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美中에 낀 한국 외교, 양자택일의 문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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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美中에 낀 한국 외교, 양자택일의 문제 아니다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5-27 09:03:09
북한 이슈보다 경제 문제로 거의 채워진 한미정상회담
미국이 정치동맹국이라면 중국은 경제영향 가장 큰 나라
요소수 사태가 말해주듯 한국경제는 중국 영향력에 취약
IPEF 가입으로 中 자극 우려…국익 고려한 선택해야
북한은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꼭 언급됐던 주제다. 핵 문제를 어떻게 풀지, 북한의 위협에 어떻게 공동 대처할 지가 내용이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좀 유별나다. 북한 문제에 대한 거론이 거의 없고, 공동성명의 대부분을 경제 문제로 채웠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경제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 대부분이 정상회담에서 거론됐다. 첫 번째는 디지털 전환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바이오 등에서 한국의 첨단제조 능력과 미국의 기술 역량을 결합하기로 했다. 두 번째는 글로벌 공급 문제로 지난 2년같이 생각지 못했던 교란 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마지막은 환경 문제다. 바이든 행정부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문인데, 한국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가해 해당 틀 내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중국이 한미정상회담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이 지역 경제 패권을 지키기 위해 특정 국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반발은 근원을 따져보면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중 분쟁이 한창일 때로 당시 미국은 무역, 기술, 금융을 통해 중국을 압박할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 시도로 중국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선택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관세로 막기에는 미국 내 중국 제품 소비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꺼낸 카드가 기술이다. 2020년에 미국은 행정명령을 통해 자국 기업이 중국산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인텔, 퀄컴 등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화웨이에 반도체 칩을 공급하는 것도 중단시켰다. 중국이 첨단 기술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에 대한 기술제재를 동맹차원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중국이 유럽이나 한국, 일본을 통해 반도체 기술을 얻는 걸 막겠다는 의도다. 이번 정상회담은 반도체로 시작해 기술과 관련한 많은 언급을 남겼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기술동맹에 참가했다고 생각할 만하다. 

비슷한 그림이 IPEF 가입에도 적용된다. IPEF는 중국의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맞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규범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포위하는 형국이어서 상대 진영을 적대적인 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의식해서인지 우리 정부는 IPEF 참여가 중국 견제와 무관하다고 얘기했지만, 중국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 

작년에 요소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가 중국의 영향력에 대단히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제는 정치와 달리 직접적인 제재가 쉽지 않은 부문이다. 첨단 기술분야에서 중국이 우리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제재가 더 쉽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이 사드 배치 때 같이 드러내놓고 우리를 압박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 경제 성장과 함께 우리의 중국 의존도도 덩달아 높아져 음으로 양으로 중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은 최고의 외교무대다. 국익과 관련해 많은 문제들이 거론되고 결정된다. 미국이 정치적 동맹국이라면 중국은 경제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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