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게 법치국가?' 물음에도…국민신문고 무용론이 제기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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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법치국가?' 물음에도…국민신문고 무용론이 제기되는 까닭

박유제
기사승인 : 2023-01-27 14:40:25
'유치권 완력'에 아파트 입주민들 4개월째 '피난민'
소극행정 신고에 해당 공무원 '앵무새 답변'만 반복
"공무원에 면죄부 주는 꼴…권익위, 직접 조사해야"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국민참여포털 '국민신문고'의 이른바 '약빨'이 떨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심지어 고충을 해결해달라며 국민신문고를 두드렸던 민원인들 중에는 무용론까지 들고 나오는 상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임은 없고 핑계만 요란하다는 말로 압축된다. 국민고충을 해결해야 할 국민신문고의 기능이 문제를 더 꼬이게 하거나 경우에 따라 면죄부까지 주게 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얘기다.  

▲김해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입주자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용역회사 직원들(왼쪽)과 5년째 사업이 표류되고 있는 창원 내서중리지역주택조합 조합원 총회 자료사진 [UPI뉴스 DB]

최근 UPI뉴스가 경남지역에서 접했던 두 건의 국민신문고 민원처리 과정은 국민들의 고충해결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해시의 한 아파트 출입문에는 확인되지 않은 유치권을 주장하며 용역회사 직원이라고 하는 건장한 청년들이 100일 넘게 출입자를 통제하고 있다.(2022년 11월 26일, 12월 13일자 '유치권 완력 전쟁통으로 변한 아파트')

한때 엘리베이터 봉쇄에다 아파트 출입문을 용접까지 하는 극한 상황에 직면했던 입주민들은 기본 생활권을 지켜달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UPI뉴스가 최초 보도한 뒤 SBS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시청에서도 "민사에 개입할 수 없다"는 말로 입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자 입주민 중 한 명이 결국 지난해 말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간 수십차례 경찰이 출동했지만, 고소하라는 말만 되풀이한 채 그냥 돌아갔다며 정부 차원의 해결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도돌이표'꼴이다. 대검찰청으로 이첩했다는 통보에 이어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이첩됐다는 통보가 오더니, 결국 수십차례 출동했던 김해서부경찰서로 다시 이첩됐다는 통보가 전부였다.

돌고 돌아 원점으로 되돌아 온 국민신문고 민원 처리에 민원인과 입주민들은 최강의 한파에도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망연자실하고 있다. 유치권을 주장하고 있는 건설회사 대표와 용역회사 관계자들에 대한 고소 결과만 기다리며 여전히 '바깥 생활'을 계속하며 메아리 없는 외침을 내뱉고 있다. 

"우리나라가 법치국가 맞습니까? 입주민들이 공포에 떨며 몇 개월 째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데도 경찰과 검찰, 행정이 나몰라라하고 있는 것이 도대체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공포에 떨며 몇 개월 째인데 검경-행정 나몰라라…이게 법치국가?"
'공무원 소극행정' 창원 주택조합 조합원 5년째 내집 마련 산산조각 

창원의 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이 국민신문고에 제기한 '공무원 소극행정' 관련 민원처리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주택조합의 450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은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이 넘는 계약금과 분담금을 냈지만, 사업추진은 5년 째 표류중이고 내집 마련의 꿈은 산산조각이 난 상황이다.

이 과정에는 법률이 보장한 조합원의 권리를 검토하지 않은 창원시 담당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이 가장 큰 문제이자 시발점이 됐다는 것이 국민신문고에 도움을 요청했던 민원인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사안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이 지역주택조합의 초대 조합장이 갑자기 사퇴하면서 새로운 조합장이 선출됐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조합장 선출 과정에 추가모집된 조합원들이 포함됐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창원시가 '총회 원천무효와 함께 총회 재개최'를 통보했다.

결국 비대위를 주도했던 당시의 비대위원장이 단독으로 조합장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 조합장이 당선된 뒤 업무대행사의 사업권 양도양수계약과 업무대행계약을 직권으로 해지했다. 이후 사업추진은 5년째 한 발짝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사례다.  

그런데 두 번째 조합장을 선출했다가 원천무효 통보를 받은 조합원 총회가 실제로 무효인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쟁점인데, 창원지방법원 판결문과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추가모집된 조합원도 총회 참석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창원시의 총회 무효 판단'은 근본적 의문을 낳게 한다.  

국민신문고는 1차 민원에 대한 답변 내용에 '추가모집된 조합원에 대해 시에 변경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총회를 무효화시켰다'는 담당공무원의 주장을 그대로 실었다. 이들 조합원들은 2차 민원을 제기했지만, 재민원에 대한 창원시 감사관실의 답변 역시 똑 같은 해명성 대답에 그쳤다.

이 밖에 △조합장이 회계처리 비공개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여전히 모든 조합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 △5년째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지 않은 점 △조합원 추가 분담금을 조합장 개인명의로 받은 점 등에 대해 논란이 제기됐지만 창원시는 '성실하게 행정지도를 했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국민신문고 민원제기에 대한 최근 답변도 창원시와 비슷한 미사여구로 채워졌다. 그렇다면 국민신문고 민원에 대한 답변 내용은 사실일까?

확인 결과 '성실하게 행정지도를 했다'는 것은 일부 언론들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한 뒤 '조합원 추가분담금을 개인통장으로 받지 말라'는 시정조치 1건과 '조합원 총회를 정상 개최하라'는 행정지도 공문 1장이 전부였다. 5년 간 이뤄진 '성실한 행정지도'의 초라해도 너무 초라한 내용들이다. 

조합원들은 "내집 마련이 꿈인 서민들의 피해와 절박함을 확인하고도 공무원의 해명성 답변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국민신문고의 답변이야말로 행정오류에 대한 면죄부를 주게 되는 꼴"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가 직접 조사에 나설 것을 외치고 있다. 

KPI뉴스 / 박유제 기자 pyj85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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