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강남권 재건축 '썰렁'…"시장 침체에 주민들도 소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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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재건축 '썰렁'…"시장 침체에 주민들도 소극적"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2-11-30 16:36:31
은마, 대치우성1차 등 매도 호가, 최근 실거래가 아래로 내려가
"매수 수요 증발로 미분양 우려 커…재건축 활성화 어려울 듯"
잠깐 들썩이고 곧 식었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얘기다. 지난달 19일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 19년 만에 서울시 재건축 심의를 통과하면서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마아파트 전용 84㎡ 매물이 호가 21억9000만 원에 나왔다. 이달 1일 실거래가(23억5000만 원)보다 1억6000만 원 낮은 가격이다.

이미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대치우성1차와 대치상용1차도 집값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대치우성1차 전용 125㎡는 지난 21일 실거래가(28억8000만 원)보다 2억3000만 원 내린, 26억5000만 원에 매물이 최근 나왔다. 

대치쌍용1차는 올해 내내 매매가 단 두 건뿐이다. 모두 전용 96㎡(1월 27억 원, 6월 27억9000만 원)로, 전용 141㎡와 전용 162㎡는 거래가 전혀 없다. 최근 전용 96㎡는 24억 원에 매물이 나왔다. 

▲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숲. [UPI뉴스 자료사진]

보통 재건축 기대감이 형성되면 해당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주변 집값까지 들썩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집값 내림세가 멈추지 않는 건, 그만큼 부동산시장이 차갑게 식은 때문으로 여겨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량은 총 44만9967건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89만4238건)과 비교해 49.7% 줄었다. 서울(5만611건)은 55.1% 줄어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 

10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7217호로 전월말보다 13.5% 늘었다. 서울 미분양 주택(866호)은 20.4% 증가했다. 전년동월(54호) 대비로는 16배 넘게 급증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고금리에 '집값 고점론'이 팽배해 매수 수요가 증발했다.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미분양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는 "시장이 침체되니 재건축 호재가 있음에도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 매도 호가를 올렸던 집주인들도 아예 매물을 거두거나 급할 경우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분양이 우려돼 주민들도 재건축에 소극적인 자세"라고 덧붙였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대치우성1차와 대치쌍용1차, 시공사 선정을 마친 대치쌍용2차가 통합 재건축을 진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지만, 주민 반응은 회의적이다. 대치쌍용1차 주민 진 모(55·남) 씨는 "이런 상황에선 단독 재건축도 쉽지 않은데, 통합 재건축이 되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설상가상으로 GTX-C 노선을 둘러싼 말썽도 은마아파트 재건축의 걸림돌로 꼽힌다. 경기도 수원과 양주를 연결하는 GTX-C 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아파트 지하 50m를 관통한다. 

정부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재건축 추진위를 비롯해 일부 주민들은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등을 염려해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노선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마아파트 지하를 지나지 않으려면 노선 계획을 다 바꿔야 하고, 예산까지 추가로 소요되기 때문이다. 

와중에 재건축 추진위와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장기수선충당금 등 공금을 GTX 반대집회·시위 등에 이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토부와 서울시가 조사에 나섰다. 아파트 주민들은 미래에 배관, 승강기 등 주요 시설 노후화로 인한 수리비로 쓰기 위해 미리 장기수선충당금을 쌓아둔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 수리비로만 써야지, 다른 곳에 쓰면 공금 유용이 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시장도 차가운데 이런 말썽까지 터지면 집값이 더 하락한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다.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낮추는 등 규제 완화로 재건축 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 효과에 회의적이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한다고 사업성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도 "인플레이션으로 아파트 건축비는 올라가는데, 시장이 침체돼 분양가를 올리긴 또 힘든 상황이다. 진퇴양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건축은 한동안 계속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은 첫째도 사업성, 둘째도 사업성, 셋째도 사업성"이라고 했다. 집값이 상승세라 높은 수익이 기대될 때는 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 부과, 시가 9억 원 이상 분양주택 중도금대출 금지 등 각종 규제를 퍼부어도 주민들이 적극 재건축을 추진한다. 반대로 집값이 하락세일 때는 아무리 규제를 풀어도 미분양 염려 탓에 재건축에 소극적으로 변한다는 설명이다. 

KPI뉴스 / 안재성·박지은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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