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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직설] 윤석열 정권은 '둔감 정권'인가?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8-16 08:58:25
윤석열의 무지와 권성동의 무례함은 배짱 아닌 '둔감'
尹·權, '둔감'이 치명적 약점 되고 있다는 걸 직시해야
지난 8월 4일 오전 국회에서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와 국회의장 김진표의 회담이 열렸다. 여야 원내대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배석한 이 회담에서 모두가 펠로시의 말에 집중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이 갑자기 휴대전화를 꺼내 들더니 펠로시 쪽을 향해 촬영을 했다. 누군가? 국민의힘 원내대표 권성동이었다.

이 모습은 한 방송사 카메라에 담겼고, 이는 그대로 방송됐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무례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권성동을 비판했다. 아니 비판을 한 정도가 아니다. 관련 기사들에 주렁주렁 달린 댓글들을 보라. 이른바 '7·26 자해(自害) 사건'이 일어난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짓을 하느냐는 비난과 욕설이 철철 흘러 넘쳤다.

'7·26 자해 사건'은 7월 26일 대통령 윤석열과 권성동이 화기애애하게 주고받던 텔레그램 메시지가 취재카메라에 포착돼 만천하에 공개된 엽기적 사건을 말한다. "우리 당도 잘하네. 계속 이렇게 해야….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윤석열의 말에 권성동이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한 것인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는 말이 문제가 되었다. 

분노해야 할 사람은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일텐데, 정작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고 펄펄 뛰면서 난리를 친 건 민주당이었다. 윤석열 정권을 공격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생각한 것인지는 몰라도 민주당은 집중적인 비판을 퍼부었다.

이후 시간이 좀 흘러 이준석이 본격적인 전투 모드로 들어가면서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커졌고, 국민의힘이 쪼개지거나 망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었다. 8월 4일 중앙일보엔 <"괴롭다, 내가 사고쳤는데"…요즘 '동굴 갇혔다'는 권성동 속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권성동이 주변에 당내 상황과 관련해 "괴롭다"는 하소연을 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그렇겠지. 얼마나 괴로울까?"라는 생각이 들기는커녕 좀 어이가 없다는 생각으로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괴로운 사람이 어쩌자고 그 말 많고 탈 많은 휴대전화를 다시 꺼내 들어 펠로시를 촬영하는 무례를 저지를 수 있었다는 것인지, 그게 영 이해가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휴대전화 중독이 원망스럽지도 않았을까? 그 난리를 겪고서도, 그리고 앞으로 그 파장이 자신의 정치 생명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휴대전화를 갓 선물 받은 초등학생처럼 천진난만하게 촬영에 임했던 그의 초인적 멘탈에 나는 두 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나는 지난 3월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의 한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날은 내가 윤석열에 대해 감탄을 했던 날이다. "아 저렇게 둔감할 수가!" 상식을 초월하는 둔감이었다. 윤석열은 2월 27일 유세에서 "정부가 성인지감수성 예산이란 걸 30조 썼는데, 그중 일부만 떼어내도 북한 핵위협을 막아낼 수 있다"고 했다. 성인지예산은 액수로 존재하는 실질 예산이 아니라, 예산이 남성·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정하는 기준·과정이라는 기본적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실언이었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3월 2일이기에 그 실언을 낳은 무지가 교정돼 있을 걸로 생각했지만, 윤석열은 토론 과정에서 "그런 예산을 조금만 지출 구조조정 해도 대공 방어망 구축에 쓸 수 있다"고 답하는 등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고수하고 있었다. 신기했다. "어 저건 무슨 배짱이지?" 나는 곰곰이 생각해본 끝에 그건 '배짱'이라기보다는 못 말리는 '둔감'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둔감은 "무딘 감정이나 감각"을 말한다.

국내에서도 한때 꽤 인기를 누린, 일본의 의사이자 작가인 와타나베 준이치의 <둔감력>(2007)이란 책을 내 서재에서 찾아내 다시 읽었다. "마음대로 잘 안되는 상황을 이겨내고 다시 도전하는 그 둔감력 덕택에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이다"는 문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윤석열이 사법고시 9수 끝에 검사가 된 것은 그가 '둔감력의 장인'이라는 걸 말해주는 건가? 그가 둔감하지 않고 민감했다면, 자신을 악마로 만들면서 광분했던 문재인 정권의 무자비한 공격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둔감은 그의 성공의 이유였던 셈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더니, 윤석열과 권성동이 친구가 된 건 둔감력이라는 코드를 매개로 서로 배짱이 맞았기 때문일까? 그러고보니, 둔감은 어느덧 윤 정권의 특성이 돼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에 이어 수해 현장을 방문한 어느 국민의힘 의원의 "사진 잘 나오게 비 왔으면 좋겠다"는 실언까지 터져 나왔으니 말이다.

문재인 정권이 '위선 정권'이었다면, 윤석열 정권은 '둔감 정권'인가? 윤석열과 권성동의 둔감엔 그간 그 나름의 장점이 많았겠지만, 이젠 그 수명을 다하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둔감이 그들의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있다는 걸 직시할 때가 되었다.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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