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의 눈] 피고인 방어권과 맞바꾼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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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피고인 방어권과 맞바꾼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보호

조성아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2-01-06 17:27:27
헌재 "미성년 피해자 영상녹화 진술 증거사용은 위헌"
피고인 방어권 위한 것이지만 2차 피해는 어쩔 것인가
모든 폭력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수반한다. 특히 성폭력 피해의 정신적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평생의 고통일 수 있다. 성폭력 후유증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말도 있다.

그 고통은 다양한 양상을 띤다. 적대감이나 분노, 당시 기억의 지속, 무력감, 불안 및 우울 등이다. 그 중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수치심이다. 여성가족부의 '성폭력 안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 중 '수치심·모욕감'이 압도적으로 높다. 피해자의 70% 가량이 수치심을 호소했다.

수치심(羞恥心)은 피해자의 것일 수 없다. 가해자가 느껴야 하는 감정이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이 수치심을 호소하고 있으니, 가해자들이 느껴야 할 고통까지 짊어진 꼴이다.

이런터에 이제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들까지 법정에 서서 '피해 당시 상황'을 진술해야 한다.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가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 녹화 진술 증거 사용'에 대해 "위헌"이란 낙인을 찍었기 때문이다. 미성년 피해자가 가해자 앞에서 지옥 같았던 피해 상황을 떠올리고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는 영상녹화진술로도 증거 인정을 받았다. 법정에 나오지 않고 편안한 장소에서 진술한 내용을 녹화해 제출하면 됐다. 법정에 출석해 신문 과정서 받게될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미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성폭력 사건으로 소송 중인 6살 어린이가 검찰로부터 법정 진술을 요청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린 피해자에게 가해자와 낯선 이들 앞에서 성폭력 기억을 떠올리고 설명하라는 말이다. 아이가 견뎌야 할 법정의 시간이 참으로 걱정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한 것이다. 헌재는 피해자의 영상녹화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6항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피고인 방어권이 그리 중하냐고 따지려는 게 아니다. 이 역시 보호받아야 할 권리다. 단지, 미성년 피해자를 다시 옥죌 법정의 시간을 걱정할 뿐이다. 법정에서 벌어질 어린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어쩔 것인가. '피고인 방어권' 보장이 '2차 피해'로 연결되는 건 정의롭지 않다.

법원 연구 모임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는 10일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영상녹화 진술 관련 실무상 대책' 긴급토론회를 연다. 반대 방향으로 튀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신박한 묘안을 기대한다.

▲조성아 사회·이슈부장

KPI뉴스 / 조성아 기자 j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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