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강준만의 직설]지긋지긋한 '알박기 인사' 논란…해독제는 '역지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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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직설]지긋지긋한 '알박기 인사' 논란…해독제는 '역지사지'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3-21 13:53:04
정권교체시 마다 반복되는 '알박기 인사'논란
민주당이나 국힘이나 '내로남불'은 마찬가지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고위공직자 임기 보장해야
이른바 '알박기 인사' 논란이 뜨겁다. 국민의힘은 임기가 두 달도 안 남은 문재인 정권이 공공기관·공기업 요직에 '낙하산 인사'를 계속 하는 것에 대해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 저희와 함께 협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청와대는 "5월 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 임기이고 임기 내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사실상 인사 협의를 거부했다. 이 갈등은 지난 16일 12시로 예정됐던 대통령과 당선인의 첫 회동을 4시간 전에 무산시키는 초유의 사태에 일조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일견 청와대의 말이 옳기는 한데, 이건 내로남불이 아닌가.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대통령의 인사권은 신성하다는 원칙은 자신들에게만 적용되고, 보수정권이 그렇게 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이중기준 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박근혜 정권 시기인 2016년 12월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이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권 행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로 돌아가보자. 당시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은 "임기 말 보은성 알박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국회와 협의를 하라"며 반대했지만, 황교안 측은 "초법적 발상"이라고 맞섰다. 지금 주고받는 말과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이 문제는 2017년 4월에도 다시 불거졌다. 민주당은 "곳곳에 '알박기'와 '나눠먹기'가 성행해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졌다"(정책위의장 윤호중), "'알박기', '쪼개기', '양다리 걸치기' 인사를 하는 것은 염치도 없고 상식도 없는…"(원내부대표 문미옥)이라고 분노하지 않았던가? 이런 내로남불이 이젠 지겹지도 않나?

내로남불은 문 정권의 DNA라고 체념한지 오래인지라 놀랄 건 없다. 이런 '알박기 인사'에 관한 한 국민의힘도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게 중요하다. 대선 후 논공행상용 고급 일자리를 확보하는 문제에선 양쪽 모두 똑같다. 그러니 대통령의 임기말만 되면 '알박기 싸움'을 벌이는 악순환을 벌일 게 아니라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그 어떤 합리적 원칙을 세우는 게 좋지 않을까?

박근혜 탄핵의 영향으로 대통령 취임 시기가 2월에서 5월로 바뀐 탓에 이 문제가 더 불거진 점은 있다고 하지만, 그래서 더 원칙이 필요한 게 아닌가. 양쪽 모두에게 적용되는 똑같은 원칙을 합의해서 만들면 이런 논란과 더불어 새 대통령 취임 후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 벌여온 온갖 불법적 추태와 국력 낭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 교통방송의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둘러싼 논란도 그런 관점에서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 행정부가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교체되었음에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교체 이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정파적 논조를 유지해왔다. 교통방송은 이미 재단법인으로 독립했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그걸 정당화했는데, 이거야말로 진정한 방송독립이라고 좋게 보아야 할까? 

그런데 그렇게 보기엔 교통방송의 사장 선임은 독립 이전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 인사가 '알박기 인사'는 아니었지만, 서울시장 교체 후엔 사실상 '알박기'의 효과를 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공영방송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일 것이기에 나는 교통방송이 바람직한 선례를 보여주길 기대했다.

교통방송 경영진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 중립'을 이루겠다는 청사진과 실천 의지를 밝혔어야 함에도 이에 대해선 아무런 말이 없었다. 민주당이 110석 중 99석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라는 '든든한 빽'을 믿은 것인지 한번 붙어보자는 식이었다. 그런 정치적 당파성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높은 청취율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던 걸까? 인적 교체 없이 좋은 선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이만저만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대선 기간 중 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은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연합해 국민 내각으로 국민 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많은 이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선언이었다.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김동연은 '통합정부 구성'을 매개로 후보직을 사퇴하고 이재명 지지에 나서지 않았던가.

통합정부 구성은 '국민의힘 포위작전'이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당 순혈주의'를 넘어섰다는 의미는 있었다. 통합을 중시하는 그런 발상의 전환을 왜 선거가 끝난 후엔 외면해야 한단 말인가. 정녕 통합을 중시한다면 '알박기 논란'은 시대착오적인 게 아닌가.

나는 정치권의 합의에 의해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고위 공직자의 임기를 보장해줌으로써 폄하의 뜻을 담고 있는 '알박기'라는 비유 자체가 사라지기를 원한다. 그런 합의가 어떻게 이루어지건 여전히 중요한 건 합리적 상식과 관례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직자들은 정치적 성격을 갖고 있는 사안에 대해선 중립을 소중히 하면서 자제해야 한다. 한번 붙어보자는 식으로 나가는 건 곤란하다.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꼭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알박기 인사'의 해독제는 '역지사지'다.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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