발은 새천년을 맞는 토니 블레어 정부의 야심작이었다. 개장일도 2000년 1월1일로 맞췄다. 밀레니엄 돔은 개장 초기 다양한 전시공간으로 쓰였지만 기획력 고갈로 몇 년 못가 흉물로 변했다. 영국 정부는 고심 끝에 2005년 운영권을 미국 LA에 본사를 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AEG(Anschutz Entertainment Group)로 넘겼다. AEG는 유럽 통신기업 텔레포니카 브랜드 'O2'를 건물에 네이밍하는 등 대대적인 혁신을 벌였다. O2아레나는 최대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명소로 재탄생했다.

 

#장면2

11일 경기도 고양시 K-컬처밸리. 구름 낀 우중충한 날씨 탓일까. 수개월 째 공사가 중단된 라이브시티 현장에는 고요함만 감돌았다. 고양 시내 곳곳에는 경기도의 라이브시티 개발 계약 해지를 성토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 11일 현재 공정률 17%에서 공사가 중단된 경기도 고양시 K-컬처밸리 내 CJ 라이브시티 아레나 신축공사 현장. 경기도가 지난 1일 CJ와 맺은 계약을 해제해 해당 부지에 대한 개발은 장기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송창섭 탐사전문기자]

 

경기도가 지난 1일 투입 개발비만 2조 원에 달하는 고양 K컬처밸리 라이브시티 개발 계약을 해지한 뒤 CJ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10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CJ가 사업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CJ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경기도가 되레 부정적이었다"고 맞받아쳤다. 양측은 그동안 △사업기간 연장과 지체상금 부과 기준 등이 명시된 계약서 작성 △한전의 전력 공급 △인근 한류천 정비 주체와 완료일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양측 의견을 들어보면 이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서로에 대한 불신'이다. CJ가 개발 주체로 나선 2016년 이후 경기도 도지사는 '남경필→이재명→김동연'으로 바뀌었다. 전임자 치적을 후임자가 내켜 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CJ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 불황으로 제 때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 건 경기도에게 불신의 빌미를 줬다. 여기에 사업 기한 연장이 '특혜 시비'로 불거질 걸 우려한 공직사회는 원칙론으로 포장된 '복지부동'으로 일관했다. CJ가 국토교통부 조정안을, 경기도가 감사원 사전컨설팅이라는 제3기구 심의내용을 서로 내민 것도 밑바닥에 깔려 있는 상호 불신 탓이다. 앞으로 사업기한 연장에 따른 지체상금은 얼마인지, 원점 재검토에 따른 원상복구 책임주체와 비용 등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 한화건설이 시공하는 경기도 고양시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한화건설 제공]

 

관건은 경기도가 내건 공영개발의 실효성이다. 경기도는 전가의 보도마냥 '외자 유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를 위해 조만간 해당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중앙정부에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 내 외자유치 실적이 미비한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엔터 산업이 특성상 관(官) 주도로 진행되기 힘들다는 사실은 영국 밀레니엄 돔 사례가 잘 보여준다. 더군다나 기존 CJ 주도의 라이브시티에는 오투아레나 성공의 주역인 AEG가 조인트벤처로 참여하고 있었기에 이번 계약 해지는 안타까움을 더한다.

 

라이브시티 개발사업은 4년마다 바뀌는 지방정부가 조 단위 국책 사업을 과연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지금까지 성적만 보면 낙제점이다. 

 

CJ는 금전적 손해의 척도인 매몰비용을 8000억 원 정도로 추산한다. 사업이 좌초되면서 손해를 본 주체는 경기도와 CJ 중 누구일까. 경기도의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한 때다. 

 

KPI뉴스 / 송창섭 탐사전문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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