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强달러가 주도하는 국제 통화체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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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强달러가 주도하는 국제 통화체제 재편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5-20 09:04:19
1978년 '저주받은 통화' 달러, 레이건시대 다시 기축통화로
국제통화시스템 1914, 1939, 1971년 세차례 붕괴 후 재편
정상 회복하는 세계 경제, 통화도 큰 구조적 변화 겪는 중
1978년에 달러는 저주받은 통화였다. 5년 사이에 구매력이 절반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화폐 가치가 계속 떨어져 어느 누구도 달러로 발행된 채권을 사려하지 않아 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달러가 아닌 스위스 프랑을 이용할 정도였다. 그 사이 금값은 다섯 배 올랐다.

이런 달러의 불안을 소재로 한 영화가 제인 폰다 주연의 '롤 오버'다. 영화에서 미국 정부는 산유국에 달러를 헐값에 넘기고 금을 사오는 계획을 세운다. 은행 붕괴, 금융 공황으로 실패했지만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준 영화였다. 

레이건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달러를 구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연방준비위원회(FRB) 의장 볼커를 앞세워 기준금리를 19%까지 끌어올렸다. 달러의 매력을 높여 외국 자금을 끌어들이려 한 것이다. 이 시도가 성공해 강달러 시대가 열렸고 국제 통화 시스템의 위험이 사라졌다. 계획했던 영화 '롤오버 2'의 제작이 중단됐고, 달러가 다시 기축통화로서 자리잡았다. 

국제 통화 시스템은 안전하지 않다. 크고 작은 파동이 계속되는데 가끔 전체 구조가 흔들리는 일도 벌어진다. 1914년과 1939년 그리고 1971년이 국제통화체제가 붕괴된 대표적인 경우다. 1914년 붕괴는 1차 세계대전이 원인이었다. 전쟁으로 인플레와 경기 침체가 심해 독일 마르크화 가치가 일억분의 일로 떨어지는 등 대혼란이 벌어졌다.

1939년은 2차 세계 대전이 원인이었는데, 영국 파운드화 퇴조와 달러의 등장으로 결말이 났다. 그리고 1971년이다. 미국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정책을 포기했다. 달러 가치 하락과 금값 상승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때부터 화폐는 정부의 실력만 믿고 가야 하는 존재가 됐다. 변동환율제의 시작이었다.

국제 통화체제가 다시 재편 과정에 들어갔다. 이번은 달러 강세다. 6개 주요 통화대비 달러의 위상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03까지 상승했다. 1년 전에 90정도였으니까 1년만에 달러가 14% 강해진 셈이 된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상이 시끄러워지자 믿을 수 있는 통화를 보유하려는 심리가 작동한 결과다.

올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2.5%p 넘게 올리는 반면, 다른 나라는 아직 금리 인상 계획 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돈이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전통적으로 안전 통화인 엔화가 이번에 힘을 쓰지 못하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 1달러당 115엔이었던 엔화가치가 지금은 130엔이 됐다. 이런 현상을 놓고 일본의 금리가 너무 낮아 생긴 일시적 현상이란 분석부터 일본의 장기 침체를 반영한 구조적 변화라는 분석까지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세상이 시끄러운 데도 엔화가 약세인 게 이번이 처음이어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지만 엔화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 경제가 비정상에서 벗어나 정상으로 가고 있다. 통화도 마찬가지다. 특정 화폐가 몰락하지도 국제 통화 시스템이 쉽게 망가지지도 않겠지만, 커다란 구조적인 변화가 벌어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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