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집값 안정에 도움 안되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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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집값 안정에 도움 안되는 언론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2-05 13:07:11
자극적 소재 많은 '강남3구' 위주 보도가 문제
소수 거래가 전체 가격 결정…보도 신중해야 
미국에서 부동산 관련 통계는 한 달에 한 번 나온다. 민간이 주로 담당하고 내용도 간단해 중요 몇 개 도시의 주택가격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데 그친다. 다른 나라도 사정이 비슷하다. 최소 시간 단위가 한 달이고, 일부 유럽국가는 분기에 한 번 발표하는 곳도 있다.

이렇게 다른 나라의 부동산 통계 산정 기간이 긴 건 주택은 순간의 가격보다 장기적인 트렌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부동산 관련 기사가 언론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일주일에 한 번씩 부동산 통계가 나온다. 지역별, 주택 유형별로 매매가격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조사도 한국부동산원이나 KB은행 같은 공인된 기관이 맡고 있다. 주간 단위로 부동산 가격을 산정하는 곳은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우리 부동산 관련 통계의 주기가 짧은 건 트렌드만큼 단기 가격 등락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에 대한 관심이 통계 공급을 창출한 것이다.  
   
작년 11월에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주체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가 있었다. 정부, 정치권, 투기 수요에 이어 언론이 4위를 차지했다. 부동산 보도가 시장 안정에 기여하느냐는 평가에 59%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전국민의 3분의 2 정도가 언론이 집값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서울 강남3구 위주 보도를 꼽았다. 그만큼 자극적인 소재가 많아서다. 가격이 한창 오를 때 언론에 압구정동 아파트가 한 달 사이에 5억 원이 뛰었다느니, 반포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1억 원이 넘었다는 기사가 자주 실렸다. 지방에서 이 기사를 보는 사람은 한 달 사이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집만큼 가격이 올랐다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그 덕분에 새로운 단어 몇 개가 만들어졌다. 우선 '벼락거지'다. 자산가격 인플레 상황에서 무주택자를 빗댄 말로 상대적인 박탈감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 게 '영끌'과 '빚투'다. 가격이 계속 오르니까 빚을 최대한 끌어내 빨리 집을 사라는 소리로 들렸다.
 
부동산 관련 보도가 제자리를 잡지 못한 건 주택이란 관심사에 숫자라는 객관적 자료가 더해졌기 때문이다.'3억', '4억' 같은 숫자가 공신력을 더해주다 보니 비슷한 기사가 양산된 것이다.

부동산 관련 보도에 방향성이 없는 것도 문제다. 집값이 올랐다고 부정적으로 보도하면서, 동시에 부동산에 투자하면 자산소득을 높일 수 있다는 기사가 실리면 보는 사람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은 소수 거래에 의해 전체 가격이 결정되는 곳이다. 주식은 참가자가 많고 가격이 투명하게 결정되기 때문에 가격 조정이 상대적으로 쉽다. 반면 부동산은 거래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떠맡은 기관도 없어 한 두 개 가격이 전체 가격으로 굳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가격이 오를 때에는 실력이상으로 치솟고 하락할 때에도 실력이상으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진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부동산 거래를 주식처럼 한 곳에 모아 처리하는 것이지만 현재 여건상 불가능하다. 그런 만큼 부동산 관련 보도는 신중해야 한다. 사실을 전달하는 곳이 흥분하면 보는 사람들은 더 흥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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