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김기성의 경제분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공항 패션이 못마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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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의 경제분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공항 패션이 못마땅한 이유

김기성
기사승인 : 2022-12-23 16:34:23
광폭행보에도 사업적 결실은 미지수
기대 모으던 대형 M&A 감감무소식
미국 공장 기공식에서 존재감 드러낸 TSMC CEO
이번에는 패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패션 이야기다. 최근 베트남 출장길에 오른 이 회장의 공항 패션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것이다. 이 패딩 조끼는 삼성물산의 브랜드인 '빈폴골프' 제품으로 코듀로이 재질이고 가격이 43만9000원이며 이 회장이 직접 구매했다는 설명도 뒤따르고 있다.

이 회장의 패션이 대중의 관심을 끈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포털에 이재용 패션을 검색해 보면 수도 없이 이어진다. 언더아머의 폴로 티셔츠, 캐나다 브랜드인 아크테릭스의 빨간 패딩을 비롯해 누구를 만날 때 무슨 옷을 입었다는 기사가 줄지어 나온다. 이 회장이 입은 제품이 완판됐다거나 해당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언더아머는 한국에 매장을 열었다는 기사도 있고 어떤 제품은 품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제는 공항 패션까지 언급될 정도니까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 버금가는 셀럽의 대접을 받고 있다.

물론 이 회장의 패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일부러 기획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삼성이 지닌 막강한 광고, 홍보 능력을 감안하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즐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옷 잘 입는 재벌 총수라는 수식어가 나쁘지는 않지만, 본업과 관련된 일로 관심을 끌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회장, 광폭 행보에도 불구 싱거운 결과

이재용 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어느 정치인이나 외교관에 버금갈 만큼 미팅이나 면담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인으로서는 인텔의 CEO를 비롯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ASML CEO 등을 만났고 정치인으로는 네덜란드 총리와 스페인 총리, 그리고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등과 회동했다. 그런데 만나기 전에 무슨 얘기가 오갈 것이라고 예상은 화려하게 펼쳐지지만, 면담이 끝난 뒤 나오는 발표는 싱겁기 짝이 없다. 중장기적으로 협력하겠다든가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상투적인 내용뿐이다.

가장 압권은 손정의 회장과의 면담이다. 언론에서는 마치 ARM 인수에 대한 큰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떠들었지만 결과는 '중장기 협력'으로 발표되는 데 그쳤다. 물론 이러한 인물들과 협의하는 사업이 단시간에 성과를 나타내기 어렵고 설사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물밑에서 치열하게 세부 사항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가시적인 결론을 발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 지난 21일 베트남 출장길에 오르기 위해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 도착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언젠가부터 이 회장의 공항 패션이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으나, 그런 현상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뉴시스]

M&A 기대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무소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행보가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삼성전자가 뭔가 큰 M&A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2021년 1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으로 있을 당시 앞으로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니까 벌써 2년이 다 돼 가는 시점이다. 또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초 M&A와 관련해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했지만 '조만간'이 1년이 다 돼 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M&A 시계는 2016년 10조 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한 이후 멈춰서 있는 형국이다.

대형 M&A는 잘못 결정했다가는 회사의 존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함은 필수적인 덕목이다.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익숙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신중함이 지나쳐서 우유부단, 결정장애가 아니냐는 세간의 의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성대하게 치러진 TSMC 미국 공장 기공식

지난 6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TSMC 반도체 공장 기공식이 열렸다. 애초 계획보다 3배 늘린 4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는 규모에 놀랐지만, 그 행사에 참석한 인물들을 보면 삼성전자로서는 당연히 경계심이 생길만 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야 자신의 정치적 업적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그렇다 치더라도 애플과 엔비디아, AMD까지 TSMC의 반도체를 사용하는 미국 주요 기업들의 CEO들이 모두 참석했다. 삼성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당연히 빼앗아와야 할 고객들이다. TSMC의 마크 리우 CEO는 기공식에서 미국 공장에서 100억 달러어치의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며 이 반도체로 미국 기업들은 400억 달러를 벌 것이라고 발언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렇듯 전쟁으로 표현될 만큼 격화하는 반도체 시장 앞에서 이 회장의 패션과 같은 소소한 관심이 부각되는 것이 못마땅한 이유다. 더구나 개미 투자자 600만 명이 삼성전자의 주주로 이 회장의 행보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600만 대군을 책임지는 장수가 바로 이재용 회장이다. 장수는 전쟁터에 있어야 하고 전장에서 빛을 발해야 한다. 공항 패션이 관심을 끄는 게 그래서 못마땅하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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