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강준만의 직설] 공수처 예찬론자들의 기이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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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직설] 공수처 예찬론자들의 기이한 침묵

UPI뉴스
기사승인 : 2021-12-27 14:16:39
'아마추어'로 대변되는 무능함,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지만
스스로 천명한 '인권친화성', 한번 어긋나면 걷잡을 수 없어
"집권 여당이 또는 대통령이 절대 공수처장을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닙니다. 야당의 비토권이 확실히 인정되는 방향으로 돼있다는 점을 명백히 말씀드리고요."(민주당 의원 백혜련, 2019년 4월) "제가 이 말씀을 수백 번 드리고 있는데 이 이야기는 왜 보도가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야당이 절대적 비토권을 가지고 있다, 야당이 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후보조차 될 수 없다는 말씀을 꼭 좀 보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민주당 최고위원 박주민, 2019년 12월)

2년 전에 나온 이 발언들을 음미하면서 웃음이 나오지 않는가? 그렇게 큰소리를 쳤던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을 강행처리해놓고도 야당의 비협조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40여일 만에 결국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야 말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이상한 방식으로 탄생된 공수처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어떨까?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2월 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수처의 중립성과 수사 효율성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가 70%를 넘었다.(중립성 부정평가 72.4%, 효율성 부정평가 74.8%) 이런 상황에서 나온 "그래도 공수처를 응원한다"는 제목의 칼럼이 눈길을 끄는 건 당연한 일이겠다. 한국일보 사회부 차장 남상욱은 17일자 칼럼에서 "나 역시 공수처의 어이없는 '헛발질'에 헛웃음을 짓기도 한다. 가끔은 그들 존재의 이유를 고민할 때도 있다. 하지만 공수처를 응원하는 마음이 아직은 큰 것도 사실이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험의 부족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고, 수사 과정에서의 논란 역시 몸으로 느끼면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무엇보다 공수처의 존재 자체가 고위공직자들, 특히 검찰들의 무소불위 행동에 든든한 브레이크가 돼 주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게 단순하고 맹목적이지만 다음 정권에도 공수처가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아닐까."

나 역시 '아마추어'라는 말로 대변되는 경험의 부족은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믿기에 그 점을 너무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공수처를 둘러싸고 벌어진 지난 3년간의 뜨거운 공방 속에서도 그 점은 거의 지적되지 않았다. 반대하는 쪽의 가장 큰 우려는 정치적 중립성과 권한의 오남용 문제였다. 남상욱의 칼럼에선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

12월 9일 TV조선이 공수처가 자사 소속 취재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봤다고 보도한 이후 공수처의 '언론 사찰' 논란이 뜨겁다. 공수처로부터 통신자료가 조회된 언론인 수는 나날이 늘어났고, 24일까지 확인된 통신조회 대상은 15개 언론사 기자 110여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 26명, 여권에 비판적인 시민단체 인사나 공수처에 관한 비판 보도를 한 기자의 어머니와 동생 등까지 무차별 통신조회가 이뤄진 사실도 확인됐다.

12월 23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성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국내 언론 4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수사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언론인과 민간인을 사찰하는 것은 수사권 남용이고,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공수처의 설명대로 통신 조회가 적법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어떤 혐의로 누구를 조회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불법사찰 의혹 제기에 공수처는 "적법한 절차"라고만 주장할 뿐 언론이 원하는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야당 국회의원들의 항의 방문 다음 날인 24일 공수처는 "과거의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 없이 답습했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수사 중인 개별 사건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면서 조회 경위는 끝내 설명하지 않았다.

내가 가장 놀란 건 공수처의 탄생 과정에서 공수처를 적극 옹호했던 정치권과 시민사회 공수처 예찬론자들의 침묵이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원한 공수처였다"거나 아니면 "이런 식으로 가면 절대 안된다"고 호되게 꾸짖거나 어느 쪽으로건 한마디 해야 하겠건만 아무런 말이 없었다. 참으로 기이한 침묵이 아닐 수 없다.

이건 결코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무능한 거야 시간이 해결해준다지만 공수처 스스로 천명한 '인권친화성' 문제는 한번 어긋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게 아닌가. 이건 법으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공적 비판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공수처 예찬론자들은 침묵만 하고 있느냐는 게 나의 문제 제기다.

그렇게 묻는 건 우문(愚問)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웃자. 그래도 웃으면서 살자. 핏대 올려봐야 내 몸만 상한다. 웃는 데에 도움이 될, 1년 전에 나온 문답을 하나 소개하는 걸로 이 글을 끝맺으련다. "궁금해서 그러는데, 만약 공수처에서 권력 비리를 덮고 넘어가면,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누가 하게 되어 있나요?"(진중권) "정답은 정권이 바뀌면 그 다음 정권의 공수처가 수사한다."(어느 네티즌)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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