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재용의 '무노조 경영' 폐기선언은 쇼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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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무노조 경영' 폐기선언은 쇼였나

박일경
기사승인 : 2021-12-17 16:44:23
이재용의 '뉴 삼성' 인사 개편안에 청와대 국민청원 등장
근로자에 불이익 변경→사전 동의 필수…첫발부터 삐걱
단체교섭 체결 넉 달·무노조경영 막 내렸지만…갈길 멀어
최근 삼성전자의 인사혁신은 파격적이었다. 성과주의가 강화됐고 임원진이 젊어졌다. 30대 상무, 40대 부사장이 여럿 탄생했다.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노조의 생각은 다르다. "개악"이라며 반발한다. "승진 심사의 열쇠를 쥔 부서장 권한이 강해지고, 직원간 지나친 경쟁구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인사혁신 후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다.

누구 말이 맞는지 따지는 건 부질없다. 노사 양측의 입장이 똑같을 수는 없다. 각자의 주장엔 각자의 입장과 명분이 있다.

문제는 이견과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이다. 삼성엔 여전히 이런 절차가 없다. 삼성전자 노조 관계자는 UPI뉴스에 "이번 인사제도 개편 작업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말했다. "첫 단체교섭 체결 이래 4개월간 노사 협의가 아닌, 일방적인 통보만 있을 뿐이었다"는 설명이다.

소통의 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사측은 인사개편이 임박한 시점에서 노조 집행부에만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형식적 자리였다. 사측은 "노조에 가입한 직원에게도 인사안을 발설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렸다. "노조 건의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있느냐"는 물음에는 "오랜 기간 검토한 사안으로 변경될 여지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재용 부회장 대국민사과 이후 삼성은 과연 달라졌는가. 이번 인사 개편 갈등은 새로울 것 없는 삼성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작년 5월 이 부회장은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지키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8월엔 사측과 노조 공동교섭단이 '노사화합 공동 선언'을 발표하고, 모범적인 노사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사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결과가 뭔가. 첫 시험대부터 소통과 화합은 요원하고 갈등과 진통만 요란하다. 급기야 내부 불만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16일 청와대 신문고 게시판에 'DS(반도체) 부문 삼성전자의 인사 개편 강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된 건데, 작성자는 자신을 삼성전자 DS 부문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이 직원은 "인사 개편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원들은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계속 동의를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시 노동조합 혹은 근로자의 과반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특히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삼성과 노조는 여전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다. 사측 관계자는 "새 제도를 시행해보지도 않고 반대만 한다"며 노조를 비판한다. 무노조 경영 DNA는 아직도 삼성 저변에 깊이 박혀있는 듯하다. 이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은 결국 쇼였나.

▲ 박일경 산업부장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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