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주 69시간 근무제'에 2030 직장인 분노…"현실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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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 근무제'에 2030 직장인 분노…"현실성 없어"

김해욱
기사승인 : 2023-03-08 16:11:31
"15일 연차도 못 쓰는데…일하는 시간만 늘어"
장기 휴가로 인한 불이익 우려도 제기
노동계 "노동자들의 존엄성 짓밟는 조치" 비판
정부의 '주 69시간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두고 2030 중심 저연차 직장인들이 "현실성 없는 개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주 69시간 근무를 시키는 회사가 장기 휴가를 줄 리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는 모습. [뉴시스]

정부는 지난 6일 현행 최대 52시간인 한 주 노동시간을 69시간까지 늘리는 대신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통해 장기휴가를 활성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연장근로로 일한 시간을 적립해 휴가로 대체하고, 이를 기존 연차휴가에 붙여 장기 휴가도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15일 연차도 못 쓰는데…일하는 시간만 늘어나는 꼴"

직장인들은 정부의 이같은 정책에 불만이 많다.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먼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IT업체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8일 UPI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장기휴가를 다 쓰지 못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일하는 시간만 늘어나는 꼴"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현재 연 15일인 연차도 회사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다 못쓰게 하고 수당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씨는 "지금처럼 52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워라밸 차원에서 훨씬 좋다"며 "중소기업 다수가 한가한 날이 많지 않다는 것을 정부에서 잘 모르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컴퓨터 등 전자기기 조립 업체에서 근무하는 20대 김 모 씨는 "코로나19 시기에 컴퓨터 조립 주문이 폭증하며 한 달에서 두 달가량 야근까지 해가며 납기일을 맞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도 일이 줄어들면 휴가를 주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보너스 지급으로 말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여러 핑계를 대더니 결국 처음 말했던 금액보다 적은 돈을 받았다"면서 "주 69시간제로 바뀌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기 휴가…잘못 신청 했다간 찍혀"

정부가 밝힌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과 장기휴가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그림의 떡'과 같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15일 연차도 눈치보며 쓰는 상황에서 더 쉬겠다고 말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유통업체에서 근무 중인 30대 직장인 고 모 씨는 "지난해 장기휴가를 신청했다가 여러 번 거부당하고 결국 관리자에게 찍혀 인사 이동 당한 동료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에서는 장기휴가를 활성화시키겠다고 하지만 장기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고 정부가 얼마나 관리를 잘할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정부 개편안에 대한 반대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부정적인 게시글과 댓글들을 올리며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성토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네티즌들은 "대통령부터 69시간 일해라", "왜 표 떨어지는 정책을 밀어붙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 지난 2월 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열린 '멈춰라 노동탄압! 개정하라 노조법 2,3조' 윤석열 정권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노동계·시민단체 크게 반발

민주노총은 "노사가 협의를 통해 선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일방적인 결정권을 가진 사용자 결정에 반강제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역시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에 대해 규탄하는 논평을 냈다.

위원회는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짓밟는 정부의 '장시간근로제' 추진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개편안의)내용을 들여다보면 결국 노동자들의 진정한 의사와 무관하게 사용자가 노동자들을 더 장시간,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KPI뉴스 / 김해욱 기자 hwk199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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