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규제 풀어 집값 떠받치면 부동산PF 부실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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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규제 풀어 집값 떠받치면 부동산PF 부실을 막을 수 있을까

UPI뉴스
기사승인 : 2023-01-06 09:05:15
정부가 무능하면 위기는 감당할 수 없는 형태로 발전
규제 완화·다주택자 동원, 심각한 위기 상황 만들 수도
위기는 감당할 수 없는 위기와 감당할 수 있는 위기로 나눠진다. 

외환위기가 감당할 수 없는 위기의 대표 사례다. 수많은 대기업이 부도가 나 은행이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은 데다 외환까지 부족해 경제 전체를 흔드는 시스템 위기로 발전했다. 

감당할 수 있는 위기의 대표 사례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다. 31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는데, 76조였던 저축은행 예금 잔고가 2년 만에 32조로 줄고 10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위기가 어떤 형태로 발전하느냐는 부실자산 규모와 자금인출 정도 그리고 다른 금융기관의 행동에 따라 달라진다. 외환위기처럼 은행이 서로 믿지 못하고,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돈을 회수하겠다고 덤비면 감당할 수 없는 위기로 발전한다.

반면 저축은행 사태처럼 부실이 난 저축은행을 다른 기관이 인수하거나, 2003년 카드채 위기 때처럼 금융기관들이 카드채 만기를 연장해주고, 공동기금을 조성해 대응하는 등 협조적인 형태를 취하면 시스템 위기로 발전하지 않고 상황이 마무리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감당할 수 없는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부실 정도가 심하지 않은 데다, 은행 연체율이 0.24%에 지나지 않아 부실을 흡수할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위기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금융권의 112조(2022년6월 기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이미 부실화가 진행중이다.

문제는 정부다. 위기가 감당할 수 있는 형태에 머무느냐, 감당할 없는 형태로 발전하느냐는 정부의 능력에 달려있다. 원인을 잘 분석해 발 빠르게 대응해 처음부터 상황을 장악하면 위기를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줄일 수 있지만 그게 되지 않으면 작은 위기도 큰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저축은행 사태가 정부가 위기를 잘 막아낸 경우다.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고 금융위기 후유증이 나타나자 2011년에 정부가 저축은행 부동산PF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7조에 달하는 저축은행 PF 중 절반에 가까운 3.3조를 '부실' 사업장으로 지정했고, 부실 저축은행 처리를 위해 27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 과정을 거쳐 부실 저축은행을 매각해 사태가 경제 전체로 번지는 걸 막았다.

현 정부가 위기를 조기에 수습하고 시장을 조정할 능력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겠다. 레고랜드 사태로 위기 상황이 처음 벌어졌을 때 정부는 사태 수습은커녕 상황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집권당 소속 도지사가 문제를 일으켰는데도 말이다. 수습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산정하고 이를 투입하는 과정에서도 큰 혼선을 빚었다. 

지금은 부동산PF 문제보다 집값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가격이 떨어지는 걸 방지하면 부동산PF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전체 과정이 완료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중간에 위기 상황으로 갑자기 돌변할 수 있다.

대출 장벽을 없애고, 다주택자를 끌어들여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발상도 더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보다 더 믿음직하고 능력 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어떤 형태든 위기 발생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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