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조홍균 칼럼] 인플레이션과 팬데믹 이후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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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균 칼럼] 인플레이션과 팬데믹 이후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5-31 10:33:41
저물가 기억 생생한데 이젠 모두 인플레를 걱정하는 상황
모든 사람이 인플레 들여다볼 때 누군가는 다른 것도 봐야
그래야 군집행동을 완화하고 집단사고 오류 피할 수 있어
지금 모두가 인플레이션을 말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준(Federal Reserve)의 인플레이션 대응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언급을 자제하는 관행에 비추어 다소 이례적이다.

최근 취임한 한국의 대통령도 인플레이션과 정책대응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한다.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정책 결정자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이에 질세라 오피니언 리더들의 관련 칼럼이 언론을 장식한다. 남대문시장의 상인들과 주부들도 인플레이션을 말하고 반려견들까지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귀에 익을 지경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저물가를 걱정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렇게 상황이 완전히 바뀌면서 다들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말한 대로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그리고 어디에서나 통화적인 현상(Inflation is always and everywhere a monetary phenomenon)'이라고 본다면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이른바 공급요인이나 수요요인 그 무엇에서 주로 비롯되었든 중앙은행의 적합한 통화정책으로 결국은 잡힐 것이다.

다만 모든 사람이 인플레이션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일부 정책 결정자들은 다른 것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어야 만의 하나 정책의 군집행동(herd behavior)을 완화하고 지나친 집단사고(group thinking)의 오류를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1980년대 미 연준 의장 볼커(Volcker) 류의 '경기침체를 감수하는' 인플레이션 파이터, 2012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드라기(Draghi) 류의 뭐든지 하겠다는 방식('whatever it takes' approach) 등의 정책대응을 팬데믹 이후 전개되는 패러다임 대전환기의 정책에서 과도히 반복해야 할 당위성은 없을 것이다.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와 국민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한 세계를 만들어 주는 지혜로운 역할과 방법을 찾고 거기에 기여하는 데 있다.

금번 코로나 팬데믹 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는 큰 관심 대상이 되었다. 자산매입 프로그램(Asset Purchase Program)이 시행되면서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의 자산 규모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위기에 발 빠르게 움직였던 미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현재의 자산 규모 약 9조 달러는 코로나 위기 이전의 두 배 수준이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비하면 9배로 늘어났다.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중앙은행 대차대조표가 크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팬데믹 이후 중앙은행 대차대조표는 다시 축소되어야 할 것인가. 미 연준은 이미 금리 인상과 아울러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 즉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해 인플레이션 대응에 적극 나서는 정책을 밝히고 시행에 들어가는 단계다.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확대 이슈는 중앙은행의 진화하는 역할 변화와 관련해서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사안으로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위기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위기, 불평등이 가져오는 위기 등 인류의 삶과 관련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바라보는 경제 및 사회적 관심이 지속되어 왔다.

코로나 위기 이전인 2019년 유럽중앙은행은 기후변화 대응이 중앙은행 책무 수행에 필수적인(mission-critical) 우선순위가 되어야 함을 선언하였다. 환경오염 유발자가 발행한 채권매입을 줄이고 반대로 환경친화적인 기업이 발행한 채권매입은 확대하는 이른바 녹색 금융(green finance) 등을 중앙은행이 적극 추진하는 정책을 말하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평등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이 중앙은행과 정부의 새로운 책무로 각국에서 인식되고 여러 형태의 정책으로 펼쳐져 오고 있다. 인류의 삶에 관련되는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 가려는 여러 이슈에 중앙은행이 등판하는 움직임이 이어진 가운데 COVID-19이라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공공보건위기 해결에도 중앙은행이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고 숙명처럼 주어진 사회적 책무의 하나라고 하겠다.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미 연준 대차대조표의 자산 9조 달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자산 규모 정도에 해당한다.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가 과거에 비해 크지만 절대적으로 크다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문제는 진화하는 중앙은행 역할의 관점에서 조명되고 인식될 필요가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대전환의 시대를 헤쳐 나아감에 있어서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의 규모 그 자체 못지않게 구성요소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 하는 측면을 보다 관심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비선출직인 중앙은행가에게 그러한 책무가 부여되어 있느냐 하는 질문은 있을 수 없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중앙은행 총재의, 국민에 대한 책임성(accountability)이 정당하게 존중될 필요가 있음은 명백하다. 당면한 인플레이션 대응을 포함하여 팬데믹 이후를 준비하는 정책의 수행에 있어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바탕으로 한 중앙은행의 전문성과 경험 및 특수성이 적극 발현되어야 한다(central bank activism).

광범위한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는 정부 또한 시야를 넓히고 창의성과 적극성을 발휘하여 팬데믹 이후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하겠다.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법경제학)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법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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