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30조 적자에도 한전채 신용등급은 왜 최상인 AAA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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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적자에도 한전채 신용등급은 왜 최상인 AAA인가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2-11-07 16:43:29
"정부 지급보증 고려…한전 재무상태만으론 AAA 불가능"
정부 손뗄 시 부실화…'레고랜드 사태' 후 한전채 거듭 유찰
채권시장 '돈맥경화'가 심각하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섣부른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처리만이 원인은 아니다. 막대한 물량의 한국전력공사 회사채도 똬리틀고 있다. 

올해 한전채 발행 물량은 10월말까지 23조4900억 원에 달한다. 신용등급 최상인 트리플A(AAA) 한전채가 이렇게 많이 풀리면서 시중자금을 싹쓸이해가니 그 이하 등급 채권은 팔리지 않는다.

한전채 발행 이유는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 탓에 한전 적자는 '눈덩이'다. 이미 상반기에만 14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간 적자 규모는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의문이다. 올해 30조 적자가 예상되는 기업의 채권 신용등급이 어떻게 최상등급인 트리플A인가. 

▲ 한국전력공사 전남 나주 본사. [한국전력 제공]

신용평가기관에서는 정부 지급보증을 주된 이유로 든다. 신용평가기관 관계자는 "한전채는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극히 낮다고 판단, AAA 등급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상황 악화 시 정부가 재원을 투입할 수 있기에 높은 신용등급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믿음이 있기에 최근 3년 간 한전채는 시장에서 유찰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재작년 3조6000억 원 규모 한전채 발행에 응찰액은 9조8400억 원이었다. 작년엔 10조7500억 원 규모 한전채 입찰에 24조500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마냥 정부 지급보증만 믿기에는 한전 재무 상태가 말이 아니다. 최근 수 년 간 적자가 지속됐다. 한전채 발행규모는 2020년 3조5000억 원, 2021년 10조4000억 원, 2020년 10월 말까지 23조4900억 원으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부채는 총 1658조 원으로, 자본(55조 원)의 30배에 달한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의 강관우 대표는 "한전 재무 상태만 보고 판단한다면 AAA가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리스크는 시장에도 반영돼 한전채는 AAA 등급 채권치고는 금리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최근 발행금리는 연 5.99%로, 신용등급 AA- 회사채 금리(연 5.66%·7일 종가 기준)보다도 높다. 시장에서는 한전채가 AA- 회사채보다 위험한 채권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또 한전이 정부 지급보증에 의존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정부가 생각을 바꿀 경우 언제든 부실화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레고랜드 사태'가 좋은 예다. 한국신용평가는 강원도 지급보증을 믿고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최고 신용등급인 A1 등급을 부여했다. 하지만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를 회생 처리키로 하면서 채권이 부도가 났다. 

레고랜드 사태 후 시장도 관련 위험을 인식했다. 한전은 지난달 17~26일 네 차례에 걸쳐 1조2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는데, 응찰액이 9200억 원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채권 투자자들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급보증만 믿는 것의 위험성을 인식한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정부가 레고랜드처럼 한전을 회생 처리할 경우 한전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전 회생 신청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레고랜드와는 비할 수 없는 수준이라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 교수와 강 대표도 같은 의견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AA 등급 채권 투자자들은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해 작은 위험에도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전채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투자자들이 '혹시' 하는 의심을 떨칠 때까지는 계속 유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안재성·박지은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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