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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는 '주택공급 활성화', 내용물은 '건설사 퍼주기'

유충현
기사승인 : 2023-09-06 17:04:54
"문제는 자금이 아닌 사업성 부족…원인 잘못 짚었다"
"주택공급은 건설사 지원 위한 명분에 불과" 시각도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하기로 한 주택공급대책이 실상은 '건설사 퍼주기'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급한 건설사의 자금사정을 개선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주택 공급이 극적으로 살아날 만한 대책은 아니라는 평가다. 

▲ 도봉산에서 바라본 서울 노원구 지역 아파트 단지들. [이상훈 선임기자] 

6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달 20~25일 중에 '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윤곽이 잡힌 내용은 크게 금융과 비금융으로 나눌 수 있다.

금융 측면에서는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공적 보증을 확대가 주된 방향이다. 비금융 측면에서는 건설사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분양받은 아파트용 택지(공동주택용지)를 되팔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이번 대책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동주택용지 전매 허용이 주택공급 효과가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분양받는 택지마저 계약을 철회하는 상황은 건설사의 자금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사업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원인 분석이 잘못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업성이 좋은 입지라면 보유 중인 건설사가 진작 사업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고의로 공공택지 대금 납부를 미룬다는 의혹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뒤 매각 대금을 제때 내지 못하면 연 8.5%가량의 연체이자를 물게 되는데, 이는 최대 15%에 달하는 PF 금리보다 훨씬 적다. 차라리 연체이자를 내는 것이 건설사 입장에서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LH는 공공택지 납부대금이 6개월 이상 연체되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지만 실상 대부분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지난 6월 원희룡 장관이 건설사의 '벌떼입찰' 폐습에 대해 강력 처벌 의지를 밝힌 지 석 달도 되지 않아 공동주택용지 전매 허용을 논의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조정흔 경제정의실천연합 토지주택본부장)는 지적이 있다.

당초 정부가 건설사들의 공동주택용지 금지했던 것은 유령 계열사를 동원한 '벌떼입찰' 등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 본부장은 "정부가 자기 스스로 모순에 빠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짚었다.

건설 PF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비슷한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부 PF'의 요건을 낮추거나, 미분양 사업장의 PF 보증 과정에서 건설사들에 요구하는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건설사의 숨통을 틔워 사업을 돌린다는 취지지만, 주택공급은 늘리지 못한 채 HUG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HUG는 지난해 1258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결국 일련의 조치가 '주택 공급대책'의 일환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사실상 건설사 자금지원이 주된 내용을 이룬다는 점이 의구심을 부른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교수는 "주택공급보다는 건설사 지원대책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며 "기업의 민원을 들어주려고 해도 명분이 필요한 것인데, 마침 공급부족이라는 명분이 생긴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뉴시스]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이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공급 가격을 낮추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근본적인 공급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도니다. 

조 본부장은 "건설사들이 할인분양과 같은 자구노력을 하지 않는데도 이런 지원을 해 준다는 것은 결국 부동산 가격을 이 수준으로 유지하고 부양하는 데 국민 전체의 세금으로 일조하겠다는 것"이라며 "경기가 좋지 않으면 싸게 팔아야 하고 자연히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위축된 시기에 민간 건설사를 떠밀기 보다는 정부가 나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임 교수는 "주식시장에 '쉬는 것도 투자'라는 말이 있듯,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적어도 민간에서는 그 사업을 중단하고 쉬는 것이 맞는 경우도 있다"라며 "이럴 때일수록 공공이 나서서 주택공급 역할을 주도적으로 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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