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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나가라"…제 발등 찍는 윤석열 지지자들

허범구 기자
기사승인 : 2021-11-13 10:51:26
국민의힘 홈페이지 李 퇴진·탄핵 주장 게시글 폭주
2030 두둔 李에 쌓였던 불만, 선대위 문제로 폭발
'윤빠' 이미지, 청년·중도에 반감…외연확장 걸림돌
진중권 "친이계 복귀로 여겨지면 대선 물건너 가"
하태경 "김종인 이젠 사심없다…원하는대로 해줘야"
주말인 13일 오전 국민의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할 말 있어요' 코너엔 불이 났다. 10시 36분부터 4분 동안 글이 9개나 올라왔다.

100%가 이준석 대표를 욕하는 것이었다. "이준석 나가라", "철없는 이준석을 탄핵하자"는 내용이 태반이었다.

▲ 자료=국민의힘 홈페이지 캡처.

전날 하루 수천 개가 올라왔다고 한다. 홈페이지가 한때 다운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부분 윤석열 대선후보 지지자들이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쌓였던 '반 이준석' 감정이 선대위 인선 문제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경선 캠프를 확장하는 통합형 선대위를 추진중이다. 이 대표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경선 캠프를 대폭 물갈이하며 선대위를 새롭게 꾸리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맞서며 이견이 드러나는 양상이다. 그러자 윤 후보 지지자들이 이 대표를 저격하는 집단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을 대변하는 모양새다. 게시판에는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을 싸잡아 공격하는 글도 더러 있다.

윤 후보는 입당 전후 이 대표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는 경선에서 세대 대결의 씨앗이 됐다. 이 대표는 2030세대, 윤 후보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윤 후보가 이 대표와 대립하면서 젊은층은 홍준표 의원을 밀었다. 윤 후보는 2030에게 비호감을 사면서 애를 먹었다. 지금도 그렇다. 윤 후보 지지자로선 이 대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을 수 밖에 없다.

2030 당원 탈당을 둘러싼 논란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젊은 당원들은 "노인의힘" "틀딱당"이라며 당을 나갔다. 윤 후보 지지자들을 비꼰 것이다. 윤 후보 측은 평가절하하며 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몰상식"이라며 연일 날을 세웠다. 2030 표심을 다독이는데 열올렸다. 윤 후보 지지자에겐 이 대표가 '자기 정치'에 골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준석 때리기'는 윤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윤 후보 지지자가 이 대표를 흔들수록 2030 반감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 후보를 도우려다 해칠 수 있다는 얘기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부터), 윤석열 대선후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UPI자료사진]

윤 후보 지지자들이 '제2의 태극기 부대'로 비치면 2030세대는 물론 중도·진보층도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빠' '대깨윤(대가리가 깨져도 윤석열)' 이미지는 외연 확장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종인 때리기'도 마찬가지다. 

대구카톨릭대 장성철 특임교수는 13일 "이 대표 비난 글이 폭주하는 건 며칠 지나면 수그러들 것"이라며 "윤 후보가 '이준석으론 안되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함께 가야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그런 만큼 윤 후보 지지자들이 이 대표 퇴진, 탄핵을 계속 주장하는 건 되레 내분을 자초해 짐이 된다"고 지적했다.

당 일각에선 윤 후보 경선 캠프 일부 인사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경선 캠프를 사실상 해체하려는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의 계획을 저지하려고 캠프 인사들이 지지자들을 동원했을 의혹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선대위 합류를 원하는 윤 후보 캠프 인사들에겐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저승사자'다.

그러나 윤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선 경선 캠프 인사들이 대거 '2선'으로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래야 선대위 인선에 대한 윤 후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참모들이 '자리 욕심'에 윤 후보를 붙잡는 건 결국 서로에게 독이 될 가능성이 적잖다. 김 전 위원장이 "사람에 집착하면 성공 못한다"고 경고한 이유다. 그는 실패 사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을 들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중도·혁신적인 인사나 2030 세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실무형 선대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표의 확장성을 보여줘야하는 윤 후보에겐 절실한 부분이다. 그러나 윤 후보는 의리, 인연을 중시하는 스타일이어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이날 SNS를 통해 "선대위가 친이계의 복귀로 여겨지면 대선은 물건너 간 것으로 보면 된다"라고 단언했다.

진 전 교수는 "밥그릇 생각밖에 없는 돌대가리들이 이재오 같은 퇴물 내세워 대리전 치르는 듯 차떼고 포 떼고 강판한 죽은 말들 데리고 뭔 장기를 두겠다고"라며 꼬집었다. 이어 "중도층이 고작 무능한 친이계 먹을 밥상 차려주려고 정권교체를 바라는 것은 아닐 터 그 경우 그 쓰레기 선대위, 나부터 신이 나서 까대고 있겠죠"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뛰었던 하태경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어쨌든 김종인 식대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본인 권력에 대한 욕심은 없다"며 "가장 사심 없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적 욕심을 완전히 내려 놓았기에 오직 윤 후보 승리만을 위해 뛸 수 있다"는 것이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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