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한국산 무기 배치, 안보 부담 키워"
한국산 무기의 동유럽 배치를 경계해 온 러시아가 한국 방산업계의 유럽 수출 확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고 있지만, 폴란드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전선 국가에 한국산 무기가 대거 배치되면서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 ▲ 폴란드형 천무 HOMAR-K이 사거리 290km급 유도탄을 발사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10일(현지시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으면서도 나토 동부전선 국가를 중심으로 방산 수출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이 매체에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의 압박에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 법률과 러시아와의 관계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에 근거한 책임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국 방산제품의 나토 회원국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러시아를 향해 배치된 나토 동부전선 국가들에 대한 수출 증가가 두드러진다"고 주장했다.
이즈베스티야는 한국이 무력분쟁 지역에 살상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전차와 포병 장비, 탄약 등을 직접 제공하지 않고 인도적·재정적 지원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종류의 한국산 무기가 나토 회원국에 공급돼 러시아에 대응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2025년 대유럽 무기 수출이 전년보다 4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에 이어 나토 회원국의 두 번째 무기 공급국으로 올라섰다고 덧붙였다.
폴란드는 한국과 K2 흑표 전차를 비롯해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FA-50 경공격기 등을 도입하는 대규모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양국은 일부 무기의 폴란드 현지 생산과 정비·서비스 기반 구축에도 합의했다.
이즈베스티야는 폴란드가 K2 전차를 동부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며, 배치 대상에는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주와 인접한 지역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전부터 한국의 우크라이나 직접 무기 지원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2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한 러시아대사도 2023년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양국 관계의 '레드라인'으로 규정했다.
러시아의 우려는 최근 한국과 나토의 방산 협력으로 확대됐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7월 이석배 주러시아 한국대사를 만나 한국이 나토의 질적·양적 재무장 과정에 사실상 가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렉산드라 주예바 러시아 고등경제대 세계군사경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의 대유럽 무기 수출 증가가 생산능력의 급격한 확대보다는 2023∼2025년 체결된 대규모 계약의 이행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국 방산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이미 높은 수준인 만큼 동유럽 현지 생산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즈베스티야는 한국이 미국 및 나토 국가들과 방산·군사기술 협력을 확대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상황은 피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계속 수입하고 있으며 양국 간 외교·경제·문화 분야의 접촉도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KPI뉴스 / 양지욱 기자 y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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