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일단 반값만 내고 사세요"…잠실 아파트 소유자의 '파격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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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반값만 내고 사세요"…잠실 아파트 소유자의 '파격 매도'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2-08-31 16:26:51
집 안 팔리자 "절반만 현금으로 달라"…나머지는 빚으로 처리
"전셋값도 떨어져 매수자가 급할 까닭 없어"…집값 하락 가속
서울 잠실동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 임 모(50·남) 씨는 최근 한 잠실 브랜드 아파트 집주인으로부터 충격적인 제안을 받았다. "매수자에게 현금으로는 절반 가격만 내면 된다는 조건을 내걸어달라"고 한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매수자가 집주인에게 빚진 것으로 처리하자는 얘기였다. 매수자가 집주인에게 차용증을 써준 뒤 3년에 걸쳐 천천히 갚는 조건을 제시한 거다. 통상 아파트 매매는 계약서를 쓴 날부터 잔금 지급까지 3개월 정도인 걸 감안하면 파격 조건이었다. 

집값은 하락 흐름인데, 집이 팔리지 않자 그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거라고 한다. 해당 집주인이 소유한 아파트는 전용 59㎡로, 작년 실거래가가 21억 원을 넘었지만, 요새는 매도호가가 17억 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그래도 잘 안 팔린다. 

집주인이 마음이 급해진 이유는 빚에 쪼들려서다. 경기침체로 사업이 잘 안 풀리는데다 금리마저 치솟으니 원리금 상환부담을 견디기 어려워진 것이다. 일단 '반값'에라도 팔아 현금을 확보해 빚을 갚을 생각이라고 한다.

임 씨는 "집주인들 중에 '싸게 팔 바엔 안 판다'며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금리 상승세가 너무 가팔라 앞으로도 빚을 못 이겨 싸게 내놓는 매물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집값 하락세가 심상찮다. '미친집값'이 경기침체, 금리인상 충격에 무너지는 형국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시장 침체는 심각하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량은 총 34만9760건으로 전년동기(64만8260건) 대비 46.0%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거의 거래 실종 상태다.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하루 평균 52건으로 지난 5년간 서울 7월 누계 평균 거래 건수와 비교해 77% 이상 줄었다.

매수 수요가 거의 증발했다. 집값 하락이 어디까지 갈 지 알 수 없고, 금리는 치솟고 있으니 투자수요는 물론이고 실수요까지도 '관망'으로 바뀐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4.52%로 전월 대비 0.29%포인트 올랐다. 지난 2013년 3월(연 4.55%) 이후 9년 4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집값을 떠받치는 전셋값도 하락 흐름을 잇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조사에서 8월 넷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1주 연속 내림세다. 월간 조사에서는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 월간 조사에서는 8월 전국 주택 전셋값이 전월보다 0.09% 떨어졌다. 전셋값이 내린 건 2019년 9월(-0.01%) 이후 2년11개월 만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주인이 싸게는 안 팔려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매수자가 붙지 않는 게 더 크다"며 "가끔 나오는 급매물만 거래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셋값 하락으로 여유가 생긴 매수 수요자들은 급매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는 자세"라고 부연했다. 

임 씨는 "요새 집을 매도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최근 실거래가보다 1~2억 원씩은 낮춰야 팔린다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확연한 매수자 우위 시장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매수자들이 조급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내년까지 기다려도 무방하다"고 관측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도 "2020~2021년 초저금리 시기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이 많은데, 요새 속이 바짝바짝 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빚에 쪼들려 내놓는 매물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교수와 김 대표는 부동산 하락장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앞으로 수년 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대표는 "집값이 고점 대비 최대 50% 이상 폭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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