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용병 쿠데타' 하루 만에 끝났지만 푸틴 리더십은 큰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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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쿠데타' 하루 만에 끝났지만 푸틴 리더십은 큰 상처

송창섭
기사승인 : 2023-06-25 10:43:48
바그너 그룹 모스크바 북진 벨라루스 중재로 하루 만에 멈춰
서방언론 "푸틴, 충성스러운 부하에게 배신당했다" 분석해
우크라이나 "종전 가능성↑… 푸틴 무오류 상처·내전 가능성도"
'1일천하'로 끝난 것인가. 푸틴 체제 붕괴의 서막이 될 것인가.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군 간 정면충돌이 벨라루스 중재로 가까스로 끝났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로선 바그너 그룹이 수도 모스크바를 향한 북진을 멈추고 철군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하지만 수십년 간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3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 오가르요보 관저에서 화상을 통해 국가 안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 뉴시스]


바그너 그룹의 북진은 거침이 없었다. 모스크바 남부 외곽 지역에는 장갑차와 병력이 주둔한 검문소가 설치됐다. 모스크바로 향하는 일부 도로에서는 바그너 그룹의 진격을 막기 위해 중장비가 도로를 파헤쳐 끊는 모습도 포착됐다.

하지만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 오후 8시 30분(이하 현지시각)께 오디오 메시지를 통해 "모스크바로 향하던 병력에 철수를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주요 외신들은 프리고진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협상 끝에 병력 이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이 취소될 것이며 그가 벨라루스로 떠날 것"이라고 전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이번 사태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던 푸틴 대통령에게 큰 상처가 될 전망이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 CNN 방송 등 서방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이 23년간 러시아를 통치한 이래 가장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고 보도했다.

프리고진을 오늘날 국제적인 거물로 키운 장본인이 바로 푸틴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푸틴이 전날인 23일 대국민 방송을 통해 "등에 칼은 꽂은 격"이라고 강하게 비난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방언론들은 충성스러운 부하(프리고진)를 내세워 군 수뇌부를 견제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큰 그림'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몇 달간 프리고진이 러시아 군 수뇌부를 공개 비판할 때도 푸틴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같은 날 CNN도 "러시아 엘리트들은 대통령의 흔들리는 정권과 그 정권이 더러운 일을 하기 위해 만든 용병 '프랑켄슈타인'(바그너 그룹) 사이에서 실존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과소평가한 것이 패착이라고 보고 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24일 NYT에 "푸틴은 프리고진이 완전히 의존적이고 충성스럽다고 착각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보 전문가이자 유럽정책분석센터의 선임 연구원 안드레이 솔다토프도 "푸틴의 계획은 프리고진이 계속 입을 열게 하는 것이었지만 계산을 잘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를 뒤바꿀 거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패전은 물론 경우에 따라 러시아 내부 붕괴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4일 1991년 여름 국가보안위원회(KGB) 강경파의 쿠데타 시도가 몇 달 뒤 소련의 붕괴를 앞당겼다는 점을 거론했다. 가디언은 "역사가 반복된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르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로 한 푸틴의 결정은 가장 큰 전략적 실수이자 조만간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중대한 실수임이 입증됐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장기전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 "프리고진의 쿠데타로 전쟁 조기 종식 기대감이 급부상하며 우크라이나가 쾌재를 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땅에 군대를 오랫동안 주둔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종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하일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도 "프리고진의 쿠데타는 비록 실패했어도 러시아 권부의 내분을 일으킬 것"이라며 "이는 분명히 전쟁의 종식을 가속화 할 것"고 기대했다. 포들랴크는 또 "쿠데타를 계기로 러시아 엘리트들은 분열할 것이고, 푸틴 대통령은 무오류성에 큰 흠집이 나며, 러시아 내부에서 군사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KPI뉴스 /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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