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한국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나오지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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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한국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나오지 못한 이유

UPI뉴스
기사승인 : 2021-11-20 11:32:44
우리나라 인터넷 검색엔진의 시초는 어디일까? 네이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아니다. 네이버는 시장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후에 들어온 기업이다. 

1995년 만들어진 '코시크'를 원조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개발한 이는 충남대학교 화학공학과를 다니던 김영렬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까치네'라는 검색 엔진도 나왔는데, 대구대학교 학생이던 김성훈이 만들었다. 계명대학교 재학생인 박민우가 개발한 '와카노'와 카이스트의 승현석이 개발한 '미스다찾니'도 1년 후인 1996년에 나왔다. 모두 대학생이 개발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 나이로 22살 때 애플을 창업했다. 회사를 만들기 전에 대학을 1년간 다니다 때려치웠고, 2년 동안 게임개발업체에서 근무했다. 빌게이츠 역시 대학생 나이 때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 구글의 두 창업자도 대학 다닐 때 사업의 기초를 닦았다. 

비슷한 시기에 제품이 나온 걸 보면 두 나라가 아이디어를 짜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에는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차이는 사업화 단계에서 발생하는데, 미국은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벤처 캐피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이 어려웠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가 만들어지기까지 KPCB와 세카이어캐피탈이라는 라이벌 벤처 캐피탈 회사의 역할이 컸다. 1978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 자금을 모아 투자에 나서는 건 물론 연기금이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없도록 정해져 있던 법을 개정하는 일도 맡았다. 

이런 노력 덕분에 1980년대에 투자했던 많은 기업이 성공을 거두었고,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탄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두 회사의 노력으로 다른 벤처 캐피탈의 투자 영역도 넓어져 스티브잡스의 차고가 애플의 본거지일 때 어려움없이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우리라면 '뭐 이런 허접한 회사가 있어?'라고 했을 기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건 물론 벤처 캐피탈이 애플의 세 번째 직원이 될 정도였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곳은 재벌 기업들이다. 산정 기준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사내 유보가 500조는 넘을 걸로 추정된다. 기업은 자기가 커온 환경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다. 큰 공장을 짓고 이를 토대로 성장한 기업은 계속 그 틀 내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지금처럼 지식산업화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일본의 기업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는 방법은 보유하고 있는 돈으로 펀드를 만들어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1조의 펀드를 만들어 한 기업에 50억씩 투자할 경우 200개 벤처기업이 수혜를 보는데, 대기업은 투자수익과 미래 발전 동력을 얻을 수 있고 벤처기업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네이버는 1997년 삼성SDS의 사내 벤처였던 '앱글라이더'에서 시작됐다. 1999년에 삼성SDS에서 분사해 2001년 온라인 게임업체 한게임과 합병한 후 오늘이 됐다. 지금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3위 기업이다. 대기업들이 자체 펀드를 만들어 본인들이 잘 아는 부문의 기업에 투자할 경우 벤처 캐피탈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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