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원전에 '그린' 딱지 붙인다고 '친환경'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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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원전에 '그린' 딱지 붙인다고 '친환경'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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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 2022-09-23 09:42:06
2020~27년 화석연료 사용량 정점 도달 가능성
재생에너지 투자 실기하면 경쟁에서 탈락 위험
원전 예산 50% 늘린 尹정부…원전이 친환경인가
배의 역사는 바람으로 움직이던 범선에서 증기로 움직이는 증기선으로 발전했다. 바람이란 자연의 제약을 받는 것보다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는 게 예측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속도도 증기선이 훨씬 빨랐다. 

범선의 전성시대는 증기선이 처음 만들어지고 60년이 지난 1870년대에 피크를 기록한다. 이미 증기선이 미시시피강을 오르내리면서 막대한 면화를 수송하던 때다. 기존의 수단을 대체할 다른 무엇이 만들어져도 상당기간 둘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증기선이 단숨에 주도권을 잡지 못한 이유는 배를 움직이기 위해 엄청난 양의 석탄을 실어야 했기 때문이다. 석탄을 싣고 나면 정작 화물을 실을 공간이 5분의1도 남지 않아 이를 해결해야 했다. 이런저런 문제가 풀리면서 범선은 증기선으로 대체됐다.

같은 사안을 에너지에 적용해 보자. 과거 재생에너지는 정부의 지원을 통해 명맥을 유지해왔다. 중국과 유럽의 태양광 사업과 전기차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 보조금이 줄거나 폐지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는 친환경 사업의 중요성이 약해져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생산 비용이 화석 에너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포함한 사회 인프라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발전한다. 하나의 에너지에서 다른 에너지로 대체될 때 선형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게 아니라, 특정 시점에 속도가 갑자기 빨라져 기존 에너지가 순식간에 새로운 에너지로 대체되는 형태였다. 그래서 새로운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해당 부문이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니라 성장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 재생에너지에 적용해 보면 지금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 에너지의 3%밖에 되지 않지만, 성장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어서 기존 에너지 쪽의 투자가 줄고 대신 새로운 에너지 쪽의 투자가 점점 늘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과거 전기가 그랬다. 가스가 대세이다 전기가 조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로 높아지자, 가스 조명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둘의 대체가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그 에너지가 대세가 된다는 판단이 서는 즉시 늘려야 한다. 자칫 등한시해 시기를 놓치면 경쟁 대열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에너지 수요가 매년 1.3%씩 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에너지의 성장률은 17% 정도다. 점유율이 낮아도 성장률이 높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쪽으로 대규모 투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2020~27년 사이에 화석연료 사용량이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유럽은 친환경을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 해소의 방안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내용과 동떨어진 '인플레 감축법'이라는 제목으로 환경관련 방안들을 통과시킬 정도다. 

정부가 내년 예산에서 원전 연구 분야 예산을 50% 늘리고, 원자력에 그린에너지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친환경 재생 가능 에너지에 몰두하고 있는 세계 추세와 다른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을 보다 안전하게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면 모르겠는데, 이전 정부와 다른 행보 때문이라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친환경이 대세인 건 분명하지만 원전이 친환경인지는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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