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재 연구원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노사 양측의 변화 필요해"
현대자동차의 신용등급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자동차 시장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최대 신용평가사인 S&P는 지난달 31일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1998년부터 8단계를 차례차례 올라오다 올해 처음으로 추락한 것이다. BBB+는 투자 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안전성도 평균 이하로 경제 상황에 따라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S&P는 "악화된 수익성이 향후 1~2년 안에 반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조정 이유를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현대·기아자동차의 성장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다. 2014년 연간 생산량 800만대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집계한 올 10월까지 판매 실적은 609만4688대다. 올 1월 발표한 목표치(755만대)의 80.7%에 불과하다. 2014년 목표치인 786만대에도 못 미치지만 이마저도 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5년에는 820만대 목표에 801만2995대, 2016년에는 813만대 목표에 788만266대, 2017년에는 825만대 목표에 725만2496대에 머물렀다. 현대·기아차(국내)는 지난해 세계 10대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판매가 감소했다.

현대·기아차 부진의 중심에는 '타이밍(Timing)'이 있다.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 수요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68만555대로 2016년과 비교해 11.5%, 기아차는 58만9668대로 8.9% 줄었다. 미국에서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과 픽업트럭이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현대·기아차는 세단 중심의 모델 라인업을 바꾸지 않았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부터 SUV와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가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현대차는 기존 싼타페·투싼 이외에는 신차 모델이 없었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2년 10.5%에서 지난해 절반 수준인 5.4%로 떨어졌다.

위기를 인지한 현대·기아차는 뒤늦은 추격을 시작했다. 이기훈 현대자동차 뉴미디어팀 부장은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중국형 모델로 신차를 개발해 지속해서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중국에서는 로컬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 2018년 상반기 중국 '신차 판매 베스트7' 모델 1, 3, 4위는 중국 로컬 브랜드였다. 상하이우링의 다목적 차량(MPV) 홍광S가 1위를, 창청자동차의 SUV 하발 H6과 바오쥔의 소형 SUV 510이 3,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자동차 수요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 시장도 쉽지 않다. 지난 9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미국 수출 관세철폐 시기가 2041년으로 20년 늦춰졌다. 픽업트럭 관세는 25%로 일반 차량(2.5%)보다 10배가량 높다. 한국산 픽업트럭이 시장 진입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가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외부요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부변화가 절실하다. 현대차 노사 양측의 관계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본부장은 "현대차 노조의 움직임과 비교해 경영진의 시그널은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27일 여름휴가 전 임금 협상을 타결했다. 이는 2010년 이후 8년 만이다. 또 아랫사람이 많이 받고 윗사람은 적게 받는다는 이른바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시작했다. 지난해 24차례에 달했던 노조 파업도 올해는 3차례로 줄었다. 현대차의 또 다른 내부 주체인 경영진의 움직임은 부진하다. 경영진의 변화는 정의선 부회장이 언제 경영 전면에 나서느냐가 관건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9월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임명되면서 차기 그룹 회장 역할을 수행 중이다. 조 연구원은 "젊은 리더십은 노사 라인의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노사 관계에도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남국성 기자 nk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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